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미디어의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기대
필자가 사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는 ‘평화동마을공동체미디어’가 있다. 2009년 마을신문 교육으로 시작해 2010년 8월 창간된 ‘평화동마을신문’은 이후 마을 TV라 할 수 있는 ‘온두레 TV(2015년 개설)’와 마을라디오 ‘꽃샘라디오(2017년 개국)’로 확장되었다. 올해로 창간 15주년을 맞은 평화동마을신문은 매달 8면 3,000부가 발행되며, 주민들의 정기 후원금과 공모사업을 통해 발행비와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다. 지금은 ‘온두레 공간 ㅁ(미음: 미디어, 마을, 마음, 모두, 만남)’이라는 독립된 마을공동체미디어 공간을 운영하며, 그 안에는 신문 편집실과 방송 스튜디오가 함께 있다. 현재 활동가 수는 마을신문 10명, 마을라디오 8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을 TV는 신문기자와 라디오 활동가가 함께 제작한다. 필자 역시 이곳에서 마을신문과 라디오 활동을 겸하고 있다.
‘평화동마을신문’이 처음 만들어질 무렵만 해도 ‘마을공동체미디어’라는 용어는 낯설었고 지역에 사례가 될만한 마을미디어도 없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팟캐스트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주민이 함께 만들 수 있는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인쇄 매체가 최선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 동네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모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신문이 지금까지 15년을 이어왔다. 이제 전주에는 20여 개의 마을공동체미디어가 활동 중이다. 단순히 숫자가 늘어난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형태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시작
‘마을미디어’, ‘마을공동체미디어’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12년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공동체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시민미디어교육, 시민저널리즘, 퍼블릭액세스(시청자참여프로그램), 미디어 민주주의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공동체미디어의 뿌리는 1960년대 미국의 커뮤니티라디오와 1970년대 영국의 대안언론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의 접근권과 참여권을 기반으로 신문, 라디오, TV,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하였고, 제도권 언론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공동체미디어는 기존 제도권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며, 시민사회와 공동체 활동에서의 한 요소이자 주요 축이라는 정체성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체미디어 활동이 시민단체·언론단체 등을 중심으로 퍼블릭액세스, 시민미디어교육과 연계되어 확장되었으며, 소출력라디오 전파를 사용하는 공동체라디오가 7개 지역에서 출발(2004년)하면서 공동체미디어가 본격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미디어의 대중화와 디지털 접근성 향상, 마을 만들기와 도시 재생, 공동체 활성화, 주민 자치 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을공동체미디어는 빠르게 확산하였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2023년 연구보고서(허찬행 외)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534개의 마을공동체미디어 단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사회적 흐름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초기에는 미디어센터가 그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민과 공동체를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장비나 제작 지원을 해주는 미디어센터는 마을공동체미디어 확산의 토대가 되었다.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 연구보고서(고영준 외)에 따르면, 전국 348개 마을공동체미디어 중 79.3%가 미디어센터를 통해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디어센터가 단순한 기술 지원 기관이 아니라, 시민 참여형 미디어 문화의 진입로 역할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2년 서울에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개관한 이래, 전국 각지에서 60여 개의 미디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2013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개관 이후에는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도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디어센터의 지원을 넘어 도시재생지원센터, 공동체활성화지원센터, 주민자치회, 평생학습센터 등 다양한 지역 거버넌스와 연계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0년 전후로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을 통해 전국의 전통시장에 라디오방송국이 세워지기도 했다. 지금도 운영 중인 ‘수원 못골시장 라디오(2008)’를 비롯해 ‘도시락 라디오(2017, 대전 도마큰시장)’, ‘말바우 라디오(2017, 광주)’ 등이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 2015년부터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문화형 시장사업과 결합하여 진행되었으며, 최근에는 공동체 활성화 및 마을공동체미디어와 연계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 재생, 공동체 활성화와 연계된 마을공동체미디어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창신동의 ‘라디오 덤’, 용산의 ‘용산 FM’, ‘라디오 금천’ 등이 초창기 사례로 대표적이다. 전국의 도시재생지원센터, 공동체활성화지원센터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교육과 활동 지원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수밋들 라디오(2020, 대전)', '하마비 라디오(2020, 원주)', '진해 마을라디오(2021, 창원)' 등의 사례가 있다. 가장 최근에는 삼척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마을방송 교육(2025) 이후 지속적인 마을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농어촌활성화지원센터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주민자치회와 연계된 마을공동체미디어도 활발하다. 서울 도봉구 방학3동의 ‘은행나루 방송국(2016)’과 시흥 정왕2동의 ‘정이마을방송(2020)’은 주민자치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표 사례다. 평생학습센터의 교육 과정으로 시작한 ‘소리샘라디오(2019, 울산)’, ‘라디오플러스(2022, 전주)’ 역시 주민 주도의 지속가능한 방송으로 발전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와 연계된 마을공동체미디어도 활발하다. 서울 도봉구 방학3동의 ‘은행나루 방송국(2016)’과 시흥 정왕2동의 ‘정이마을방송(2020)’은 주민자치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표 사례다. 평생학습센터의 교육 과정으로 시작한 ‘소리샘라디오(2019, 울산)’, ‘라디오플러스(2022, 전주)’ 역시 주민 주도의 지속가능한 방송으로 발전하고 있다.
처음에는 미디어센터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관련 지원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지역에서 지속하고 있는 마을공동체미디어 단체가 많아지면서, 미디어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공동체활성화지원센터, 주민자치회 등과의 연계 없이 마을공동체미디어 단체를 통해 발굴되고 시작하는 곳들도 많아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도시 재생, 주민 자치, 공동체 활성화 등과 연계된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서로의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활동에 있어서 주민 참여가 중시된다는 점, 주민의 자발성에 기인한다는 점, 지역의 사람·공간·역사·기억 등 지역 자원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점, 지속가능성이 요구된다는 점 등이다. 무엇보다도 ‘주민 참여와 성장’이라는 중요한 공통점이 영역 간의 연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를 하는 이유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출발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미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미디어를 통해 활동을 확장하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미디어를 매개로 공동체를 새롭게 형성하려는 경우다. 어떤 방식이든 ‘공동체를 중심에 두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 연구보고서(고영준 외)에 따르면,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로 ‘마을·공동체 소통과 활성화(42.1%)’가 꼽혔다. 활동 목표 또한 ‘마을·공동체 소통(38.9%)’, ‘공동체 성장과 변화(35.5%)’, ‘참여(15.7%)’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정보 전달보다 ‘주민 간의 관계 형성과 마을과 공동체의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화동마을신문 역시 처음에는 미디어 활동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역 현안에 참여하고 마을의 변화를 기록하는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주민이 기자가 되고, 기자가 다시 지역 활동가로 성장하는 과정이 바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지속과 활성화를 위한 조건
전국적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가 확산하면서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공통으로 지적되는 핵심 요인은 ‘사람’, ‘공적 지원’, 그리고 ‘제도적 기반’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활동가의 확보와 역량 강화는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존속을 좌우한다. 다양한 세대와 직업,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할수록 공동체의 결속력은 높아지며 그만큼의 이야기가 발굴된다. 두 번째는 ‘공적 지원’이다. 여전히 많은 단체가 공간 확보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주민센터, 도서관, 생활문화센터 등 공공 공간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제도적 기반이다. 마을공동체미디어 조례 제정과 실효적 운영은 공적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미디어가 시민의 기본권이라는 인식 아래,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2016 제정)’에 기반해 2022년부터 해마다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을 위한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체 플랫폼 구축, 네트워크 활성화, 미디어센터 및 지자체와의 협력체계 강화 등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마을공동체미디어의 현안과 과제
앞의 내용에 이어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과제를 살펴보면 재정과 인력의 어려움, 제도적 기반의 부재, 세대 간 불균형, 콘텐츠 경쟁력 부족, 지역사회 내 인지도 부족, 교육 기회 부족, 디지털 전환 대응 등으로 요약된다.
비영리 구조로 인해 상시적 재정 확보가 어렵고, 고령층 중심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청년세대의 유입이 부족하다. 이는 마을활동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콘텐츠는 주민 중심의 강점을 지니지만, 제작 여건의 한계로 인해 반복적이고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주민이 여전히 많으며, 신규 활동가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도 부족하다. 또한 디지털 격차 해소와 온라인 플랫폼 대응력 강화는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재정 확대와 제도적 정비가 병행되어야 하며,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와 주민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다.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지역 기반의 공익미디어’로 명확히 규정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마을공동체미디어에서 피어나는 마을공동체의 힘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전주시 ‘평화동마을신문’에는 평화동 지역이 함께 고민해야 할 현안을 다루는 연재 기사가 있다. 매주 진행되는 마을신문기자단 회의를 통해 주제를 논의하는데, 어느 날 회의에서 지역의 우범화된 아파트 담장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 원인을 이야기하던 중 “그렇다면 이곳을 다시 활성화해 보자”라는 제안이 나왔고, 이는 곧 ‘벽화 그리기’ 활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마을신문기자단은 15명 정도였지만, 벽화 그리기가 진행된 당일에는 100명이 훌쩍 넘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단순한 회의 안건이 마을 축제로 확장된 순간이었다. 준비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이 평화동마을미디어 활동가와 주민의 손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은 미디어를 통해 기사와 방송으로 기록되었다. 지금도 그날의 설렘과 공동의 성취감은 선명하다.
올해로 15년째를 맞은 ‘평화동마을미디어’의 활동은 ‘벽화 그리기’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이후 기자단은 지역 현안이었던 ‘지시제(동네 저수지) 생태정화 포럼과 생태 정화 캠페인’, ‘우리 동네 상점 살리기’, ‘동네 플리마켓과 공개방송’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체계적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2025년 9월 말에는 평화동상가번영회와 평화동마을미디어가 공동 주관으로 지역 시의원과 함께 ‘평화동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 토론 내용은 방송과 신문으로 제작되어 주민들과 공유되었다. “우리 동네에도 마을신문 하나 만들어보자”로 시작된 주민 모임은 처음엔 ‘기자’라는 호칭조차 어색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지역 의제를 만들어 내고 마을 활동으로 확장하는 주체가 되었다.
최근 들어 마을미디어는 지난 20여 년의 역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라디오는 일방적 전달 도구에서 의사소통의 도구로 변화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마을공동체미디어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전하는 수단이 아니라, 주민 간의 소통을 촉진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박 민 참여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공동체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복원이며, 이를 매개하는 것이 바로 마을미디어”라고 강조한다. 김창환 前 전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국장 또한 “마을공동체가 성공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인데, 그 참여를 끌어낼 커뮤니티 수단이 부족하다”라며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주민 간의 소통을 촉진하고, 마을 의제를 논의하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은 2010년 창간된 평화동마을신문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수돈 전주평화동마을신문 편집인은 “마을신문은 주민이 스스로 언론 활동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며 공동체 복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활동반경을 넓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고, 이 과정 자체가 주민의 공동체 의식과 마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마을공동체미디어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콘텐츠 발굴 과정에서 나타난다. 미디어 활동을 통해 활동가들은 지역의 문제와 자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그 결과물이 기사나 방송으로 공유되며 지역 여론을 형성한다. 이러한 미디어의 순환적 구조는 곧 공동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변화도 나타난다. 김강수 전주평화동 우리동네TV 기자는 “내가 하는 활동이 의미가 있다는 걸 느낀다. 이 활동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생각이 들고, 주민 자치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는 스스로 기자이면서도 지역을 가꾸고 돕는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마을공동체미디어는 개인의 성장과 마을, 공동체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 내는 경험의 장이다. 필자 또한 같은 경험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가고 있다.
일상에서 출발하는 마을공동체미디어
마을공동체미디어는 특별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 출발점은 늘 주민의 일상이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며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주민들의 일상 이야기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혹은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도 덧붙는다. 그러나 마을의 의제와 담론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작은 관심과 경험이 모여 하나의 여론이 되고, 그것이 다시 공동의 의제로 발전해 마을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마을공동체미디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정답은 명확하다.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이 주인이 되는 미디어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주민과 공동체가 참여할수록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의미는 커진다. 주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자신의 이야기, 이웃 이야기, 주변의 일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적 이야기는 곧 ‘기록’이 된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지고, 이 기록들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공동체의 기억으로 남는다. 더 나아가, 그 기록은 현재의 마을을 넘어 미래의 마을을 새롭게 써 내려가는 힘이 된다.
서두에 언급했던 ‘평화동마을신문’의 벽화 그리기 사례처럼,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여전히 자신을 ‘마을활동가’라 부르는 데 조심스러워하지만, 이미 그들은 마을의 변화를 만드는 중심에 서 있다. 마을공동체미디어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함께 마을을 바꾸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거창한 담론이나 이론을 내세우지 않아도, 주민과 함께 만드는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마을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이다.
영국의 문화연구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공동체는 곧 소통이며, 의사소통의 과정이 공동체의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공동체 복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주민이 소통의 과정에 참여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 속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주민의 일상에서 출발해 마을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고영준(이칸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