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력은 잠을 버티는 정신력입니다
피로를 풀기 위한 잠을 빼앗기는 집단에서
당직을 섰다. 당직을 서고 나면 아침 해가 유난히 짜증 난다. 뭘 했는지도 모르겠는 저녁과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었을 때, 드디어 자러 갈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피로감. 아침이라는 시간이 찾아왔을 때 동시에 느껴지는 황홀감과 분노. 그 두 감정이 나에게 한순간에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아침을 맞이한다. 식사조차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근무취침을 들어가면 점심은 일어나서 먹어야 하니 더 먹고 싶지 않아 지기에 아침을 꾸역꾸역 넣어본다. 그래도 근무를 서고 먹는 끼니랍시고 잘은 들어간다. 그마저도 죽이나 간편 조식이 나오는 날이면 안 먹게 되지만 말이다. 그렇게 아침에도 몇 가지 해야 할 일과를 끝내고 나면 그때는 씻고 나에게 수면이라는 자유를 부여할 시간이 돌아온다.
사람은 잠을 안 자면 살아갈 수 없다. 잠을 안 자는 기네스북 기록을 세워보겠다며 잠을 안 잔 사람이 있다. 약 260시간 정도 잠을 안 잔 사람이 있는데, 기억력 감퇴/환각/집중력 감소/언어능력 퇴화 등 신체에 지장을 주는 정도까지 갔다고 한다.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몸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심하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진화한 동물 중 잠을 잘 필요가 없는 동물은 없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회복이라는 것을 하고, 활동하며 쌓인 피로를 수면으로서 뇌에게 풀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뇌는 우리 신체의 정보를 처리하는 아주 중요한 신체 기관인데, 잠을 안 자는 것은 이런 뇌에게 미친 듯이 일만 하라고 시키는 격이다.
여러모로 어떤 방면으로 보아도 인간이 잠을 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휴식을 위해, 피로 해소를 위해 잠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 최악의 전장 상황까지 가정하며 훈련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군대에서 일어나는 것들 중 인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요소들은 잠을 빼앗기는 것이다. 생각보다 군대에서의 많은 것들이 수면여건이 제때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수면을 빼앗기는 군대에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로, '경계근무'가 있다. 평시 경계근무는 우리가 많은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불침번 근무나 당직 근무가 있다. 이 근무들의 명목적인 시행 이유는 주둔지, 즉 부대 지역 내에 문제 혹은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대처하거나 알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가 부대에 불을 질렀다면 인원들은 대피해야 할 것이다. 근데 누가 그걸 알 수 있겠는가? 먼저 불침번이 인원들의 인명 상에 피해가 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복도에 불이 났다면 인원 중 한 명은 당직사령(당직근무를 서는 간부)에게 알리고, 한 명은 인원들을 기상시키는 데 주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당직사령과 당직병은 방송 및 전화 등을 통해 주변 및 상급부대, 유관기관(소방서 등)에 연락할 수가 있다. CCTV를 보는 인원이나 위병소 경계를 하는 인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근무들이 저녁 및 새벽에 편성된 경우 인원들은 해당 시간대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후임이 졸아서 선임한테 깨졌다느니 하는 군대썰들이 돌아다니는 것이다.
두 번째는 훈련의 경우이다. 훈련의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철야훈련은 인원들이 잠을 가장 크게 빼앗길 수 있는 훈련이다. 말 그대로 밤을 새우면서 하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이 훈련들은 주로 적이 이미 우리나라에 침입했을 때를 가정한다. 가령 적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전투상황이나 대치상황에 있는데 저녁이고 새벽이라고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심지어 그런 피곤한 시간대이기 때문에 적이 오히려 이 시간대를 노려서 침투해 올 가능성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철야훈련을 하면서 이런 상황에 대비한다.
조금 특이하게 전반야훈련이라는 것도 하는데, 이 경우는 완전히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니고 조금 더 길어져서 새벽 언저리쯤에 끝나는 훈련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잠을 조금 빼앗기고 평소에 재우는 시간대에 자게 할 수는 없지만 돌아와서 정비를 해도 잘 수 있는 시간은 되는 그런 느낌이다. 이런 훈련이 오히려 더 별로라고 하는 인원들도 있다. 철야훈련은 마치고 돌아오면 아침이나 낮 시간대라서 정비를 마치고 나서 전투휴식 개념으로 오침을 주어서 취침여건을 보장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전반야훈련은 이렇게까지 따로 취침여건을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사실상 가장 크게 잠을 빼앗기는 경우이다. 물론 다른 경우도 생긴다. 특이한 경우도 있다. 잠을 자는데도 편하게 잠들지 못해서 피곤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혹한기 훈련이 그렇다. 겨울은 워낙 춥기 때문에 생활관 안에서 자도 일어나면 침낭이든 이불이든 모포든 덮던 것을 내치는 순간 한기가 밀려온다. 하지만 그런 날씨에 만약 밖에서 잔다면? 그 추위는 배가 된다. 그것이 바로 숙영이라 불리는 것이다.
A형 텐트(모양이 그렇게 생겼다) 혹은 신형 텐트를 받은 경우 그걸 치는 것도 혹한기 훈련의 일부이기 때문에 치고 들어가서 자면 솔직히 따뜻하진 않다. 당연히 바깥이니까. 그럼에도 인원들이 최대한 잠을 자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이라면, 방상내피(깔깔이)와 방상외피(바람막이 느낌의 보급 겉옷)를 입고 안에 내복을 잘 입고 간다. 그리고 밑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을 것들을 받은 대로 잘 깔고, 그 위에서 이제 침낭을 펼친 다음 그 안에 미리 보급받은 핫팩을 깔아 둔다. 그런 뒤에 모포를 덮어두면 나중에 돌아오면 핫팩에 열이 조금 도는 상태가 된다. 그때 들어가는 것이다.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인원별로 그 핫팩을 신체와 접촉하지 않는 선에서 옷 안쪽에 넣고 자기도 한다.
그리고 5 대기라고 불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인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빠른 기동성과 소집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잘 때조차 환복 하지 않고 전투복으로 자곤 한다. 생각보다 이게 신병(이병~일병 초중반) 때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아 불편해서 못 자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예시들이 잠을 자도 편하게 잘 수 없어서 뒤척이다가 잠을 못 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생각보다 잠이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군에서는 그런 수면여건을 보장해 주긴 해도 경우에 따라 피로감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그래서 휴가를 나가서 집에 가자마자 대강 정리하고 씻은 뒤에는 잠을 푹 자고 휴가를 시작한다는 인원도 있고, 주말의 개인정비 때 핸드폰만 받아와서 바로 잠을 자서 누적된 피로를 풀기도 한다. 동기인 PX병에게 들으니, 피로회복제나 에너지드링크도 생각보다 인원들에게 잘 나가는 PX 상품이라고 한다.
아마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적절한 양 이상의 수면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휴가나 외출박을 나온 가족이 있다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꾸 잠을 자려고 해도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하며 같이 조금 피로를 푸는 시간으로 적은 시간이라도 같이 수면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잠시만이라도 눈을 붙이며 눈과 뇌의 피로를 줄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상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