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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생각]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

by 웃사생

중국의 고대 병법서인 '무경칠서'중 2서가 육도삼략인데 그중 삼략에 들어 있는 문구인 '유능제강'을 우리말로 해석한 것이다. 우리들 일상에 널리 알려진 문구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지고 있는 글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하여 물은 바위를 이기고, 곡선은 직선을 이긴다고 말한다. 혹자들은 여성은 부드러움에 강함은 남성에 비유하여 부인을 이기는 남편은 없다는 말로 표현하고는 한다.

유능제강은 병법서에 들어있는 문구이니 전쟁의 핵심인 머리씀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에서 부드러움과 강함은 과정과 결과의 은유적 표현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매끄럽게 일처리를 하는 친구들과 전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억지로 밀어부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계획한대로 그리고 순리대로 진행될때 우리는 부드럽다고 말한다. 심지어 골프스윙을 할때도 부드럽게 치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러나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억지로 진행할때 우리는 강하게 밀어부친다고 말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은 결국 계획대로 프로세스대로 진행하는 것이 임시적이며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것을 능가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삼국지의 재미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장판교 전투이다. 유비군은 신야성 전투에서 패해 피난을 가게 되고 그 유명한 장판교에서 장비 홀로 조조의 40만 대군을 맞이하여 서있는 장면이 나온다. 조조는 일기단신으로 서있는 장비를 큰 전략의 일부분으로 판단하여 공격을 멈추게 된다. 이렇게 지체하는 사이 유비군은 무사히 퇴각을 하게되고 장비는 장판교에 불을 지른 후에 퇴각을 한다. 불타는 장판교를 보면서 조조는 더이상의 적군이 없음을 확신하고 추격을 계속한다. 두번째는 제갈량이 북벌공략을 실패하고 한중으로 돌아오던 중 사마의가 이끄는 적군을 만나 사상지역의 성으로 소규모 병력을 이끌로 퇴각하는 제갈량의 공성계로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제갈량은 성문을 열어놓고 거문고를 타면서 사마의를 혼란에 빠트려 무사히 퇴각한다는 것이다. 장판교와 공성계를 비교하면 다리가 성문으로, 장비가 제갈량으로, 조조가 사마의로 바꿨지만 거짓으로 적군을 속이고 무사히 퇴각한다는 내용이다. 장판교의 장비는 무모함과 강함의 대명사로, 공성계의 제갈량은 계략과 부드러움의 대명사로 우리는 평가한다.

왜 그런 것일까.

제갈량은 발생한 상황에 대해 전체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대로 움직였으나, 장비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장비는 장판교를 불태웠으나, 제갈량은 성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국지를 읽어본 분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대로 계획한대로 움직이면 자연스럽고 부드러울 수 밖에 없다. 계획한대로 움직이니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부드럽다는 것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계획한 바 대로 진행되니 여유롭고 배려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성문을 열어놓고 거문고를 타는 강심장을 가진 제갈량을 누가 약하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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