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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 Oct 05. 2024

[특별편] 군대와 수능, '군수생'에 대해

인생이 자신의 선택이긴 하지만 옳은 선택을 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생각보다 요즘 대학 입시판에 대한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티*스라는 프로그램처럼 강사들이 나오는 것도 모자라, 이제 매일매일의 뉴스에는 의대 정원 관련 기사가 안 나올 수 없게 되었고, 모의고사 얘기는 계속 빙빙 돌고 있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수능에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며 현역 수험생들의 부담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상황에서 군대에 있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군에서도 그건 다르지 않다는 것. 당장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래서 오늘 군수생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대부분 군수생을 생각해 보는 포지션은 어디인가? 긍정적인 생각은 집어치우고 현실을 직시하자. 현역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군수생을 생각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 상황까지 치닫았다는 것은 사실상 정말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현역 때의 아쉬움이라는 주관적 감정이 대부분일 것이다.


N수를 그냥 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군대는 갔다 와야겠고, 근데 군에서도 수능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들었으니 나도 그렇게 해볼까 하는 생각. 대부분이 그렇다. 그게 현실이다. 현역 때는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노력 부족에서 기초하였든, 수능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었든,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런데 사실 N수라는 것도 무턱대고 생각해 보기 어려운 게, 여러모로 부담이 참 높다. 일단 금액적인 면이 굉장히 높이 작용한다. 재종(재수종합학원)만 다녀도 금액이 참 많이 깨지고, 거기에 더해서 자기 스스로가 그 금액을 충당하면서 준비하면 아무래도 시간적 손해를 무시할 수 없다 보니 부모님에게 부담을 드린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뿐인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의 대학 입학에 대한 압박, 친인척들의 명절 간 덕담이라는 이름의 압박, 주변 친구들의 대학생활 이야기 등등. 개인에게 다가오는 무슨 이야기도 자신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며 군의 입영통지서도 쉽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재수 정도는 사실 그냥 하기도 하지만, 군수생을 고민하는 단계는 거의 N수 확정이다. 왜냐, 군 입영 연기는 그렇게 오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 입영 연기에 대한 부분은 병무청에도 고지되어 있듯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다는 범위 안에서 그것도 횟수가 정해져 있는데, 그 사유 내에서 존재하는 수능 관련 항목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


대학진학(중·고교 진학·복학예정자 포함) 예정자는 21세가 되는 해의 5월 말까지 연기하되 이에 더하여 연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접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22세가 되는 해의 5월 말까지 연기할 수 있다.


그 말인즉, 증빙서류가 있다는 가정 하에 22세까지 연기는 가능하나 그 이상이 되면 연기조차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군수를 받아들일 정도면 거의 N수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당연한 설명임을 이제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군수생의 길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그 앞길이 쉽지 않다는 것은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당장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벌릴 지도 알 수 없다. 훈련 한 번 했다가는 힘들어서 자러 가기 바쁘고 애초에 철야훈련이나 좀 큰 사안인 경우에는 아예 연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군수생이 공부를 할 수 있는 날은 거의 확정적인데, 아무리 많이 봐줘도 전투휴무/토요일 및 일요일/공부연등/점심시간/개인정비 시간 정도이다. 운 나쁘면 저 중에도 근무가 있다거나 취사장 청소, 연등을 못 하게 되는 사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시간이 깎이다 보면 사실상 공부는 물 건너간 셈이다.


심지어 보직에 따라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물론 운이 좋아서 앉아서 일하는 보직이 된다면 공부할 시간은 일과 중에도 벌 수 있다. 내 선임의 사례로, 이 사람은 애초에 정말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벌 수 있는 모든 시간을 미친 듯이 투자했다. 일은 일 대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 간부님들이 요청하는 일은 잘 해냈고, 남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공부를 이어갔다. 그렇게 N수 끝에 연세대를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역하기 전에 공공연히 대대에 알리고 자랑스럽게 전역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면을 제외하면 사실 마음에 드는 선임은 아니었지만.


근데 만약 그 사람이 다른 보직이었다면 어떨까? 진짜 그냥 단적으로 내 예시를 들어 통신병이었다고 해보자. 방송으로 계속 찾아대면서 어딘가로 옮겨 다니며 뭘 고치고 조치하며, 각 처부 사무실에 있기보다 바깥을 돌아다니는 일이 훨씬 많다. 개인정비 시간 중에도 CCTV가 고장 난 다던지 뭐 PC가 안된다던지 하는 이유로 방송으로 찾으면 나가야 하고, 그러다 보니 빼앗기는 시간은 월등히 많아진다. 당장 필자도 일본어 시험을 미리 접수해 둔 상태인데 그 시험을 공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게다가 보직을 본인이 희망한 대로 가고싶다면 모집병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데, 그건 그거대로 자격증 등 자신이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에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니 문제가 된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군수생들은 생각을 아예 처음부터 바꿔서 '내가 굳이 육군을 갈 필요는 없잖아'로 시작한다.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난 전혀 모르지만, 공군이 일과 및 훈련의 시간 비중이 비교적 적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더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는 것 같다. 그래서 공군에 군수생들이 많은 편이라고 들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닌가 싶다. 공군은 아무나 할 수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단점이 존재한다. 사람간의 관계도 중요한데, 초반에는 당연히 군수 공부는 못한다. 에이스 급이 되지 않는 이상 본업조차 제대로 못하는 폐급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사람의 군수를 좋게 봐 주는 것은 당장 본인의 선임, 간부는 고사하고 동기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수능 접수를 하는 것조차 서류 준비도 어려우며, 수능 때 휴가를 잘 맞춰서 써야 하는 것도 문제다. 수능 전후로 만약에 큰 훈련이 있다면 물론 수능이라는 이유다 보니 안 보내주는 부대가 더 적긴 하겠지만 부대 입장으로서는 어떻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사항이라면 수능 근처에는 부대들도 이를 인식하여 중요한 훈련이나 집체교육은 잡지 않는다. 그리고 수능을 위한 공가 신청은 허락받는 것이 당연하다. 권리로서 명시되어있다. 그런데 정말 운 나쁘게 실상황이라도 걸리면 그건 끔찍한 것이다. 실제상황(즉, 전시상황에 준하는 급의 위급상황)이 걸린다는 것은 휴가 여부와 관계없이 부대로 복귀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그때는 작전상황에 대한 우선권이 부여되어 인원 복귀에 합당한 이유가 생긴다. 그러면... 눈물을 머금고 부대로 복귀하는 수밖에.




물론 안 좋은 얘기를 좀 많이 했지만 장점은 장점대로 있긴 하다. 자기개발비용과 월급을 통해 부모님이 부담되지 않게 자급자족해서 교재 구매와 충당이 가능하고, 분위기도 사실 폐쇄되어 있다 보니 위치와 시간대만 잘 잡으면 그 어떤 학원이나 독서실 뺨치는 좋은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일반 휴학도 아니고 군 입대는 따로 '군휴학'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반수 느낌으로 진행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단점을 많이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는가? 옆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능에 도전하는 것을 보았지만 성공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지 부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오히려 없었다. 군대라는 공간이 그렇게 좋은 환경이 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군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난 개인적으로 굉장히 비추천한다. 특히 본인의 성적이 불안정한 편, 즉 웬만한 이름 있는 대학을 노리는 것은 고사하고 성적에 맞춰서 어딘가를 가야하는 수준이라면 더 그렇다. 개인의 자기개발을 권장하고 인정해주며 권장하는 분위기의 군대라고는 하지만, 수능을 준비하기 좋은 곳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개개인의 선택이 개개인의 인생을 만드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잘 고민해 선택한 것이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그냥 한순간의 아쉬움과 안일한 생각으로 군수생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제발 부탁하는데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해보길 바란다. 주변 사람들과 군수 관련 후기들을 읽어보고 충분한 고민과 대화, 상담을 해보자. 여러분의 주변에는 생각보다 도움을 받을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우리가 항상 옳은 고민과 선택을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인생이 어려운 게 아니겠는가.


어찌되었든 간에 수능을 응시하는 모든 학생 및 응시자를 응원하며, 남은 기간이 얼마 없다고는 해도 그 짧은 시간에도 여러분의 실력을 보정하고 더 좋게 만드는 데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마무리를 잘 짓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 점을 명심하고 올해 수능을 응시하려는 여러분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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