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보는 그때 그 이야기
세상이 멈췄다. 아니, 세상이 ‘딱’ 바뀌었다.
4살,7살 아이들, 한창 정신없던 나날이었다.
육아치어, 일에치어, 아침저녁 우당탕탕.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저 그런, 평범한 30대 주부.
그런데 어느 날, 내 다리가 ‘탁’ 주저앉았다.
정신없이 달리던 일상이,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춰버렸다.
놀랍게도, 그 멈춤이 내 인생에 먹구름이지만, ‘치유’로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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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새해 첫날의 잔소리
“야 너, 삼재야. 절에 불 켜야 해. 돈 보내.” 엄마였다.
나와는 애증의 티키타카 관계. 어흐....지겹다..
“엄마, 제발… 새해 첫날부터 왜 그래…정말”
두통은 이미 내 머리를 휘감아서 지끈지끈, 띵하고 울렁거렸다
쉴틈없는 내 뇌에게 엄마는 또 잔소리를 정성껏 진심을 가득담아 화려하게 던져준다 . 듣기싫어 죽겠는 소리를 친절하게 내 심장 한구석에 꽉 막아버린다
“돈이 나가거나, 몸이 고장 나거나 둘 중 하나래!”
으음… 기분 좋은 예언은 아니군. 이런 그지같은 소리를 들었으니 계속 마음에 남겠군..(ISFP...)
전화를 툭 끊으며,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그런 재수없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이 정도면 죽으라고 아주 악담을 퍼붓는거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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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했지.
한 반년쯤, 두통이 친구처럼 따라다녔다.
처음엔 참을만했다.
그런데 점점 강도를 높이더니 약도 점점 세졌다.
내 하루는 ‘육아 + 약’ 루틴.
아침, 점심, 저녁… 약 약 약.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 무해한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흐릿한 눈으로 해열제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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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귀에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열은 오르고,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왜 이렇게 지치지?’
먹는 낙으로 살던 내가 입맛을 잃었다.
몸무게는, 이상하게도 늘고 늘고 늘어서, 내 인생 최고 몸무게, 갱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미친듯이 운동을 시작했지만, 숨차고, 숨 막히고, 이상하게 더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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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시나리오…?
드라마라면 이제 반전이 나올 타이밍.
근데 진짜였다.
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낯선 이름을 가진 친구와 만나게 됐다.
그 순간부터, 내 세상은 새로 쓰이기 시작했다.
무섭고 아프고 혼란스러웠지만,
아이를 안고, 약을 삼키고,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던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앎’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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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났다.
때론 뾰족하게, 때론 유쾌하게.
하지만 무엇보다, 진짜로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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