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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Nov 24. 2023

품고 있는 날개

고등학교

남들이 실업계에 다니는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까 봐 나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시험점수 평균이 85점이 넘으면 아빠가 다니는 직장에서 장학금이 나왔다. 

나는 3년 내내 두 곳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한 곳은 아빠 직장에서, 그리고 다른 한 곳은 학교 내에서 주는 성적장학금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밤까지 모든 티비를 봤고 나머지 시간은 밤을 새워서 공부를 했다. 

아빠가 집에 안 들어와서 내가 혼자 자는 날은 혹시라도 불을 끄고 잠들면 주인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올까 봐 무서워서 밤을 새워서 공부를 한 적도 많았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티비내용을 말하며 텔레비전을 보느라 공부를 하지 못했다며 엄살을 부렸고 시험은 잘 봤다. 

한 페이지가 넘는 국사 수행평가도 달달 외워서 오타 없이 똑같이 작성했다.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부르더니 학교로 상장이 왔다고 했다. 

하나는 서울시청장이 주는 상이고 다른 하나는 구청장이 주는 상이라며 나에게 하나 고르라고 했다. 

담임선생님은 내가 무슨 상을 고르던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빨리 하나씩 애들이 골라서 이름을 쓰고 교장에게 제출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구청장이 주는 상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구청장이 주는 상은 상장뿐만 아니라 문화상품권도 3만 원이나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선택으로 서울시청장이 주는 상을 받은 친구는 지원한 대학교에 수시로 붙었고 구청장이 주는 상을 선택한 나는 수시지원한 대학교에 떨어졌다.


상장을 받는 날에도 나는 혼자 학교소재의 구청장으로 가서 상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이 와서 꽃다발도 받고 구청장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외식을 하러 가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편 나는 조용히 혼자 상을 받고 갈 곳이 없어 다시 학교로 갔다.


교실에 들어가니 3교시 수학시간이었다.

마침 쪽지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나는 깜빡하고 시험준비를 못했다.

쪽지를 받고 칠판에 수학문제들이 있는데 어떻게 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처음 보는 문제들이 칠판에 가득 쓰여있었고 당황한 나는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제출했다.

내 쪽지를 보고 선생님은 화가 나서 나를 앞으로 나오라고 한 후 당구큐대로 나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맞은 엉덩이가 아팠는지, 상을 받은 날 가족들과 외식을 못 해서 마음이 아팠는지, 

아니면 상을 받는 기쁜 날에도 나는 엉덩이를 맞아야 하는 현실이 슬펐는지 모르겠지만

아픈 엉덩이를 부여잡고 울며 자리에 앉았다.


그날 나는 상장을 구겨버렸고 내 마음도 구겨졌다.

최우수 청소년은 무슨.

서러웠다.


*몸이 아파 연재가 미뤄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조만간 아팠던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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