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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Nov 06. 2023

품고 있는 날개

지하로 이사

내가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사이에 아빠, 오빠 그리고 나도 지하방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비록 지하방이었지만 내 방이 생겨서 좋았다. 

그 집은 화장실이 높았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화장실이 비슷하게 생겨서 사진을 가져와봤다.)

집 안에 있는 화장실 문을 열면 계단이 있어서 두 계단 위로 올라가야 화장실과 변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구조에 세탁기를 넣은 것이 참 신기하다.

내가 사는 지하집의 지상 2층에는 나와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여자애가 살았다. 

그 여자애는 부모님이 금은방을 하며 무용을 전공하고 있었다. 

대학교를 무용학과로 갈 목표로 공부도 열심히 하며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친구였다. 


반면에 나는 고등학교 진로상담을 할 때 부모님이 모두 참석하지 않아서 고등학교 진학서를 늦게 작성했다. 인문계는 학생수가 다 차서 나를 받아줄 수 없다고 했고 인문계 옆에 있는 실업계에 자리가 남는다고 거기에 들어가라고 했다. 그 실업계에서도 디자인과, 정보처리과, 관악과는 다 자리가 찼으니 남는 자리인 정보통신과로 가라고 했다. 비록 공부는 못 했어도 나도 인문계에 가고 싶었다. 오빠도 인문계에 갔고 나도 당연히 인문계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은 실업계뿐이라며. 

어차피 너같이 부모가 신경도 쓰지 않는 애들은 인문계에 가도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니 실업계에 가서 빨리 돈이나 벌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원하지도 않은 학교에 처음 들어보는 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어른들의 시선도 같았다. 

실업계 애들은 공부도 안 하고, 공부도 못하고, 공부에는 취미도 없는 날라리들만 모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복을 입고 다니면 어른들이 한심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들이 나는 싫었다.


주인집 아저씨는 엄마도 없고 실업계에 다니는 나를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분리수거가 잘 안 돼서 나오는 쓰레기는 무조건 우리 집에서 나온 것이라고 확신하며 쓰레기봉투를 들고 와서 나에게 따졌고 그 쓰레기봉투 주인인 2층 초등학교 동창 여자애는 내가 혼나는 장면을 창문에서 츄파춥스를 먹으며 구경했다. 


주인아저씨가 술을 먹은 날이면 밤에 우리 집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라고 소리를 질렀고 아빠도 오빠도 없이 혼자 있던 나는(오빠는 지방대학을 다녀서 학기 중에는 집에 없었다.) 혹시라도 문을 보조열쇠로 열고 들어올까 봐 불안해하며 문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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