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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Jan 08. 2024

품고 있는 날개

캐나다로 유학 준비 시작

사직서를 내고 난 후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성적과 졸업 증서들을 영문으로 준비하고, 병원투어를 하며 스스로 건강을 확인하는 중요한 일들을 했다. 치과 검사까지 다 마치고 비행기 타기 이틀 전에 문제가 터졌다.


갑자기 사랑니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치과에서도 문제없다고 확인을 받은 이가 갑자기 아파오는 것이다. 밥을 먹다가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아마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보다 하면서 다시 치과진료를 받으니 매복되어 있는 사랑니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대학병원에 예약을 잡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우울함에 유학원 과장님과 상의를 했고 과장님은 해외에서 이가 아프면 돈도 많이 나가고 고생이니 차라리 비행기표를 미루고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이대로 나는 또 주저앉아야 하는 것인가. 

워킹홀리데이도 취소되고, 이번에도 출발 날짜가 미뤄지다니. 

나는 해외에, 캐나다에 날 수 없는 운명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소식을 들은 엄마는 뛸 듯이 기뻐하며 얼른 캐나다행을 다 취소하고 그냥 한국에 있으라고 했다. 해외에 나가지 말라는 계시라며, 그냥 본인과 나의 운명을 원망하며 한국에서 평범하게 결혼이나 해서 살라고 했다.


일주일 뒤에 사랑니 발치를 위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퉁퉁 부은 얼굴로 하염없이 울었다. 

정말로 해외에 나가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가? 이 계시를 무시하고 캐나다에 갔다가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무서워졌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온 아빠는 내 부은 얼굴을 보더니 껄껄 웃었다.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졌네"

아빠의 눈에는 내 눈물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유학원을 소개해줬던 두 번째 남자친구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밤에 전화가 왔다. 

전 남자친구는 내가 유학 가는 날짜를 어떻게 알았는지 이제 곧 유학을 가냐며 물어본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가서 영주권 받으면 나 불러줄 거지?”

“야! 미친놈아. 다른 여자들이랑 그렇게 붙어먹었으면서 어디서 낯짝두껍게 불러달라는 소리가 나오냐. 양심도 팔아먹었냐?”

라고 소리를 질러주고 싶었지만 퉁퉁 부은 입과 턱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젠장.


내가 기필코 캐나다 간다! 가서 돈도 벌고 영주권도 받아서 당당하게 살 것이다! 

또 다른 시련이 와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두고 봐라.


그런데 정말 나는 캐나다에 갈 수 없는 운명인 건가.

이렇게까지 내가 해외에 나가지 못하게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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