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안도감보다는 두고 온 죄책감
어젯밤, 나는 도망쳤고… 누군가는 남겨졌다
너무너무 무서운 사람에게서 도망치는 꿈을 꿨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골목골목을 향해 내달렸고, 마침내 피투성이 땀투성이가 된 내 몸을 숨겨 겨우 살아남았다.
그런데, 왜 마음은 그 자리에 멈춰버린 건지 모르겠다
도망쳤다는 안도감보다 “놓고 온 무언가”에 대한 죄책감이 꿈에서 깨어난 나를 끝까지 붙잡고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미치광이 살인범에게 쫓기고 있었고 도망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기에, 당연히, 본능적으로 미친 듯이 도망쳤다.
하지만 함께 있던 사람이 나 대신 그 자리에 남겨졌고, 결국 그 미치광이에게 붙잡혔다.
그 사람의 얼굴표정, 땀범벅, 피투성이.. 그 미치광이가 둘러업고 갈 때 그 사람의 눈동자와 그 감정선까지.
꿈에서 깨어 버렸을 때 내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꿈인가? 꿈이지?
새벽에 잠시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생각했지만 맞다 그건 단지 꿈이었다.
하지만 너무 생생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무서운 건, 그 장면이 아니라 그 감정이었다
그 사람을 놓쳐버린 죄책감, 구하지 못하고 혼자 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마음.
가끔 꿈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준다.
말로 꺼낼 수 없는 감정, 인식조차 하지 못한 불안, 자기 자신도 모르게 밀어둔 죄책감.
살인범은 어쩌면 내가 피하고 있던 현실일지도 모른다.
감정, 책임, 갈등, 지쳐 있는 관계… 형체를 가지지 못했던 불안이 결국 어떤 ‘얼굴’을 하고 꿈에 나타난 걸지도.
도망친 나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자리에 남겨진 누군가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 꿈하나로 하루 종일 멍하게 일상을 지내고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서 도망치고 있을까. 혹은 누군가를 마음속에 남겨둔 채, 살아가는 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 말하지 못한 감정, 외면하고 있는 진심, 그때 꾹 눌러 담았던 나 자신에 대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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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혼란스러웠던 그 꿈은 사실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힘든 마음으로부터 도망치기보다 이제는 마주해야 할 시간이야."
놓고 온 게 사람이든 감정이라는 마음이든 그곳에서 도망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는 건, 마음이 단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 감정이 든다면 당신은 이제 준비가 된 단단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