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18. 2022

결혼36주년에

결혼36주년에

    2010


내가 여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 온지 63년. 그리고 아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결혼한지 36년이 되었다. 그 동안 10여 차례 결혼식 주례도 맡으면서, 여자요 아내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부가 어떻고…” 하는, 나로서는 겉이 번드르르한(?) 말은 주례사에서 거의 말하지 않았다. 원칙적인 말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며칠 전 천주교 성당에서 있었던 지인의 혼사에 참석하여, 그 긴 의식을 다 참관하고 나니, 남편과 아내 그리고 삶이라는 것에 대해 뭔가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결혼식장에서는 죽음에 대한 얘기는 금기시하는데, 신부님은 결혼예식을 집전하는 자리에서 늙어 죽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말했고, “남편은 좌변기에 서서 볼일을 보고는 뚜껑이라도 좀 닫고 나오라”는, 한국인의 지린내가 풍기는 듯한 평범한 얘기도 스스럼없이 했다. 


요 얼마 전에는 법륜 스님이 『엄마 수업』이라는 책을 냈다. 좀 웃긴다 싶었다. 엄마는커녕 비구니도 못된 스님이 엄마 수업이라니? 

하지만 그 글을 읽으면서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예비 엄마들이나, 이미 엄마이지만 새 아기를 임신한 내 딸도, 그 책을 사서 읽으면서 엄마의 소양을 더 키워 나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나 스님들 - 여자하고 한 번 살아보지도 않았을 양반들이 어찌 그리 여자요 아내에게 남편이 할 일을 자상하게 말할 수 있는지, 엄마로서 그 도리를 잘 하도록 책을 쓸 수 있는지, 물론 이런 저런 여러 상담을 통해 지혜를 터득했거나, 종교 철학의 힘이겠지.


이 책은 비단 엄마가 될 여자만의 책이 아니고, 남자도 읽어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 책에는 부부가 아이를 갖기 전의 마음 가짐부터 적어 놓았기 때문이고, 자식이 장성했다 하더라도 부부가 자녀에 대해 가져야 하는 마음자세 행동자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디 『남자 수업』이라든지 『남편 수업』이라도 있으면 나도 잘 읽어봐야 할 것 같다. 63세가 된 이제라도, 36년이나 같이 살아봤으면, 이제는 여자에 대해서 그리고 아내에 대해서 좀 알고서, 그리고 연구하면서 살아야 하겠다. 연구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말이다. 


*2022년 현재 

지금 만 칠십 네 살인 나는 그로부터 10년을 더 같이 살았는 데도 아직도 아내인 여자를 잘 모르겠다. 

아내는 왜 화장실의 휴지를 걸 때 

나랑 반대방향으로 거는지

?

아내는 왜 옷걸이에 옷을 걸 때 나랑 반대방향으로 거는지?

아내는 왜 내게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는지?

작가의 이전글 어울리는 자리에 고운 모습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