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Jul 07. 2022

남들이 열심히 산다고, 당신이 게으른 건 아냐


어제는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던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하더니, 나중엔 살짝 어지러울 정도였다. 참다못해 두통약을 하나 먹었다. 약 덕분인지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몸상태가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자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말이다. 자기 전까지 음악을 듣고, 유튜브를 보고, 게임도 하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평일 저녁 시간을 보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휴식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휴식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면, '잠은 죽어서 자면 돼'라는 말이다. 물론 나 또한 늘어지게 잠만 자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극단적인 건 좋지 않다. 지나치게 많이 자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잠을 안 자고 활동하거나 아주 조금만 자는 것도 좋게 보진 않는 편이다.



한 때 '아침형 인간이 부지런하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중 굳이 따지자면, 나도 '아침형 인간'에 속한다. 그렇지만 꼭 아침형 인간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이 서로 다르고, 비슷한 체질이라고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양이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어느 쪽이 더 월등히 좋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부지런하게 활동하지 않는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사람과, 아침 8시에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가는 사람. 둘 중 누가 더 부지런한 사람일까? 이처럼 한 면만 보고 무언가를 판단하는 건 어리석음을 넘어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즉 단순히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아침형 인간은 아니며,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보다 부지런하다는 생각도 섣부른 판단이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예를 들었지만,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휴식시간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변을 보고 있으면 자신에게 얼마나 휴식이 필요한지, 자신에게 어떤 휴식이 필요한지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짙게 내려앉은 다크 서클, 축 처진 어깨, 모래주머니를 단 것 같은 느릿느릿한 발걸음. 누가 봐도 휴식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너 괜찮아?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물어보면, 놀랍게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슷하게 대답한다. "아니야. 쉴 틈이 어디 있어. 열심히 살아야지."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갖고 부지런하게 산다는 건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방향이 잡힌 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것과, 멈춘다는 게 두려워서 바쁘게 움직이는 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나와 달리 남들은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다. 지금도 남들에 비해 난 이뤄놓은 게 없는데 이런 내가 쉬어도 되는 걸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타인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는 건 좋지만,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는 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양도 다를뿐더러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200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100의 에너지가 최대치일 수 있다. 전날 밤새 술을 마시며 놀고 난 후 2~3시간만 자도 쌩쌩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 종일 쉬어야 겨우 다음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에너지가 100인 사람이, 200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며 "저 사람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사는데, 나라고 왜 못해?"라며 똑같이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반나절만 지나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이것이다.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그런데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한때는 나도 그들의 열정적인 삶을 동경했고, 따라 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거기엔 노력의 범위를 벗어난 다른 차원의 영역이 분명 존재했다. 타고난 성향과 체질, 관심사, 인내심의 한계점 등 무수히 많은 차이가 그들과 나 사이에 있었다.



당신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당신보다 하루에 더 많은 것들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당신이 그들보다 열정적이지 못하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최근 나는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자신이 아는 모임에서, 하루에 취미활동을 10개 이상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그게 가능해?" 그것은 하는 게 아니라, 하는 '척'을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많이 한다고 해서, 꼭 잘한다고 볼 순 없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바쁘게 산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꼭 '잘' 산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삶이 타인에 비해 조용하게 흘러간다고 해서 쉬는 것까지 눈치 볼 필요는 없다. 공허한 일상이 지겨워서 계속 새로운 것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집착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제대로 된 휴식을 하는 게 더 이로운 일이다. 그러니 제발 피곤한데도 억지로 견디지 말고 쉴 때만큼은 편하게 쉬길 바란다. 당신은 그 정도의 휴식을 누릴 자격이 이미 충분하니까 말이다. 덥고 습한 요즘 같은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마시는 작은 호사 정도는 쿨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