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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광화문 코미디

광화문 코미디

 2012


요 몇 달 간 광화문 현판 글씨 때문에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논란 중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극명하게 반대되는 두 칼럼을 읽고, 이것들이(?) 국민을 우롱하는 것 같아서 슬며시 부아가 치밀었다. 이렇게나 의견이 갈라져서야 어디 뭣 하나 이룰 수 있는 게 있어야지.

그 꼴들을 보자니 이 나라가 걱정스럽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무슨 우국지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전기를 만드는데 일생을 바친 몸이니, 이 정도 걱정은 할 자격은 있겠지?

현판 하나에도 이 지경인데, 굵직한 정치, 사회, 문화, 남북, 사상, 종교, 교육 등에서는 얼마나 많은 적대적 충돌, 대립적 갈등이 많으랴!

 외국인 눈치를 보자는 건 아니지만, 광화문 현판 논란을 보고 외국인들은 코미디라 하지 않겠는가? 내 생각에는, 새로 단 그 현판이 터서 좀 갈라졌기로서니 그게 왜 문제되는지, 물이 새는 도자기도 아닌데, 평소 성격이 좀 물렁한 성격인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그런 일이라면 그냥 눈감을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광화문 복원을 서둘러 작업한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인데, 나무가 좀 덜 건조되어 갈라졌기로 그게 무슨 문제일까? 수리해서 쓰면 되는 것을….

아무튼 기분이 좀 ‘갈라진’ 느낌이 들더라도, 보는데 지장이 없으면 그만 아닌가?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누가 꼭 시비를 걸자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현판을 한글로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원래 거기 있던 글씨를 복원한 것도 아니고, 새로 쓰는 수준이니까, 한글로 된 박정희 대통령의 한글 현판을 다시 달거나, 훈민정음에서 자체를 따다 쓰면 세종로의 세종대왕 동상이나 한글 특화지구 조성과 발맞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자로 쓰자는 사람들은, “한자로 써야 복원의 의미가 있다”고 하더니, “요즘 한자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까지 하며, 이 글로벌 영어시대에 왜 한글전용을 주장하느냐고, 거기다 영어도 개입시킨다. 현판 하나를 두고 한글, 한자논란은 너무 오래 가는 것 같다. 

최초로 걸었던 사람의 글씨를 찾지 못해 이런 소동이 난 것 같은데, 나는 오늘 신문에서 본, ‘조선조 말에 재수없이 나라 망한 때에 그 글씨를 쓴 사람의 글씨를 컴퓨터로 복원하는 것보다, 나라경제를 일으킨 박대통령 것이 낫다는 주장’에 동조한다. 

솔직히 박대통령 글씨를 붙였다가 떼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왜 다시 걸지 못한다는 것인지, 그 이면에는 우리 나라에 있는 그 분 글씨는 다 떼어버리자는 것은 아닌지 이해가 어렵다. 이 생각은 반대론자들로부터 또 강한 반대에 부딪칠 것이 뻔하다. 이쯤에서, 두 의견을 가진 모두에게 필자가 새로운 두 개의 ‘코미디 안’을 가지고 강하게 ‘면박’을 주고자 한다.


제1안은 ‘현판 없는 광화문’이다. 

이렇게 되면, 동양에서는 유일무이한 문이 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세계만방에 “대한민국은 토론을 자유롭게 하므로, 모든 의견을 수렴하여 갈등이 없는 길을 택했노라”고 선전하는 것이다.

 제2안도 역시 모든 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인데, 광자는 처음대로 한자로 光, 화자는 한글로 화, 문자는 세계어인 영어로 Door라 표기하여 「光화Door」라고 쓰면 어떨까? 

세계 만방에 모든 주장을 다 수렴한 위대한 한국민이라고, 혹시 관광객이 몰려오지 않을까? 


 *2022년 8월 6일 현재 

내일은 광화문 광장을 새로 단장하고 공식 개장하는 날이다. 

1399년이니까 620여 년 전에 건축하고, 처음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가, 세종7년에 집현전 학사들이 광화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니, 3년 후면 만 600년이 된다.

光化란 원래 '왕의 큰 덕(德)이 온 나라와 백성을 비춘다’는 뜻을 가졌다는데, 오늘 4차산업혁명시대에, 통신도 6G를 말하고, 지구촌 사건들이 ‘時時callcall’ 세계인의 휴대폰에 뜨는 시대에서 한국이 큰 역할을 하니, “빛 광(光)자를 써서 光化라 명명하신 영명하신 분들의 지혜에 탄복한다. 광화는 한자를 바꾸면 많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중에서도, 光化야 말로 빨리빨리 우리 한국인의 성정에 딱 맞는 代表語라 본다. 이런 의미에서 광화문 현판은 한글로 써야 함축성이 크다.

광화문이 있는 세종대로, 이 길이 용산까지 뻗으면 좋겠다는 시를 썼던 것처럼, 나는 ‘광화문 활짝 열어’라는 제목의 시에서, 흥과 풍류와 자유의 이 땅에 K-wave 펼치자고 했다.

나도 새 단장 광화문 광장에 꼭 나가, 즐겨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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