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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Sep 11. 2021

부모의 향기

     금쪽 같은 내 새끼

 

"엄마 `금쪽 같은 내 새끼`라는 티비 프로 한번 보셨어요?"


 "아니."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론데 꼭 한번 보세요. 넷플릭스에서 인기 검색 1위예요."


 "그래, 함 볼게."


 하지만 티비랑 별로 친하지 않고 간혹 티비를 켜면 영화나 한 편씩 감상하는 편이라 무심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영화가 좋은 게 참 많다.


 코로나 비대면 시절에 핸드폰 덕도 톡톡히 본다. 유튜브를 통해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과 친하게 지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낭독한 엄청난 책들이 유튜브 공간에 넘쳐난다.

 추억 속의 책들을 다시 쉽게 많이 만날 수 다.

 일상의 가사 노동을 할 때나 산책을 할 때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오디오를 통한 명작 읽기를 즐긴다. 그러다 보니 딸이 여러 번 추천한 그 프로를 계속 놓치고 있었다.


 며칠 전 또다시 그 프로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 막 40대로 들어선 딸의 친구들이 그 프로를 보면서 자기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공감과  치유의 눈물을 흘린 경험들을 서로 나눈다고 했다.


 그 프로를 검색해서 시청했다. 한 편이 1시간 10분 정도 방영되었다. 연약한 우리 인간들이 겪고 경험하는 천차만별의 희로애락이 어린이와 부모들의 삶에 갖가지 무늬로 새겨져 있었다. 선천적인 이유와 후천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된 아이들의 결핍과 그 결핍으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려는 부모들의 굳센 의지와 열매들을 보여 주었다. 과연 인기 검색 1위라는 말이 실감났다.


 '아이들의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이제는 정말로 바뀌어야 할 때'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국민 육아 멘토'라고 불리는 오은영 신경정신과 의학박사 선생님이 큰 비중을 차지하시고 신애라, 정형돈, 장영란, 홍현희 이 네 명의 연예인들이 함께 이 프로를 엮어 간다.


 그날 소개되는 문제 행동 아동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보며 상담을 의뢰해 온 부모와 함께 자녀의 문제 행동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간다.

 박사님이 찾아낸 족집게 육아 처방을 교육받은 부모님들이 육아 현장인 가정에서 계속 익히 실천해 가면서 아이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아 간다.

 신기하게도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변하면서 아이들도 문제 행동들을 치고 해맑게 변하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기쁘고 흐뭇하게 해 준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오로지 관심과 사랑이다. 그것도 그 아이의 특성에 따라 그 아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부응하는 방식의 관심과 사랑이다.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랑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 결과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불안이 사라지고 안정된 애착관계를 맺게 되어 문제 행동이 개선된다.

 온 가족이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스위트 홈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 부모는 누구나 자식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표현을 해야 합니다."

 박사님의 간절한 가르침이다.


 매프로마다 제각각 다른 사연의 육아 고통을 겪는 상담 의뢰인들이 출연한다.

 첫 시청을 하는 순간부터 그 프로에 매료되어 거의 매일 한 편씩 시청하고 있다. 같이 웃고 같이 울면서ᆢ.


 가장 마음 아프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한 편이 있다. 조카가 백혈병을 앓아 2년 정도 투병을 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이혼을 하고 조카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조카의 어린 아들을 고모할머니 부부가 자신들의 자녀로 입양하여 키우면서 겪는 고충이 그날의 소재였다.


 일곱 살인 주인공 금쪽이는 명민하고 똑똑했다. 그런데 조금만 낯선 환경이나 어려운 갈등에 처하게 되면 무조건 뚝뚝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자기만의 성에 갇혀서 아무리 말을 걸어도 침묵을 지키며 울기만 하는 것이었다. 달래고 어르며 긴 시간 대화를 시도하던 어른도 지치고 낙담하여 결국은 울고 만다.

 조카의 무덤 앞에서 원망과 그리움의 하소연을 내뱉으며 오열하는 고모할머니의 독백은 모두의 가슴을 적신다.


 "숨죽여 우는 아이를 왜 이렇게 놔두고 갔어? 난 네가 그리워."


 내성적이고 의기소침해 보이는 그 어린 소년이 말 한마디 없이 그치지 않고 흘리는 눈물은 서러움 그 자체였다.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눈시울도 모두 붉어졌다.


 박사님의 멘토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겪은 일들과 처한 상황을 볼 때 이 아이에게는 엄청난 두려움이 있습니다.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부모와의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 부모의 사랑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처벌과 꾸중에 대한 두려움, 비교와 비난의 두려움. 이 두려움들 때문에 감정에 과부하가 걸려 있습니다. 이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끈끈하고 단단한 가족 결집력입니다."


 "이 아이에게는 나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칭찬, 존중, 인정해주는 것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자기의 마음을 자기도 모르기 때문에  아이의 보조 자아가 되어 감정을 대신 느껴 주고 대신 얘기해 줘야 합니다. 건강한 부모의 성숙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평가에 민감하고 변화에 대한 불안이 높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지원과 진단, 고모할머니의 노력으로 그 여리고 슬펐던 어린 소년은 고립의 성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소통의 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아이의 신뢰할 수 있는 의지처가 되어 주는 것, 희생과 헌신으로 아이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것, 이것이 부모의 향기, 사람의 향기임을 말해 주는 프로다. 부모의 향기는 아이를 살리는 사랑의 묘약이다.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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