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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Sep 24. 2021

사랑

어렵지만 꼭 해 내고 싶은ᆢ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모든 예술 작품의 가장 큰 소재이자 주제이며 우리 삶의 목표이기도 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내가, 지금, 여기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정답에 가까운 생각을 머릿속에서 마구 뽑아낸다. 그런데 '어떻게'와 '왜'라는 항목에서 빨간 정지 신호의 불이 켜진다.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왜 사랑해야 하는가?


 어떻게? 왜?


 왜?에는 그래도 답이 나온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남을 사랑하는 것도 결국은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꾸준한 선행을 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오래 산다는 통계도 있지 않은가?


 어떻게?에 대한 공식적인 답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원하는 방법으로'인 것 같은데 이것이 어렵다.


 나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것 안에는 여러 단계의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일차적으로는 원초적인 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불편한 것 싫고 참는 것 싫고 나와 다른 가치관 받아들이는 것 싫고 주는 것 싫고 희생 봉사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러나 하기 싫다는 내 본능에만 충실한 이기적인 태도는 실제일상을 삐걱거리게 만든다. 관계 안에서 이렇게 일방적인 나만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상대방의 똑같은 일차적 욕구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갈등과 분열을 겪게 되면 무척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상대방차적 욕구를 다 충족시켜 주면서 서로 부딪치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일까? 잠시 잠깐 스쳐 지나가는 대상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속되는 진정한 관계를 맺으려면 그럴 수 없다. 하기 싫은 나와 마지못해 참으면서 하는 내가 부딪치기 때문이다. 계속 많이 힘들어지면 결국 남 탓으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 관계에 금이 가고 복해질 수가 없다.


 상대가 원하는 일이라도 내가 싫어하는 것은 싫다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가족 안에서조차 수평적 관계보다 수직적 관계로 더 많이 엮여 있는 분위기에서 이런 소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면서 이런 방법으로 소통하훈련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라고 하는데 권리, 의무 개념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에 말을 꺼내기도 전에 벌써 주눅이 든다.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택하라는 충고의 말들이 참 많지만 상대의 강한 자기 주장에 꺾여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애쓰고 또 애써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내 생각을 바꿔보자고 억지 결론을 내려보기도 한다.

 이왕 해야 할 일을 내가 좋아서 하는 일로 생각을 바꾸어서 유연하고도 가벼운 삶을 사는 게 지혜롭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것도 답은 아니다. 한계가 있다.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한계다. 일방통행은 힘이 든다.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정하며 나를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어떠한 이유로든 서열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의적인 권위와 이기적인 욕망으로 상대방의 고유한 인격과 정체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닫혀 있기 쉬운 자신만의 생각과 방식을 강요하며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삶은 불행하다. 


 내가, 지금, 여기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상대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법으로, 나의 행복을 위하여 사랑하기.

 

 내가 바꿀 수 있는 내 그릇의 크기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인정하면서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키우고 지킬 수 있는 삶이 되기를 희망한다.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

 판단하지 말자.

 그냥 흘러가게 바라보자.

 자신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는 완벽주의, 인정 받으려는 욕구를 내려놓자.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다.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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