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늘도, 아프지 말아요

산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리뷰

by 안녕혜

울고, 아프지 말아요. 우리.


박준의 산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운다고 달리질 일이 없다는 위로를 받는 세상의 많은 이들을 위로한다. 어쩌면 당연하게 살아지는 인생에서 여기서 그만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 다시 또 당연하게 살아지고 있는 삶을 응원한다.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로 ‘울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삶의 목표가 좌절에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을 때, 막막한 세상 속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정말 단적으로 내가 가진 슬픔과 아픔들을 누구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또한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순간, 순간들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울어야만’ 속이 시원한 시간들을 시, 산문 등의 장르를 통해 섬세하게 그린다. 나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큰 트라우마 안에서 벗어나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이들을 격려한다.


운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울면 다르다. 울게 되면, 아팠던 속이 어찌 됐든 조금은 시원해진다. 울게 되면, 내가 아직 세상에 진 것이 아닌,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겠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순간은 단 몇 초일 것이다. 우리가 삶을 끝내겠노라 마음먹었다면 그 결정을 선택하기까지의 단 몇 초. 그 몇 초의 순간으로 우리는 세상과 이별하기도, 세상과 재회하기도 한다.


나는 세상과 재회하기를 선택하는 순간이 더 많았다. 이유가 많았고, 변명이 많았다. 나는 죽을 용기가 없었다. 이별하기엔 아직 어리다 생각했고, 이별하기엔 아직 이유가 많다 생각했고, 이별하기엔 해보지 못한 게, 만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생각했다.


세상과 헤어지는 것이 겁이 났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저 세상 너머가 무서웠다. 겁이 나고 무서운 상황이 다가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죽고자 결심한 것도 겁이 나고 무서운 상황 때문이면서, 또다시 겁이 나고 무서운 상황이 겁이 났던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있지도 않다고 생각하면 없는 세상이고, 이 세상도 살만하다 생각하면 살만한 곳이다. 하지만 당시에 난 그랬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아무리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내가 가장 큰 아픔을 느끼는 부분은 누군가의 ‘말’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에서 저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의 모든 말은 입에서 시작되어 귀에서 죽는다. 우리의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더 잘 듣고, 잘 흘려보내라는 의미라고 안다. 그런 의미에서 내 마음에 남는 말들은 정말 행복한 말이거나, 정말 불행한 말이었다.


‘말’은 조심해야 한다. 어떤 말은 누군가의 가슴에 창이 되어 꽂히고, 어떤 말은 누군가의 가슴에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기도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표현이라는 단어의 가장 큰 값어치는 말이다. 때로는 말로 할 수 없는 말을 글로 쓰고, 글로 쓸 수 없는 말을 말로 한다. 말이란 다양한 힘을 가지고 있고, 많은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는 스트레스가 풀리고, 누군가는 더 큰 아픔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최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연예인의 비보를 들었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위로받았으나, 정작 그는 스스로를 위로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내가 가진 슬픔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방법 또한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옆에,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필요한 거다. 내가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위한 위로를 그들에게서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에게도 많은 ‘위로’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 어떤 포인트에서 이해를 받지 못했겠지. 스스로의 상태를 말하기가 두려웠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그의 목소리로 위로받았던 한 사람이었다. 조금 더 많이 들어주지 못한 것에, 조금 더 많이 알아주지 못한 것에 미안하다.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내가 이 정도라면, 주변 이들이 어떤 마음일까.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그의 명복을 빈다. 또 그의 주변이들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길, 안녕을 빌어본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아픔과 슬픔을 온몸으로 부딪혀 보자고.


내가 가진 슬픔과 아픔이라는 마음을 또 다른 나와 함께 저 멀리로 여행을 보내자. 슬픔이나 아픔은 나를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쩌다 어느 날, 다시 한번 내 슬픔, 아픔과 만나게 된다면 반가운 포옹을 할 수 있겠지. 이번에도 잘 지내보자고.


그리고 말하자.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나를 위로하는 세상 모든 것들과 함께 속 시원하게 울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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