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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Jan 22. 2024

품고 있는 날개

홈스테이

내가 홈스테이를 한 곳은 운이 좋게 캐네디언 가정집이었다.

내가 운이 좋다고 표현한 이유는 일단 홈스테이는 필리핀 사람들이 주로 많이 한다. 돈 때문이다.

돈 때문에 하는 집에서는 캐네디언 삶이나 연휴 등 많은 경험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본인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홈스테이 학생을 챙겨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홈스테이 아빠는 은행의 매니저였고, 홈스테이 엄마는 실내인테리어를 하는 개인사업가였다. 딸 둘과 아들 하나 그리고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첫째 딸이 오타와에 있는 대학교에 가게 되어서 그 딸 방이 비게 되었고 그래서 홈스테이를 신청했다고 했다. 내가 첫째 딸 방을 사용하였다. 


홈스테이 아빠는 정말 잘생긴 백인이었다. 어렸을 적에 캐나다로 이민을 왔는데 본인 아빠는 트럭운전 사였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도 트럭운전을 하려고 했는데 아빠가 공부해서 머리 쓰는 직업을 잡아야 한다고 했고 그래서 대학교를 나오고 은행에 취직했다고 했다. 은행 매니저는 월급도 많았고 시간도 많았다. 취미로 하키를 해서 운동도 열심히 했다. 나는 맨날 집에서 집안일만 하고 있어서 백수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능력자였다.

출근할 때 머리를 단정히 하고 정장을 입은 모습은 영화배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잘생겼다.

처음 어학원에 가는 나를 위해 일요일에 같이 어학원도 가주고 어학원 근처에 있는 가게들을 알려주며 어디에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근처에 있는 도서관도 같이 가줘서 공부를 하기 좋은 장소도 찾아주었고, 마트에서 점심을 사 먹는 것 등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홈스테이 엄마는 예쁜 금발의 백인이었다. 어렸을 때 이민을 왔고 중학교 때 만난 홈스테이 아빠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나랑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해 줬다. 본인 친구들과 파티가 있을 때나 사교모임이 있을 때는 항상 나를 데려가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실내 인테리어를 하고 있어서 인테리어에 필요한 물품이나 그림을 보러 갈 때도 나를 데려가주었다. 장을 볼 때에는 내가 한국음식을 그리워할까 봐 한국음식도 사라며 챙겨주었다.


첫째 딸은 금발에 키가 작고 귀여운 친구였다. 정치학을 전공한다고 했고 똑똑했다.


둘째 딸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금발에 키가 큰 모델같이 예쁜 친구였다. 하키를 하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막내아들은 중학생이었다. 잘생기고 시크했다. 퉁명스러웠지만 물어보면 다 대답해 줬다.


검은 고양이는 밤에 항상 내 방에 와서 같이 자거나 조용히 큰 집안을 돌아다녔다. 나보다 영어를 더 잘 알아들어서 부러웠다.


나 말고 파나마에서 온 다른 홈스테이 여학생도 있었다. 이 친구는 19살이라고 했는데 키가 나보다 훨씬 컸고 골반은 나보다 3배는 더 컸다. 언니 같았다. 영어를 잘했고 활발한 친구였다.


홈스테이 집은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었다. 그래서 어학원에 갈 때 좋았다. 그런데 스트릿카(Street Car)가 지나갈 때는 시끄럽고 집이 진동으로 떨렸다. 만약 내가 예민하거나 잠귀가 밝았다면 이 집에서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둔하고 잠을 잘 자서 스트릿카의 소음이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홈스테이 집은 지하, 거실, 안방이 있는 층, 내 방이 있는 층 이렇게 총 4층이었다.

내 방과 둘째 딸의 방은 마주 보고 있었고 그 사이로 짧은 복도가 있었고 복도 끝에는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면 오른쪽에는 엄마, 아빠의 방이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아들방, 그 옆에는 화장실, 파나마에서 온 친구의 방, 가장 끝에는 넓게 홈스테이 엄마의 개인서재가 있었다. 


아들방과 안방 사이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앞에는 현관이 있고 그 현관 왼쪽에는 가족들의 공간이 있었다. 책꽂이와 소파 그리고 소파들 사이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고 동그랗게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주로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등 생활을 했다.


가족들 공간 왼쪽으로는 거실이 있었다. 그 거실에는 8인용의 커다란 식탁과 의자가 있었고 식탁 오른쪽 끝에는 그릇을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진열장이 있었고 식탁 왼쪽 끝에는 나무를 태울 수 있는 Fireplace가 있었다. 겨울에 여기에서 나무를 태우면 집이 훈훈해져고 장작 타는 냄새가 좋았다.

커다란 진열장에는 다양한 그릇과 접시, 컵, 와인잔, 샴페인 잔 등이 있었다. 친척들이 다 모이는 저녁시간에 이 진열장에 있는 접시들을 사용했다. 종류와 개수도 많았다.


진열장 옆에는 문이 있고 그 문은 키친으로 이어졌다. 키친에는 요리할 수 있는 주방용품들이 다 있었고 동그란 식탁이 창문 쪽에 있었다. 아침이나 간단한 저녁 등은 이 식탁에서 먹었다.

아침마다 이 식탁에 앉아서 창문을 보면 뒷마당이 보였는데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뒷마당에는 눈에 덮인 잔디와 작은 창고가 있었고 그 끝에는 Garage가 있어서 그 안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았다.


키친 끝에는 문이 있어서 반층 내려가면 뒷문이 있어서 마당이 있는 뒷마당으로 나갈 수 있었고 반층 더 내려가면 지하가 나왔다. 우리는 현관문보다는 이 뒷문을 더 많이 사용했다.

지하에는 오른쪽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고 그 반대쪽에는 커다란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그 끝에는 큰 TV가 있었다. 가끔 가족끼리 Movie Night을 할 때 여기에 모여서 영화를 봤고 테이블에 과자와 과일, 아이스크림, 맥주와 와인 등 먹고 싶은 주전부리를 먹으며 영화를 즐겼다.

세탁기와 건조기 뒤쪽에는 화장실이 있고 TV뒤쪽, 화장실 맞은편에는 홈스테이 아빠를 위한 운동기구들과 홈스테이 엄마를 위한 요가 운동용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창고처럼 있어서 간식이나 화장지 등을 정리해 놓았다.


나는 맨 꼭대기 내 방에서 지하실까지 열심히 왔다 갔다 하며 캐나다 집에 적응하고 있었다.

한국은 옆으로 넓은 구조라면 캐나다는 뒤로 높은 구조라 계단이 항상 많았다.

고생한다 내 관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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