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몽생미셸
당일치기 프랑스 몽생미셸 투어
파리 여행을 검색하다 보면 근교 여행지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 바로 몽생미셸이다.
에트르타와 옹플뢰르를 거쳐 몽생미셸을 보는 투어라 며칠 동안 느긋하게 즐겨도 좋은 근교 여행이지만, 태생적으로 바쁜 한국사람들은 당일치기로 알짜배기만 속성으로 보고 가는 편이다. 2018년, 혼자여행 초짜였던 나는 대세를 거스를 용기가 없었기에 새벽같이 일어나 몽생미셸로 당일치기 투어를 떠났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한국 여행플랫폼을 통해 한국인 가이드와 한인투어를 신청하면 일반적인 현지투어보다 조금 더 가격이 높다. 10년간의 해외 투어 경험으로 미루어봐서는 한인투어와 현지투어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한국인이 한국인 마음을 가장 잘 알기에, 한국인이 인솔하는 한인투어는 포토스팟이나 장소 선정, 서비스 등이 더 만족스러울 확률이 높다. 반면에 현지투어를 신청하면 다양한 나라에서 여행온 관광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2살의 나는 아직 여러 가지 여행 플랫폼을 둘러보며 예약하는 스킬이 없었고,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던 국내 여행플랫폼을 통해 한인투어를 미리 예약한 후 출국했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꽤나 철저한 계획형인지라 굵직한 투어는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예약을 하는 편이다.
한국인이 가이드인 투어 특징: 절대 한 장소만 가지 않는다. 다양하게, 많은 곳을 체험하게 해 준다. 물론 그를 따라갈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필수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북서부 노르망디 해안에 위치한 에트르타였다.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여행을 떠나면 날씨 요정의 축복을 받는 편인데, 이 날도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하늘이 에트르타의 시그니처인 하얀 절벽을 더욱 환하게 드러내주었다. 등산하면 질색했던 내가 저절로 그 그림 같은 절벽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디지털 사진이 감히 모두 담지 못하는 환상적인 바다풍경이 펼쳐졌다. 분명 바다는 다 같은 바다일 텐데, 색깔부터 밀도, 습도, 냄새까지 다른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이게 여행의 향기인가 싶다. 파리의 냄새나는 지하철과 홍대병이 걸린 것 같은 사람들에게서 느낀 답답함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 도착지는 옹플뢰르라는 도시였다. 항구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인상적이다. 옹플뢰르는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의 끝자락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신기하게도 항구도시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구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장 같다. 마을사람들이 작정하고 예쁜 페인트색을 골라 칠해놓은 것 같다. 첫 유럽여행 중 아마 나에게 가장 큰 문화 충격(?)으로 다가온 건 건물의 모습들이었다. 건물이 꼭 네모난 회색 빌딩이 아니어도 되는 거였구나. 회색 빌딩에서 태어나 회색 빌딩에서 자랐던 나는 옹플뢰르 마을을 보는 것만으로도 처음 느껴보는 해방감을 경험했다.
여긴 세븐일레븐도, ATM도, 24시 빨래방도, 코인노래방도, PC방도 없다. 사람들은 따스한 햇살 아래 불규칙한 돌길에 서서 담소를 나누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나는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는데, 심리학에서는 태생과 환경(Nature or Nurture) 둘 중 어느 요소가 더 사람의 성격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존재한다. 옹플뢰르를 보면 과연 태생적 기질이 환경을 이길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서 태어났으면 과연 지금과 같은 성격을 갖고,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을까?
에트르타, 옹플뢰르를 거쳐 드디어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허허벌판에 웅장한 성 하나가 떡하니 놓여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신기루를 보는 것 같아 눈을 비비게 된다. 몽생미셸의 가장 큰 특징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매우 커서 밀물 때는 마치 섬처럼 완전히 고립되었다가, 썰물 때는 광활한 갯벌이 드러나 육지와 연결되는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당시 운전도 못했거니와 혼자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던 나에게는 투어 없이는 계획에 넣기 어려운 장소였지 않았나 싶다. 자유여행을 하면서도, 몽생미셸처럼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투어가 잘 발달한 여행지는 이따금씩 전문가의 인솔 하에 편하게 즐기는 것도 긴 여행에 지치지 않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몽생미셸은 무려 8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이자 작은 마을이다. 중세 시대에는 중요한 순례지이자 요새의 역할을 했다고. 몽생미셸의 수도사들은 평생을 저 안에서만 지낸다고 한다. 심지어 죽어서도 저 성 안에서 화장을 한단다. 종교가 없는 나에겐 가이드가 설명해 주는 생전 처음 듣는 수도승들의 삶이 마치 픽션 소설처럼 느껴졌다. 매일 바다가 사방을 뒤덮는 작은 언덕에서 평생을 보낸다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 성에 조명이 켜지면서 몽생미셸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꽃핀다. 디즈니 인트로 영상이 떠오르게 만드는 비주얼이지만, 디즈니 로고에 영감을 준 성은 며칠 뒤 직접 볼 독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이라는 성이다.
하루만 봐도 성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있는 저런 작은 공간에서 어떻게 평생을 갇혀 살 수 있을까. 얼마나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바깥세상의 모든 유혹을 떨치고 성직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걸까. 그러나 몽생미셸 수도사들은 오히려 성 밖 사람들이 세상에 갇혀 산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세상에 갇혀 산다"라.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소셜미디어 속 친구들의 삶에 부러움과 열등감을 느끼고, 트렌드를 쫓아가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의무감을 느끼며, 언젠가부터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온갖 책임에 치이며 사는, 세상에 갇힌 나.
몽생미셸 덕분에 내 삶의 창살을 한번 더 만져볼 수 있었다.
Mont Saint-Michel, France_ Key Word
- Étretat
- Honfle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