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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Feb 02. 2024

품고 있는 날개

세 번째 부인

멕시코에서 온 친구는 활발하고 재미있는 친구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기 전에 잠깐 캐나다에 온 것이다. 예쁜 약혼자가 있었다. 자랑스럽게 항상 약혼녀의 사진을 보여주고 다녔다.


이 남자애를 좋아하는 일본 여자애가 있었다. 이 여자애는 정말 귀엽게 생겼다. 그리고 직설적이었다.

멕시코 남자애가 마음에 들자 그 남자애가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다녔고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멕시코 친구는 약혼녀가 있다며 항상 이 일본 여자애를 밀어냈다. 그러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했던가.


술자리에서 이 친구들은 키스를 했고 한번 시작된 키스는 다음 단계까지 순조로웠다.


그렇게 일본 여자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멕시코로 돌아간 이 남자애는 약혼녀와 결혼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한 번은 어학원 수업이 다 끝나고 친구들과 인사를 하는데 한 사우디 아라비아 남자애가 나에게 이제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장난으로 

'네 마음속' 이러면서 그 남자애의 심장으로 다이빙하는 시늉을 했다.

이게 그 남자애(압둘)에게 먹혔나 보다.


그다음 날부터 압둘은 내가 수업하는 데에 와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수업이 일찍 끝나면 내 강의실로 와서 문에 있는 창문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강의실 안에서는 마치 액자에 압둘이 있는 것 같았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나를 보러 왔고 오죽하면 압둘이 나타나면 친구들이 '니 압둘 왔다. 액자압둘'이라고 불렀다.

한 번은 액자압둘이 나에게 본인 나라에서 본인이 취미로 키우는 공작, 낙타 등을 보여주며 본인의 세 번째 부인으로 나를 삼아주겠다고 했다. 

TV에서나 보던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진짜 사람일은 모른다더니. 신기하다.

내가 한국에서만 뚱뚱하고 못생겼지 외국에서는 먹히나 보다.


나에게 뻥 차인 압둘은 그다음부터는 내 강의실에 오지 않았다.

여전히 해맑게 다니며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즐거웠다 압둘.

이놈의 인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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