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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Sep 10. 2023

밤새 창을 지킨 달빛

 하늘은 하늘로, 땅은 땅으로.

 8월 1일 밤 11시.

 봉안당을 다녀온 첫 길, 긴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 맡 열어 놓은 남녘 창밖이 유난히 환하다. 그러고 보니 음력 6월 15일 보름달이다. 누워 있는 나를 일으켜 창밖으로 부른다. 쳐다본 베란다 밖 작은 숲 위를 가득 메운 하늘. 그 속에 펼쳐진 달과 구름의 한 폭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흐려진 눈이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밝고 둥근 보름달,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화려하고 풍성한 구름무늬. 그 밑에 펼쳐져 있는 검푸른 녹음. 깊은 밤의 고요함. 쳐다보는 이 몇 안 될 이 밤에 저 하늘의 장관은 뭘 말하는 것일까?

 포근하고 따뜻하게 나를 비추고 있지만 나에게 읽히는 것은 더욱 크게 다가오는 상실감과 슬픔뿐이다.

 돌아와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유튜버 소설이 다정한 친구가 되어 꿈나라로 이끌어 준다. 설핏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언뜻 잠이 깼다. 여태 머리맡이 환하다. 머릿속도 바로 환해진다. 전광판 시계는 2 : 44라는 빨간 숫자를 고 있다. 환한 빛에 이끌려 다시 창문가로 다가갔다. 잠들기 전 바라보았던 하늘보다 훨씬 정돈된 분위기다. 깊은 밤의 한복판, 고요 속에 자리 잡은 정갈한 빛. 완전한 동그라미를 그린 달은 더 밝고 뚜렷해졌고 그 밑을 받치고 있는 한 줄 선명한 구름은 깔끔하니 단정하고 평화롭다. 세 시간이나 저 맑은 빛이 내 잠든 머리맡을 비추고 있었단 말인가? 그 긴 시간 동안 달이 저만큼밖에 움직이지 않았다는 말인가? 너무나 가까운 듯 그러면서도 너무나 멀리 있는 저 달과 구름. 그들이 보내고 있는 포근한 빛과 다정한 무늬.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이 땅의 것이 아닌 저 하늘의 것들이었다.


 이제 하늘과 땅으로 갈리는 것으로 우리 생의 한 막이 끝났다는 말인가? 맞는 말이다. 그는 떠나고 나는 남는 것으로 50년 한 세월이 막을 내린 것이다. 하늘은 하늘로 떠나고 땅은 땅으로 남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 견뎌내는 일. 어렵고 긴 여정이다.



기대어 있어요

슬픔이 잠들 때까지

이별 앞에 저 산은 언제나 흰 빛

시계도 숨결이 없는데

아주 작은 것에서 어두움이 스며 나오네


기대어 있어요

슬픔이 잠들 때까지

아름다운 추억은 언제나 물 빛

바람도 잠자는 호숫가

지난 우리 이야기 듣는 이도 없이

잠길 듯 잠길 듯


산울림 <순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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