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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1등을 축하해주는 2등

1등을 축하해주는 2등

 2010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지 2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 때의 감동이 생생하다. 

1등을 한 김연아는 자신의 경기에 얼마나 만족했으면 그냥 울어버렸을까? 아사다 마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에 김연아 경기는 더 국민들에게 애간장을 태우게 했고, 그렇게 얻은 금메달이라 더욱 빛났다.

몇 번이나 불운을 겪었던 빙상 성시백 선수는 그래도 은메달을 두 개나 땄지. 올림픽출전 다섯 번에 메달 하나 못 건졌지만 이규혁은 빙상인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감동스러운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 올림픽 때 진선유 선수가 빙상대표로 뛰던 때는 어느 나라 선수도 가까이 추종하지 못하던 것을, 이번에는 중국의 왕멍이 진선유 역을 재현했다. 

오! 노! 미국의 오노 선수는 한국 김동성 선수와 썸씽이 있기는 했지만, 그가 정말 스케이트를 잘 타는 선수임이 이번에 그의 건재함으로써 밝혀졌다. 


경쟁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게 마련이지만, 대승적으로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승리자를 축하해 주는 장면은 참 아름답다. 

지난번 올림픽 유도에서 한 판으로 우승한 최민호 선수가 한을 푼 듯 엉엉 울 때, 그 한 판으로 진 오스트리아의 파이셔 선수가 덤덤하게 최민호를 위로하던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런 패배자는 앞으로 더 큰 기량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장담한다.

1만 미터라는 빙상의 마라톤에서 우승한 우리 선수는 그보다 기록이 더 빠른 선수가 실수하는 바람에 금메달을 이빨로 깨물 수 있는 행운도 따라줬는데, 시상대에서 그를 어깨에 태워 올려준 2,3등 선수들도 정말 아름다운 청년들이었다. 

왕멍처럼 2등상을 받으면서 1등에게 냉랭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옹졸하다. 그런 것은 어릴 때 내가 겪어봐서 잘 안다.

중학교 때, 교내 웅변대회에서, 나는 2등을 했다. 같은 반 김용호가 1등. 나는 그를 축하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실쭉해서 학교 뒷 산으로 도망간 내게 용호는 산에까지 찾아와 나를 위로해 주었는데, 나는 끝까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때 내 자신이 얼마나 속이 좁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두고두고 답답하다. 언젠가 용호를 만나게 되는 날 내 반드시 그에게 정중하게 사과할 것이다.


그로부터 50년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만물을 순리로 받아들일 수양이 되었는가? 한 마디로 아주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멀었다. 그래서 더욱 올림픽 영웅들이 훌륭하게 보인다. 

내 확신컨대 그들은 인생을 훤~~하게 살아갈 것이 틀림없다. 내가 나보다 더 잘 한 사람을 축하해 주면, 내가 잘 했을 때 남도 나를 진심에서 축하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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