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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Dec 25. 2023

품고 있는 날개

크리스마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딱히 좋은 기억이 있는 특별한 날이 아니다.


첫째 딸이 즐겁게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나에게 질문한다. 엄마는 어렸을 때 산타할아버지에게 무슨 선물을 받았었냐고.

나는 대충 책을 선물 받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친오빠와 나는 한 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첫 크리스마스는 초등학교 시절이다. 산타할아버지에게 강아지를 선물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잠이 들었다.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게 머리 위에는 작은 양말이 아닌 베개커버를 놓고.

갑자기 누가 손을 밟아서 아파서 잠에서 깨어났다. 술에 취한 아빠가 내 손을 밟은 것이었고 얼른 자라며 혼냈다. 내가 잠들지 않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안 오실까 봐 다시 잠들었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머리 위에 있던 베개커버 안에는 만원짜리 한 장이 들어있었다. 오빠도 똑같이.

실망한 나와 오빠는 멍하니 돈을 들고 있었고 엄마는 우리 돈을 뺏어갔다. 저금해 준다며.


아이가 있는 지금,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첫째가 한 살 일 때는 집에 너무 돈이 없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20불(2만원 정도)을 빌려서 선물 하나를 마련해 줬다. 그 후 시간이 많이 지나서 첫째가 6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그래도 오늘을 위해 돈을 모으고 미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사서 포장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다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다.

2024년도 크리스마스에는 지금보다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지길 희망하고 우리 가족이 건강하길 기도한다.

우리는 잘될 거다! 내년에는 더 좋아진다고 믿는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년도에도 정말 수고 많으셨고

2024년도에는 더 건강하고 즐거운 일이 많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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