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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Jan 26. 2024

품고 있는 날개

일본친구

어학원에서 한 일본남자애와 친해졌다.

그 친구는 하얗고 귀엽게 생겼는데 꼭 짱구에서 나오는 흰둥이를 닮았다. 머리카락도 꼬불꼬불 파마를 해서 그런지 더 비슷하고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이 친구는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로 왔다고 했다. 일본의 스타벅스에서 5년 정도 일을 한 친구였고 캐나다의 스타벅스에서 경력을 쌓고 일본으로 돌아가서 스타벅스 매니저를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친구였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가 레시피가 똑같으니 이 친구처럼 경력이 있는 친구는 캐나다에서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이런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좋았을걸. 흘려버린 시간이 다시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친구는 본인이 만든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다니며 학원이 끝나면 스타벅스 매장을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돌리고 본인을 홍보했다. 대단한 친구였다.

이 친구 말에 의하면 워킹홀리데이로 왔으면 캐나다에 오고 몇 개월 내에 직장을 잡아야만 한다고 했다.

(2014년도 이야기다.) 그런데 직장은 안 잡히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조급해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응원했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친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 친구는 직장을 잡아야 하는 기간을 이틀을 남기고 겨우 한 스타벅스에 취직할 수 있었다.

음료를 다 만들 줄 안다고 하지만 영어가 서툰 직원을 아무도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 친구는 매니저에게 간절하게 호소했고 매니저 옆에 있던 한 캐네디언 직원이 본인이 이 친구를 옆에서 열심히 가르칠 테니 한번 채용해 보자고 했고 그 직원 덕분에 일본친구는 드디어 취직할 수 있었다.


취직의 기쁨도 잠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던 일본친구는 울면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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