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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통치가 바로 이곳에서

- 왕의 집무실, 사정전 이야기

by Twinkle

전편:근정전 둘러보기(2) 근정전에 이런 숨은 매력이? 둘러보기


자, 이제부터는 왕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공간으로 이동해보겠습니다!


앞서 보았던 근정전이 왕과 신하의 공식적인 행사 장소라면, 지금부터 돌아볼 사정전(思政殿)은 왕이 일상적인 업무를 하던 곳인데요. 사정전은 편전(便殿)이라고도 하죠. 왕이 신하와 함께 정사를 의논하고 일을 하는 집무실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면, 대통령이 전화를 받거나 사인하는 모습을 보실 수가 있는데요. 대통령 집무실 같은 그런 곳이 사정전이라고 하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사극에서 왕과 신하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이 나온다면 그 배경이 편전일 가능성이 높겠죠.


사정전에서 왕은 신하들과 회의도 하고, 업무보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연이라는 것을 했는데요. 경연은 왕과 신하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을 말하죠. 보통 아침점심저녁, 이렇게 세 번을 하는데 각각 조강, 주강, 석강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경연 시에 교과서는 당시 중요하게 여겨졌던 유교경전인 사서오경이나 역사서 등이었다고 하죠.


사정전 앞에서 경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제가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나는 왕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그럼, 아이들 10명 중 9명은 손을 듭니다. 그럼 제가 이렇게 물어보죠.


“우리 친구는 공부 좋아하나요? 책 읽는 거는요? 예전에 왕들은 신하들과 하루에 적어도 3번 이상 책도 읽고 공부도 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갑자기 아이들 표정이 달라집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이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왕은 격무에 더 많이 시달렸고, 하루 일과도 매우 바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늦은 저녁시간까지... 우리가 지금 흔히들 원하는 워라밸이 가능한 생활은 아니었죠. 왕과 왕비의 일과나 생활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좀 더 자세히 이어지니 그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전각 앞에 섰으니 이름의 뜻을 확인해 봐야겠죠?


사정전! 깊이 생각해서 현명하게 나랏일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또한 정도전이라는 신하가 짓습니다. 뭐랄까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도전이 지은 전각의 이름들은 다 뼈가 있는 것 같죠?


이번에는 사정전 내부를 좀 살펴볼게요. 안에는 왕이 앉는 어좌와 일월오봉병이 보입니다. 그리고 위쪽을 보면, 운룡도가 보이는데요. 가운데에 여의주를 두고 구름 사이로 두 마리의 용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죠? ‘운룡도’는 왕과 신하가 함께 조화를 이루어 나라를 잘 다스리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은 그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정전 내부.jpg <운룡도와 어좌, 일월오봉병, 마루바닥 등을 볼 수 있는 사정전 내부>


바닥도 한 번 볼까요? 바닥은 마루로 되어있고 온돌이 없습니다. 사실 다른 계절은 괜찮지만, 겨울에는 많이 추웠겠죠?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바로 양옆에 있는 전각을 활용했습니다. 이 전각들은 온돌이 있어 겨울에도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었죠.


만춘전.jpg <사정전 동쪽에 있는 만춘전, 사정전의 서쪽에는 천추전!>


사정전 양옆으로 두 전각이 보이는데요. 동쪽에 있는 것이 만춘전(萬春殿), 서쪽에 있는 것이 천추전(千秋殿)입니다. 각각 만 번의 봄, 천 번의 가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동과 서는 각각 양과 음을 상징하고 해가 뜨고 지는 방향과도 관련이 있죠?


잘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자연의 이치와 비슷한 맥락을 보입니다. 자연의 순환처럼, 자연의 이치처럼 그에 맞게 정치를 잘해라...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사정전은 고종 4년(1867)에 근정전, 경회루, 수정전 등과 함께 중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6.25 전쟁으로 만춘전이 파괴되었다가 1988년 다시 복원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사정전 앞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네요? 우리가 교과서에서 많이 본 물건이 눈에 띄는데요.

앙부일구.jpeg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앙부일구, 해시계>

바로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입니다. 앙부일구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이죠. 조선시대 세종 때 장영실, 이천 등이 왕명에 따라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고, 그 후 조선 말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궁궐과 관공서에 널리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쉽게 시간과 계절을 알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해시계의 특징인데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앙부일구는 약 10점으로, 가깝게는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해시계를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실 텐데요.


세로는 시간을 나타냅니다. 세로선 한 칸이 15분이고, 한가운데의 세로선은 정오인 12시를 가리키죠.

가로선은 24 절기를 알려줍니다. 계절의 변화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해시계인 것이죠. 앙부일구를 확인해 보고 뒤를 돌아보면, 창고 같아 보이는 것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천자고.jpg <천자고의 모습>


이것을 보고 무슨 용도로 쓰는 것인지 묻는 관람객들이 많은데요. 잘 보시면, 한쪽 끝에서부터 차례대로 천자고(天字庫) 지자고(地字庫)... 이렇게 천자문 순서로 이름을 적어놓은 것이 보입니다. 이곳은 창고인데요. 왕실의 재산이자, 물건들을 보관하는 창고인 내탕고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정전을 비롯해서 사정전 주변의 전각들까지 살펴봤는데요. 밤낮없이 열심히 정사를 돌보던 왕의 모습이 상상이 되시나요? 자, 그럼 이제는 궁궐의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볼까 합니다. 이어서 왕과 왕비가 머무는 침전으로 함께 이동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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