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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Jul 30. 2022

[독후감]"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제목: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저자: 이외수

출판사: 해냄출판사

발행일: 2019년 11월 10일.


제목처럼 故이외수 작가께서는 이 에세이를 쓰며 중얼중얼거리고 있다. 존버, 써글, 개지랄, 푸헐등 작가답지 않은 단어 선정을 통해 자유롭게 휘 갈겨쓰고 있다. 하지만 작가 답다는 것이 꼭 정해져 있는 가? 이렇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일정 이상 경지의 아우라 일 것이라고 일축하며,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또한 경직된 자세를 풀고 편안히 소파에 등을 기대고 한 장 한 장 넘겨 본다.


한창 내가 책을 읽지 않던 지난 10년간, 독자들과 파격적인 소통으로 일반 대중들에게도 유명해졌지만 각종 논란으로 이외수 이름 석자가 뉴스에 몇 번 등장한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하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 사건을 이 책을 읽는 시점에서 굳이 자세히 들춰 보고 싶지는 않다. 상세히 알게 된다면 편견을 가지고 이 책을 음미할 것 같아서 과거는 그렇게 옆으로 치워 놓는다. 아마 이외수 작가께서도 그런 논란들로 인해서 마음고생이 심했고, 그것을 의연하게 대처하는 심정으로 이 에세이를 끄적끄적한 것으로 짐작해 본다.


글이란 것은 편안히 쓸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이 편안하도록 흐느적흐느적 편히 펜대를 굴리고 있는 모습이 책장을 넘기는 손 끝으로 전해져 나의 얕은 지식을 계몽한다. 하지만 쓱쓱 물 흐르듯 읽어 내려가다가도 단어 한 개, 문장 하나, 문단 하나가 턱턱 걸리곤 한다.  편한 자세로 일관하다가도 책 구석구석에 산적한 작가의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그 해탈함에 나의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잡곤 한다. 또한 독자들과 소통에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도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도 외진 화천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냈나 보다.


책 속의 유유자적 흐르는 많은 글들이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반성도 하게 했지만, 아래 문구가 한참 나사 빠져 있는 나의 초심을 크게 다시 일깨워 줬다.

"오매일여(寤寐一如).

자나 깨나 한 생각.
 
언제나 나의 생각의 첫머리에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자리매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타고난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없으며, 즐기는 사람은 미친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타고나지도 않았고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즐긴 적도 없고 미쳐 본 적도 없으면서 그런 사람들이 성공해 누리는 찬사와 영광은 자신이 차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날강도 심보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날강도 심보를 가진 사람들이 성공을 이루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가장 저급하고 신랄한 비난과 폄훼를 일삼기 마련이다.

물론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잘 익은 과일은 벌레들이 먼저 알고 파먹는 법이니까.
 
써글

물론 이 문구는 주위에 어떤 잡음이 있든지 간에 꿋꿋하게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겠지만,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노력도 하지 않으며, 즐긴 적도 없고, 미쳐본 적도 없으면서 성공한 사람의 찬사와 영광을 가지고 싶었으며, 성공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폄훼하기를 일삼았던 것 같다. 잘 익은 과일이 되기 위해서 회사까지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느새 벌레가 되어 잘 익은 과일이 어디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두 볼을 찰싹 때려보니 정신이 퍼뜩 든다.


아마 이외수 작가께서는 많은 논란 속에서 살기 위해 이 책을 중얼거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따라 중얼거리며 갈피 잡지 못했던 허둥거림을 편안히, 그리고 조용히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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