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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생각]

내가 한 잘못을 내가 모두 알고 있을까

by 웃사생

영화에서 보면 잘못한 것이 전혀없는 용의자를 절묘하게 설득해서 잘못을 인정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저렇게 쉽게 속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무섭다고 느낄까.

사회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외)에서 소개된 사례를 살펴보자.

사울 카신과 캐서린 키첼은 완전히 결백한데도 위조된 증거를 보고 자신의 유죄를 확신하고 인정하는 용의자가 있지를 찾기 위한 실험을 고안해냈다. 이 연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컴퓨터로 과제를 수행하다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으로 비난받는 상황에 놓였다. 모든 자료가 다 지워질 수 있어 누르지 말라는 경고한 버튼을 눌렀다는 이유였다. 연구자는 화를 내며 학생에게 죄를 자백하고 진술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죄가 없는데도 서명한 학생은 얼마나 될까. 결과는 연구의 2가지 특징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첫째, 빠른 정보로 과제를 수행하면서 인지적 부담을 가졌던 참가자들이 부담이 없던 참가자에 비해 죄를 83% vs 62%로 높았다. 사람들은 혼란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외부의 영향에 더 취약해진다.

둘째, 참가자의 절반은 다른 참가자로 위장한 연구자가 지켜보는 상황에 놓였다. 참가자가 금지된 키를 누르는 모습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가짜 목격자의 증언에 말려든 참가자들은 그러지 않는 사람에 비해 죄를 인정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94% vs 50%). 이 2가지 요소를 결합한 결과는 엄청났는데 인지적 부담을 느끼는 동시에 가짜 목격자에게 지목당한 학생 100%가 잘못을 인정했다. 훨씬 무서운 점은 실험이 끝난 이후에도 이들 대부분이 자백한 대로 믿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의 정신이 취약한 상태가 되었을때 다른 사람의 관점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쁘고 어수선하고 정신적 취약한 상태일때 우리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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