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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8. 2022

직장생활 인연---나를 유심히 보는 사람도 있다

직장생활 인연---나를 유심히 보는 사람도 있다

 2022

 

한전에서 나를 유심히 바라본 사람이 있었다. , 공로자들

보령화력이 경영평가우수사업소로 뽑혔고

에게 산업시찰을 시켜줄 때 각 사업소에서 뽑힌 사람들을 버스에 태워 전국을 여행하며 인솔하던

사무직 간부였다. 짧은 며칠 동안의 여행 중에도 그는 나를 인상깊게 봤던 모양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으로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참으로 사람관계란 알 수 없고, 그러기에 누구

와의 만남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계속 이어지는 인연

한전 사무직 계열의 ‘이OO박사’는 나와 두 번의 인연이 있다. 

첫 번은,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 근무하던 시절에, 경영평가우수사업소로 뽑혀 산업시찰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알게 된 작은 인연이 이어졌다. 

두 번째는, 몇 년 뒤에 그가 영국에서 보낸 편지를 받은 것이다. 다음은 편지 내용 중 일부.


김수형 부장님!

---前略---공사의 해외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현재 영국의 Glasgow 대학 경영학 박사과정에 유학 중입니다---저의 논문 주제가 동서양 경영자들의 조직행위를 비교 분석하는---유능한 동양경영자가 직무를 수행하는 내용을 약 1주일간 기록 분석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後略


얼마 후에 그는 내가 근무하던 보령화력발전소를 찾아왔고, 꼬박 1주일 간 나를 관찰하다 갔다. 내게 특별히 묻는 것도 없이, 내가 사무실에서 하는 일들을 살피고, 내가 현장에 나가면 나가는 대로, 사무실 한 켠에 조용히 혼자 앉아서 미리 가지고 온 책을 읽고 있는 자세였다. 

내가 경영학박사학위 연구 대상자가 된 것은 영광이지만, 지금도 후회스러운 것은, 그가 극구 사양하는 통에 정말 밥 한 끼 같이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를 연구대상자 3명 중 하나로 선정해준 이에게 식사 한 끼 대접하지 못한 것은, 아무리 그가 사양했다 하더라도, 내가 꽉 막힌 갑갑한 중생이 된 것이다. 그가 고맙지만, 내가 과연 박사학위 취득에 필요한 경영학 연구 소재로 중간간부의 자격이 충분한지, 더 분발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갖기도 했다. 


내생각에, 아무래도 특정인을 대상으로 탐구하는 일은 학위취득에 결정적인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노파심이 일었다. 인터뷰를 해서 무엇을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책상에 앉아 결재하는 시간이 얼마이고, 회의, 교육, 현장에 얼마나 다녀오는가 등, 진짜로 무슨 일을 하기에 어떻게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 현장에 가서는 무엇을 보고 다니는지도 안 물으니, 그래서 순시의 내용을 알기 어려운 것일 테니, 오히려 내가 그에게 도움을 주려고 이것저것 내 자랑(?)을 늘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답답해진 내가 나서서 말을 걸고,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해 주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그가 학위를 받고 한전에서 승승장구한 것으로 알 뿐 더 이상 인연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로부터 12년이나 지난 어느 날. 나는 한국서부발전을 퇴직하여 두산중공업에 근무하고 있는데, 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세 번째 인연이다. 안부를 묻고, 거취를 묻는 과정에, 그에게서 놀라운 제안을 받는다.

“---OOO라는 나라는 잘 살지 못하고, 기술도 무척 낙후된 후진국 섬나라입니다. 이나라 정부에 가셔서 발전소 관련 일을 자문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물론 보수는 적습니다.” 


보령에서 후회스러운 인연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평생을 두고 또 후회할 답변을 하게 된다. “내가 퇴직하고 여기 와서 대우 잘 받고 재미나게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라며 거절하고 만 것이다.

당시 나로서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는 이유는 댈 수 있지만, 해외 진출을 통해 얼마나 크고 얼마나 더 보람있는 일을 이룰 수 있을지, 재능기부나 나눔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던, 마음이 각박한 시절이었으니, ‘약간의 생각할 틈도 없이 거절’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놓친 고기가 크다”는 말도 있지만,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모를 일을 놓친 상황인데,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거절한 ‘내가 너무 나다워’ 헛웃음이 나온다. 


직장에서 누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그저 내 일을 잘 하려고 애쓰면서 사는 단순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어떤 이가 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는 사실. 그것도 직급이 낮은 하급자가, 그것도 기술계열도 아닌 사무계열자가 말이다. 

이처럼 직장생활은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남에 의해서 묘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박사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사실은 잘 모르지만, 문제는 그 사람은 2만5천 명 사원 중에서, 세 명 중 나를 꼽았던 것이다. 

좋은 의미로 관심을 갖고 필요한 때에 생각에 떠올렸을 것 같은데, 그 일은 참 고맙지만, 맨 마지막에 ‘물욕(物慾)에 가득찬’ 내 모습에 크게 실망했을 것 같아, 그 직장 떠난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내가 너무 실망스럽다. 


내가 연구대상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자신이 없다는 말은 단순히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즈음 나는 내가 과거에 눈치도 없이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는 깨달음 속에서, 내게는 ‘통찰에 따른 전략 부재’를 가장 아쉬워하고 있다. 그런 나는 이 박사에게 미안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만약 네 번째 인연이 또 생긴다면 그 때는 내가 제발 좀 잘 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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