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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Feb 10. 2024

품고 있는 날개

안녕, 토론토

관광객 모드로 열심히 캐나다의 토론토를 즐기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언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고(아빠의 지원이 끊기면 돈이 없으니 무조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캐나다에 올 때 편도가 아닌 왕복으로 끊었었다. 일 년 뒤에 다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티켓이었다.) 만약 영주권을 받지 못한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이기에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캐나다를, 그리고 토론토를 즐기자. 나의 경험들은 나중에 나에게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돈이 많지 않았던 나는 인터넷을 뒤지고 도서관 직원들에게 물어보아서 어떻게 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다녔다.

그 당시 도서관에서 매달 초에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을 선착순으로 도서관 앞에서 나눠주었다.(지금은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 좋은 세상이다.) 공짜티켓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한 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토론토 동물원 이라던지, 아쿠아리움 등 무료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CityPass라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 5군데를 모아놓고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도 있었다. 이런 건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아트갤러리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이후에는 무료입장이었다.


이렇게 최대한 무료입장이나 할인권을 알아보며 관광을 즐겼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도서관에 정보가 많다. 그러니 만약 캐나다에 대해서나 이벤트, 행사, 혹은 정착서비스 등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도서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보자. 직원이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도와주려고 정보를 같이 찾아줄 것이다. 이건 나중에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알게 된 꿀팁이었다.


입장권 비용은 이렇게 아끼고 먹을 것 비용은 최대한 아끼려고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다.


마트에서 주로 50% 할인이 붙어있는 과일이나 고기만 샀고, 과자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할인을 해줬다. 이런 재료들을 활용해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다니며 돈을 아꼈다.(사실 나는 요리를 못 하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식빵에 잼을 발라서 다닌 게 끝이었다. 과일들은 씻어서 가지고 다니고 고기는 굽기만 했다. 양념 들을 살 돈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한 번은 연어초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런데 토론토에도 초밥은 비쌌다. 마트에서 초밥코너를 기웃기웃거리다가 할인스티커가 붙는 시간이 되면 먹고 싶던 초밥을 사서 마트 앞에서 허겁지겁 먹었었다. 추운 날 밖에서 덜덜 떨며 추운 초밥을 먹고 체해서 며칠을 아파서 꼼짝없이 못 움직인 적도 있었다. 이런 할인되는 상품을 살 때에는 직원분이 할인가를 잘 적용했는지 영수증을 항상 확인해야 한다. 캐나다 사람들은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할인된 가격이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바로바로 가서 말해야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토론토의 생활도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컬리지 생활을 위해 배리(Barrie)로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배리에 집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직접 보고 봐야 하는데 언제 배리를 왔다 갔다 하나.

토론토에서 저렴한 집을 구하려다 보니 어학원에서 멀어지고 버스를 타고 왕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길거리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이상한 집주인들과 룸메이트들도 많았다. 두 달에 한번 꼴로 집을 옮기다 보니 시간도 많이 낭비되었고 나도 지쳤다. 그러니 배리에서의 집도 신중히 구하고 싶었다.


이번에도 홈스테이를 신청하기로 했다. 배리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으니 모든 게 모험이었다. 일단 학교에 홈스테이를 신청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몇 주 후에 배정된 집 주소와 홈스테이 호스트의 간단한 정보가 이메일로 도착했다. 내 짐은 이민가방 두 개가 전부였기에 토론토에서 배리로 짐을 옮겨주는 한인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드디어 배리로 떠나는 날이다.

나는 너무 가기 싫었고 솔직히 모든 게 무서웠다. 이제 조금 토론토에 적응했는데 다시 새로운 곳에서 컬리지라니. 그것도 하고 싶지 않은 안경을 이제는 해야 한다. 배리라는 곳으로 가기 싫다.

이런 내 마음을 모르는 라이드분은 나와 나의 짐들을 태우고 열심히 달리셨다.

8월의 날씨는 햇살이 따가우며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상적인 날씨였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운전해 주시는 분에게 말했다.

"좀 천천히 가시면 안 돼요? 저 진짜 배리로 가기 싫어요."

그러자 운전해 주시는 분은 나를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 고속도로예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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