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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Jan 01. 2023

좁은 소견머리---너무 폭 빠지면 안된다

좁은 소견머리---너무 폭 빠지면 안된다

2004


살다 보면 좋아하는 일만 자꾸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만 자꾸 찾게 된다. 거기에 빠져버리

면 헤어나기 어렵다. 건전한 취미 오락도 선을 넘으면 패가망신한다. 좁은 지식으로는 뒷북만 치

거나 남들은 다 아는 것을 뉴스인 양 말한다. 빠진 사람은 적극적으로 건져내야 하고, 사랑의 매

를 대서라도 정신차리게 해야 한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신념이라는 불확실한 믿음에 대하여

근간에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린 지 모를 만큼 나의 지식이 짧은 것을 한탄하게 된다. 정치 얘기를 들어보면 어느 쪽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두 패로 갈라져서 신념을 가진 듯 결사적으로 그 편을 든다.  


TV에서 본 북한의 어느 아낙네가 “남조선 인민들이 불쌍하다”고 말하던 그 표정은 확고하고 신념에 가득 찬 자신있고 단호한 말투였는데, 북한 사람들은 곧이 듣겠지만 우리가 보면 어처구니없고 바보스러운 인간이다. 북한 여인처럼 확신보다 더 강한 믿음 또는 거의 믿음에 가까울 정도로 우릴 불쌍하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 여인이 불쌍하지 않은가?

이래저래 뭐든지 너무 푹 빠지면 안된다. 다른 쪽에서 보면 반대쪽은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남의 정치를 존중해줘야 내 정치도 존중받고, 남의 종교를 존중해 줘야 내 종교도 존중받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함부로 단언하지 않아야, 남도 나를 대강대강 덤벙덤벙 나를 가벼이 다루지 않을 것이다.


나를 돌아보기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자신이 뭐를 잘못 알고 있는 건 없는지 자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한 군데에 너무 푹 빠져 광신자에 그친다. 어떤 사람이 술, 대마초에 빠지거나, 노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해 패가망신하는 상황을 가끔 접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 욕할 것 하나 없더구먼. 

나도 한 때 퇴근 후에 고스톱을 안 치면 팔이 근질근질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노름까지는 아니었지만, 젊은 날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냈으니, 내 분수를 모르고-내 처지를 모르고-단지 “내 스트레스 푸는 일인데 뭐 누가 뭐래?”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럴 시간에 독서를 했든지, 공부를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 지 후회막급이다. 


“저 친구는 맨날 고스톱이나 쳐서 직원들 돈 뽈가 먹는다며?”


그것이 상급자가 나를 평가하는 말이 될 뻔했다. 참담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그러다가 전근발령으로 다른 데 가서는 화투를 딱 끊었다. 마치 내가 담배를 단 칼에 탁 끊었듯이 고스톱도 그냥 끊었다. 화투도 멤버가 되어야 치는데, 치는 사람도 없었고, 노는 문화가 달랐기 때문이다.   

사람에 빠진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직장 내부 직원 편애도 콩깍지 씌기는 마찬가지다. 믿고 빠진 그 대상자가 건전한 사람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동량이 된다면, 그런 콩깍지는 백 번 씌어도 좋지만.


빠진 사람 구출작전은 적극적으로!

수렁에 빠진 사람을 보면 갑갑하다. 옆에서 지적해 주어도 고집을 부리며 말을 안 듣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구출노력을 해야 한다. 수렁에 빠진 이에게는 밧줄을 던져 밖으로 끄집어내는 적극성이 필요한 것이지, “야! 위험하니 수렁 근처에 가지 말랬잖아!”라고 고함쳐야 소용없다. 뺨을 한 대 갈기더라도, 정신차리게 만들어야 한다.


40년이 넘은 일인데, 너무 심하게 결근이 잦은 직원에게 무단결근 처벌을 하겠다고 했더니, 노조위원장을 모시고 와서 사과하며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위원장은 나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지만 그의 부탁마저 거부하고, 결국 ‘무단 결근 처리’를 강행했다. 내 마음도 아팠지만, 그 한 사람 때문에 애꿎게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민폐를 중단해야 했고, 이미 몇 차례 내 경고를 무시한 행위에 대해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줌으로써 삶을 제대로 살도록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일찍 퇴사한 그를 한 20년 후에 만났다. 여태 현직이었던 나는 인간적으로는 많이 미안했으나, 그 일이 그의 인생 행로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고, 공부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무엇에 빠져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어떤 일에 소비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창조적인 할 일이 많은데 말이지. 

특별히, 남의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불건전하고 비 생산적인 취미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많은 부하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을 수 있고, 그것 때문에 그 조직 전체는 누구도 모르게 망해갈 수 있다. 

눈에 잘 안 띄는 이런 저런 사풍(社風)이 건전한가를 반드시 확인-점검-감사(監査)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좋지 않은 풍조가 있을 때는 점잖게 타일러 그만하게 해야 한다.


사풍(社風)은 ‘지저분’하면 절대 안 되지만, ‘너저분’해져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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