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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Mar 11. 2022

[독후감]"나는 매일 교도소에 들어간다"

작가: 김성규 / 출판사: 밀리의 서재 / 출간일: 2021.11.30

warder [wɔ́ːrdər]...

뜻이 언뜻 기억 날것 같으면서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알았던 단어다. 뭔가 어둡고, 억압되고, 딱딱하고, 거므스르하고, 무서운 이미지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뜻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가리고 있던 한글 부분을 펼쳐본다.

'교도관!... 아... 맞다...'

오랜만에 어학시험을 준비하면서 먼지 쌓였던 단어장을 펼쳐 들고 외우는 중에 나온 단어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영단어의 뜻을 한글 이미지로 외울 경우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단어의 이미지, 즉 형상, 느낌, 상황 등으로 외우려고 노력한다. 예전에 외웠던 단어인데 뜻은 날아가 버리고 저렇게 이미지들만 남아있는 것이다.  


이렇듯 교도관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나쁜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지키는 사람인 줄 알면서도 웬만하면 피해야 할 사람으로 인식되어있다. 또한 쉽게 접할 수 없는 직업군이라 각종 매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로 각인이 되어있다. 예를 들어 정신 빼놓고 봤던 영화 쇼생크 탈출, 광복절 특사, 프리즌에서, 물론 죄수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극의 재미를 위해서 교도관에게 핍박을 받거나 경쟁구도로 그려냈다고 하지만, 교도관은 결코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머릿속에 지금 딱 떠오르는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면회실에서 죄수를 의자에 데려다 놓고 주어진 시간이 몇 분이라고 말하는 억압적인 말투의 교도관 정도라고 할까?...


저자 김성규 작가도 일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책 속 여러 챕터에서 지속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꾸밈없는 말투로, 담백한 사실로, 당당한 시선으로, 뜨거운 가슴으로 투박하게 포장해서 방대한 분량 50개의 챕터로 조근조근 이야기해준다.


"라때는 말이야"를 침 튀겨가며 이야기하는 부장님들 앞에서 처럼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다가도, 부장님이 이런 면도 있었네 하며 은근슬쩍 그 라때에 빠지듯 빠르게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줄어드는 페이지 수를 아쉬워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일주일 동안 나도 교도관이 되어 웃었다가, 울었다가, 분노했다가, 짜증 났다가, 불쌍했다가, 두려움을 느꼈다가, 흐뭇했다가, 실망했다가, 피곤했다가, 가슴이 무너졌다가, 열정에 가득 찼다가, 허탈했다가, 안도했다가, 기뻐했다가 아쉬움에 마지막 장을 넘기며 책을 덮었다.


이미지가 바뀌길 바랬던 작가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바꾼 것은 물론이요, 책을 읽는 내가 15년의 교도관 생활을 일주일 만에 겪고 온 느낌을 들게 해줬다. 쇠창살 안에 수용자들과 한 공간에서 업치락 뒤치락하다 이렇게 독후감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내면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다. 슬픈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히는 나를 보며 죄를 지은 인간들에게 왜 감정이입을 하냐며 질책했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며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되나 고민하기도 했고,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한 죄수를 보며 분노에 차오르다가도, 혹시 누명을 쓰고 들어온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반문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그 감정을 느끼는 교도관들 만하겠냐며 어설픈 나를 추슬렀다. 그들의 노고에 고마울 따름이다. 그동안, 또한 앞으로도 해보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준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보물 보따리 50개의 찐 교도관 경험을 쭉 적어본다.


1. 살인자와 레모나.

; 레모나 3개에 겨우? 내면 갈등의 시작이다.

2. 이물질 취식.

; 아 정말 여긴 바닥이구나...

3. 호랑이 담요와 트라우마.

; 덜렁거리는 팔이 내 종아리에도 닿는 느낌이다.

4. 교도관 무도대회와 만두귀.

; 나도 저렇게 무언가에 미쳐 본 적이 있던가. 작가는 정말 유도에 미쳤구나.

5. 무기수와 외부강사.

; 수용수가 아닌 오히려 내가 동기부여되네.

6. 사랑과 전쟁.

; 사기꾼도 사기를 당하는구나^^.

7. 아이는 교도소에서 첫돌 잔치를 하고 엄마는 눈물을...

; 과연 범죄자 자녀도 영향을 받아야 하는 가? 그래도 대한민국 교도소는 돌상을 차려 줄 만큼 따뜻하다.

'너는 자라서 꼭 판사봉 두드리는 사람이 되거라! 판사봉 앞에 서지말고'

-작가 김성규, 나는 매일 교도소에 들어간다 중에서-

8. 신과 함께.

; 아동 성폭행범을 보면서 치가 떨린다. 손까지 부들부들 떨린다. 하지만 교도관도 저렇게 분노하고 겉으로만 아닌 척하는구나... 작가에 적극 공감한다.

9. 소년수 그리고 할머니.

; 할머니 쪽지를 보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냐... 요즘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지?... 제발 소년아 제발 가족들 생각 좀 하자. 물론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너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10. 나를 공포에 떨게 했던 단 한 명의 수용자.

; 남자의 코트를 벗긴 건 강한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볕이었다. 어떤 흉악범도 두려워하지 않을 작가를 떨게 한건?... 하하하 웃음이 절로 난다. 편지는 소름~

11. 넌 완전히 X 됐다.

; '기분이 좋았다' -작가 김성규, 나는 매일 교도소에 들어간다 중에서-, 그 감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논픽션이길 바래본다.

12. 나 혼자 두고 가지마, 무서워.

; 등골이 오싹... 픽션이길 바래본다.

13. 니들이 꼰대 맛을 알아?

; 작가가 경험했던 회식 문화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민주적인 회식을 했던 거구나, 다행이다. 참한 후배 멋진 선배... 귀감이 된다.

14. 주임님! 저, 밖에서 나름 잘 나가는 건달입니다!.

; 조폭이지만 모아놓으면 저런 놀이도 하는구나. 의외네. 하하하

15. 꼼짝 마! 너, 00교도소 출신이지.

; 액션 영화 한 장면인데 코미디로 끝나네. 사람냄새 난다. 교도관님들 정말 고생이 많구나.

16. 유수영, 울지 마라 했지? 네가 울면 엄마가 힘들잖아!

; 아이들이 뭔 죄라고 어른들의 죄로 너네들이 고통받는구나. 할머니 고생 많으셨어요.

17. 청송 탈출하고 새로운 징역으로 오셨으니 잘해 드리겠습니다.

; 나도 저 상황에 있었으면 커플처럼 행동하지 않았을까? 웃기고 슬픈 이야기에 미안해진다. 이 책이 널리 퍼지길 바래본다.

18. 주임님! 저희 너무 사랑합니다. 선처 바랍니다.

; 흠흠,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편에 서있다. 사회에서 예민한 문제를 작가가 재미있게 풀어놨다.

19. 개콘이 폐지된 이유를 교도소에서 알았다.

; 에휴, 그저 말만 청산유수야. 아 물론 모든 종교인을 비하하는 건 아니다.

20. 막걸리 한잔!

; 얼마나 한잔 하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수용자들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다가도 이내 정신 차려본다.

21. 당신이 진정한 교도관이십니다!

; 억울한 복역에 20년을 희생한 윤성여씨와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준 박종덕 교도관님. 아까운 청춘과 따뜻한 교도관에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22. 주임님, 나왔습니다!, 뭐! 마약??

; 저도 생각 안 한 생각 삽니다! 우엑. 교도관님들 정말 고생 많으세요!

23. 매 맞는 교도관!-여사에 미친 X이 있다.

; 머리채 잡힌 여교도관 괜찮으세요?... 교도관이 무슨 죄라고 욕을 욕을... 다시 또 응원합니다. 교도관님들 정말 고생 많으세요!

24. 김 주임, 검찰 조사받아야 할 거 같은데?

; 허탈하실 것 같아요. 힘내세요!

25. 아범아, 문 열어라. 집에 가자!

; 정말 교도소에는 인간 세상사가 다 있구나... 다시 돌아온 사탕의 따뜻함. 여기까지 온기가...

26. 수용자가 건넨 편지 한 통!(도발과 응징!)

;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 1항-

교도소가 바꿔줄 거라 생각지 않던 1인으로서 이 챕터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교정교화를 위해 노력하는 교도관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27. 교도관, 유도 그리고 우연.

; 유도 시합장에서 우연히 만난 출소자처럼 많은 사람들이 교정교화되길 바란다. 물론 많은 훌륭한 교도관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28. 형님, 이제 쇠창살 없는 그곳에서 편히...

; 이 챕터를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진짜로 보호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29. 주임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 2시간 동안 복도에 서서 수용자 이야기를 들어줄 만큼 따뜻한 교도관이다. 그래서 한 사람 인생을 살렸다.

30.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하는가.

; 교도관들이 학교 강의를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선한 영향력! 감사합니다!.

31. 아내가 물었다.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 정말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볼 법한 일이 실제로도 일어난다니...

32. 교도관 김 주임의 첫사랑 그녀.

; 약간 소나기소설 같은 첫사랑... 아쉬우니까 첫사랑.

33.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 작업현장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심폐소생술 했지만 사망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 같은 허탈감이 느껴졌다.

34. 매 맞는 교도관2

; 교도관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공권력을 좀 더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35. 교도소에 숨겨진 범죄자들.

;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교도관들과 경찰들이 노력해줘서 숨겨진 범죄자들 찾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36. 세상에 이런 일이_법정 편.

; 판사님! 교도관 말 잘 들으셔야죠! 에이그.

37. 교도소에도 휴가가 있다_영안실 편.

; 아... 참 웃픈 이야기다. 교도관 업무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 인가?

38. 교도소 타짜!-수제 화투.

; 그렇게 그림 그리고 제작할 노력과 실력이면 밖에서 사업을 해도 잘했을 것인데... 안타깝네.

39.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실망감과 배신감이 컸겠지만 잘하셨습니다.

40. 아빠? 아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 우왕좌왕 우당탕탕~ 그래도 너무 멋진 아빠~

41. 우리는 그날 승리를 '도쿄대첩'이라 부른다.

; 역시 일본은 이겨야 제 맛이다. 작가님 고생하셨습니다!

42. 교도소가 교도소인지 요양원인지 헷갈린다.

; 아까운 세금! 아까운 인력 낭비. 하지만 또 한 인간을 살린다고 생각하면...

43. 저놈이 통닭을 좋아하나?

; 아빠가 생각난다.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44. 역시 KP.

; 우리나라에서 경험하기 제일 힘든 라면~

45. 그 살인사건의 범인이 형 친구던데?

; 교도관들은 이런 경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다. 작가님 자책하지 마십시오.

46. 그럼 고생 많이 하셨겠는데, 왜 그러고 살어?

; 귀찮을 수도 있지만 애정으로 수용자를 끌어안고 갱생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47. 당신들이 누리는 호의가 권리는 아니니까.

; 집총거부... 대체복부 법률이 시행되었을 때 부들부들 한 1인으로서 제발 순수 평화의 목적으로 거부했길 바란다!!

48. 부디 내 차만은 털지 말아 다오.

; 또또또! 으휴...

49. 가슴 아픈 이야기, 세월호.

; 아직도 먹먹한 슬픔이 남아있는 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챕터다. 조타수의 자살기도... 처절한 울부짖음... 흐르는 눈물을 한참 닦아냈다.

50. 15년 차 교도관 이야기-번외편.

; '나는 15년 차 교도관이다' 작가는 매 챕터에서 이렇게 말한다. 교도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리고 애정도 가득하다. 한 곳에서 꾸준히 오랫동안 자기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5년 전과 비교해 보면, 수용자의 인권은 너무 좋아졌지만 반대로 교도관의 인권은 너무 추락한 거 같다'

- 작가 김성규, 나는 매일 교도소에 들어간다 중에서-

마지막 챕터를 넘기며 인권이라는 정의 앞에 교도관들을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본다.


오늘도 일선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고 계신 교도관님들과 김성규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는 매일 교도소에 들어간다'는 ebook으로만 출간되어 있습니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볼 수 있습니다.

(Tip. 밀리의 서재 첫 가입고객은 한 달간 무료로 등록된 ebook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부엉이 아빠 독후감]을 예고합니다.

제목: 언바운드

작가: 조용민

출판사: 인플루엔셜

출간일: 2021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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