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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쉽니다.

by 미루나무

3월 첫 발령을 받고 산골짜기로 향하는 차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려서 학교에 도착하면 배가 허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담한 꽃밭과 주차장이 마련된 조용한 곰탕집은 항상 지나가는 나를 향해 곰탕 한 그릇 먹고 가라고 손을 저어 부른다.

그래 오늘은 그 식당에 한 번 가보리라. 주차장에 들어서니 차분하고 조용하신 주인 사장님이 꽃밭을 가꾸시느라 여념이 없다.

고개를 들어 출입문을 보니 '수요일은 쉽니다.' 이렇게 적혀있네. 며칠을 벼르고 한 번 와보리라 생각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는 날인데......

뻔히 알면서도 아쉬움에 할머니께 여쭤본다. "수요일은 쉬시나 보네요.? 할머니 사장님은 가벼운 고갯짓과 미소로 화답해 주신다.


오늘은 목요일, 수요일이 아닌 목요일

왜 이리도 이 곰탕집은 외관으로 잡아당기는 마력이 있을까? 단출하고 깔끔하고 작은......

마침 비가 쏟아지는데 곰탕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는 생각보다 넓은 홀을 보고 놀랐다. 내가 첫 손님이다. 조용한 사장님이 깔끔한 젓갈과 깍두기, 김치를 소담스럽게 차려주신다.

나는 곰탕에 있는 고기를 먼저 먹고 밥과 국물을 번갈아 먹는 스타일이다. 맛있게 고기를 먹고 뜨뜻한 국물과 밥을 먹는데 밥이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아침 7시에 공깃밥을 추가로 한 개 국물에 말아먹고 식당을 떠났다.

계산하고 인사를 드리고 문을 나서려고 할 때 "공깃밥은 그냥 드리는 겁니다."

내 뒤통수에 1000원의 인심을 던져주시는 할머니 사장님의 넉넉함에 한 번 더 인사를 드리고 기분 좋게 출근길을 재촉해서 왔다.

비가 와도 몸은 따뜻하게 데워지는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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