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경기도에 오셨나요
경기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1990년대 이후 경기도의 인구가 급증하며 서울시의 인구를 추월했다. 서울은 일자리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경기도는 살 자리로 조성되었다. 소위 베드타운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붙이며 서울과 가까운 곳에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었다. 경기도는 엄연히 독립된 지방이었음에도 서울을 후방지원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발전했다. 경기도를 한 바퀴 둘러싸는 고속도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라 부른 것이 그 반증이다. 이 이름을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바꾼 것은 경기도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랬다며, 기왕이면 서울이지만 그게 안 되면 차선책으로 꼽힌 것이 경기도다. 경기도의 어떤 지역에서 만난 노인들은 ‘서울 살다 잘 안 돼서’라는 말을 늘어놓기도 했는데 그 반대편에 있는 다른 경기도 지역에서는 ‘서울보다 여기가 훨씬 쾌적해서’라고 장황설을 떠들었다. 경기도는 그렇게 늘 서울과 비교해서 말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경기도를 새로운 주거지로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직장을 다닐만한 교통 조건 때문인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교통, 직장, 주거라는 것은 한 가지 결론이기도 하다. 집과 직장을 오갈 만한 거리에 있는 적정한 주거비용 지출 가능 지역이라는 말. 이는 효율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선택한 결과라는 뜻이다. 효율, 합리성, 실용성은 어쩌면 모든 경기도민의 공통된 주요 가치관일 수도 있다.
경기도가 갖고 있는 국가적 책무는 과중하다. 서울의 주거 부담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가 성장의 전략에 따라 반복적으로 신도시의 실험장이 되어왔고, 산업단지, 물류기지, 교통의 허브가 집중된 노동의 배후지다.
수도권이면서 배후지며, 신도시이자 구도심이며, 서울의 확장이자 지방의 시작점인 경기도는 다른 것을 넘어서 상반되는 이미지들이 모여 다양한 삶의 모습이 되었다. 경기도는 그래서 울퉁불퉁하다.
그 이전에 마을에 자리 잡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지역을 선택할 때 마을의 조건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마을은 일단 살아보고 난 다음에 눈에 들어오는 뒷순위에 놓여있다.
“그 동네는 어떤 거 같아?”라고 물을 때 나는 무엇을 대답할 수 있을까.
어떤 곳은 공동체의 강점을 말하기도 했다.
그 동네는 공동육아가 발달해 있어. 또래들이 많아. 마을 도서관이 있는데 거기서 아이들도 놀고 어른들도 뭘 배울 수 있대. 그 동네는 마을 경로당에서 같이 밥을 지어먹는다더라. 그래서 어르신들이 매일 나와서 작업장을 운영하기도 한 대.
내가 소개했던 몇 개의 경기도 마을은 전면 재건축과 재개발이 진행되어 고층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남은 한 개는 곧 비슷한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마을이 사라지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공동체는 뒷전으로 밀린다.
기존의 주민들이 이탈하고 자산이 된 집이 들어섰다. 새로 짓는 대규모 단지는 내부 커뮤니티 센터를 강화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봉쇄하며 경계를 강화한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접근할 수 없는 성이 세워지고 마을 사람들은 긴 벽을 따라 길을 돌아간다.
경기도의 마을 정책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1970년대부터 지어진 아파트와 2000년대까지 지어졌던 아파트들이 개방형 구조를 가지고 마을과 공원과 길을 공유했던 것에 비해 이제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폐쇄형을 택하고 있다. 경기도 전체 인구의 공동주택 거주 비율은 2024년 기준으로 53.9%에 이른다.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위례신도시, 감일지구, 화성시 동탄, 김포시 한강신도시, 수원 영통의 광교, 성남의 분당구, 용인 수지구, 파주 운정 신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 안양 평촌신도시, 고양 일산신도시는 일부 동의 경우 9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규모 단지의 경우 공동체가 작동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실험도 아직 미진하다. 공동체의 실천과제가 생활문제 해결이라면 공용자산 운영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아파트의 경우 다수의 생활문제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청소, 쓰레기 배출, 공용공간 운영은 외주화 되어 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선뜻 눈에 안 뜨이기도 한다.
마을공동체는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공동주택 내 공동체 조성 사업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그 비율은 미미하다. 경기센터가 경기도 전체의 아파트 커뮤니티에 개입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공동체가 행정과 외주 위탁이 해결하지 못하는 빈틈을 메꿔나갈 수도 있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가능하며 이 자체로 사회자본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그 접근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빠른 속도로 도시가 팽창하면서 마을을 바꾸게 되는 사람들에게 정말 공동체는 무용한 것일까.
단골집에 가는 이유는 거기에 ‘그 사람’이 있거나 ‘변치 않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변치 않는 맛은 기억이고 그 사람은 환대다. 환대의 기억은 마음 둘 곳을 만들어준다. 늘어나는 아파트와 신도시에 도로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무슨 마을공동체 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자산을 투입해 새롭게 진입한 도시는 불편함이 익숙지 않은 탓에 불편함이 배가될 수밖에 없고 이 불편함은 집단 민원으로 쉽게 발전한다. 전 국민의 수평민주주의 지향이 또렷해지고 의사결정 구조가 다층화된 것, 민관 거버넌스의 활발한 작동으로 개인의 목소리가 힘을 받게 된 지금 정책적 중재가 절실하다. 공동체가 이 기능을 잘 해낼 수 있다. 어떤 공동체는 강력한 주장을 내세우는 민원집단이 되지만 어떤 공동체는 이 민원들 내부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중재자가 될 수 있다. 행정과 정책으로 이 힘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마을은 또 다른 이름의 SOC, 생활 인프라
한국에서 말하는 SOC(Social Overhead Capital)은 고속도로, 항만, 철도, 공항 같은 경제 건설 교통 부분의 것을 일컬어왔다.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정책은 추상적인 분야로도 SOC를 확대해 왔다. 문화시설, 체육시설, 도서관, 보육센터, 공원, 보건소, 주차장 등을 말한다. 이러한 시설은 그 건물을 지어놓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 관건이지만 일부 지방정부나 부서는 내용을 채우는 데 미흡해지어만 놓고 그냥 놀리는 경우가 있거나 물리적으로 주민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이용률이 저하되기도 한다.
2018년에 발표된 국토정보연구원의 보고서는 10여 년이 다 되도록 계속 회자한다. 기초생활 SOC를 10분 내 접근 가능한가에 따라 주거의 쾌적함을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거주지의 20.9%는 10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기초생활 SOC가 하나도 없었다. 그중 거리와 시간기준으로 가장 어려운 곳이 강원도 삼척이었고 인구 기준으로는 진안군이 꼽혔다. 진안군은 군 인구의 17.5%가 기초생활 SOC 10분 이내 도달 가능 시설이 1개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2025년 12월, 진안군은 마을공동체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대통령 업무보고 서류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촌 중심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사례로 진안군의 백운 통합 돌봄 사회적 협동조합의 공동밥상과 돌봄 사례, 영암 DRT버스와 이동장터 왕진버스를 선보였다. 진안군의 사례는 우리가 생활 SOC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 비록 시설적인 측면으로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마을공동체가 이를 상쇄할 수 있으며 부족한 기초생활 SOC를 보충하기 위해 마을공동체에 종합적 상황을 고려해 맞춤형 SOC를 제공하고 이를 마을공동체가 유지하게 할 수 있는 사례다.
그림 3 신도시 바로 옆에 위치한 수원 연무시장 (2025. 3)
경기도의 일부 지역은 90%가 아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과밀화에 시달리지만, 경기도의 농촌지역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인구가 고령화되어 있고 생활 경제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경기도의 어느 지역은 자율주행 버스가 야간의 널찍한 도로를 달리며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지만 같은 시군 내에서도 어떤 지역은 하루에 버스가 두 대밖에 오지 않는 열악한 교통상황에 처해있다. 그렇다면 정책과 지방행정의 재원으로 이 모든 것을 다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2023년 경기연구원에서 펴낸 <사라지는 지방, 지역 활력에서 답을 찾다>라는 보고서에는 2067년에는 경기도 화성시를 제외한 30개 시군 모두가 소멸 고위험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는 1) ▲청년의 적극적인 활동을 위한 ‘경기청년 로컬크리에이터(지역의 특성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거나 경제적 가치를 창출)’ 양성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 지원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이라는 단선적 접근에서 벗어나 사람의 활동으로 활력을 되찾기 위한 ‘생활인구(교육, 관광, 업무 등을 위해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정책적 접근 ▲사람의 활동에 기반한 ‘경기도 지역 활력 지수’를 통한 31개 시군의 특성이 반영된 경기도 지역 균형 발전 유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행복담당관’을 설치하고 각종 행복 지원사업 개발 등을 제시했다.
연구보고서에는 더욱 상세한 내용이 있지만 단편적으로 도출된 경과만 놓고 보더라도 이러한 필요성을 꼼꼼하게 챙길 수 있는 것은 주민 자발적인 마을공동체라는 결론을 쉽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1) 보도자료 인용
경기도는 울퉁불퉁하다. 국가적으로 주어진 역할도 크고 주민들의 기대치도 높다. 삶의 양상은 모두 다르지만, 표면적으로 매끈매끈한 도시들은 늘어난다. 그러나 그 뒤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개인과 마을이 숨죽이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위에 언급한 보고서에서 제안한 ‘행복담당관’ 한 사람이 마을 전체의 행복을 어찌 담당하겠는가. 공동체로 구성된 여러 명의 마을 주민이 교차하며 행복을 담당하고 활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의 도시 개발과 확장에 있어서 마을공동체를 별도로, 또는 후속으로 따라오는 뒤편의 것으로 여기지 말고, 이제 전면적으로 내세워 공동체가 꾸려가는 인구 대책과 시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게 될 때 이 리듬이 완성된다. 세네갈에서 프랑스를 거쳐 한국에 정착한 세계적인 댄서 ‘카니’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울퉁불퉁한 경기도가 매끈매끈한 외형에 치중하지 말고, 보다 ‘평평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마을공동체에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수요일엔마프 크리에이터 이하나(문화공동체 히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