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복 초상 (조영석)
공자는 자신을 내세우는 일이 없었다
조영복 초상 - 조영석 (출처 : 공유마당 CC BY)공자는 네 가지를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근거가 없는 짐작을 하지 않았고, 무엇이든 억지로 관철하지 않았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으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자한편 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자절사 무의 무필 무고 무아)
위의 구절에서 언급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억측, 독단, 완고, 아집이 됩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대게 위의 4가지 단어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나이가 많아지거나 경력이 쌓여갈수록 다른 사람의 얘기는 귀담아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 중에는 위 구절에 언급된 행위들이 습관처럼 몸에 달라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부로 생각하거나 행동을 하지 않는 태도는 겸손에서 출발합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말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었다는 뜻입니다. 이 구절은 공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명확히 알려줍니다.
인간은 보통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인색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합니다. 자신이 너무 어리석거나 미련하다고 인정하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나름대로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만약 정말로 바르게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불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단점과 결함을 제대로 알고 솔직하게 인정할 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부족하고 어두운 부분은 기피하면 할수록 떼어 내기 힘들어집니다. 찰싹 들러붙어 수시로 스멀스멀 고개를 들이밀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더 크게 자라납니다.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 제대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단점과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도 그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는 게 우선입니다. 흔한 것이고 그럴 수도 있다는 여유를 자신에게 심어야 합니다. 만만하게 보아야 극복하기가 쉽니다. 만만하게 보일 때까지 깊이 들어가 보고 자주 마주쳐야 합니다.
명문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조영석은 그림을 직업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렸는데 정확히 누구에게 배웠는지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는 인왕산 아래에 집을 짓고 관아재(觀我齋)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관아재는 ‘나를 바라보는 집’이라는 뜻인데 이것을 호로도 사용했습니다. 조영석은 언제나 4가지 욕망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살고자 하는 생욕(生慾), 먹을 것에 신경 쓰는 식욕(食慾), 출세를 지향하는 관욕(官慾), 재물을 탐내는 재욕(財慾) 등입니다. 어찌 보면 사람에게 당연히 있어야 할 욕망일 수도 있고, 조금은 욕심을 내도 크게 흠이 안 될 것 같지만, 그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조영석은 사물을 실제와 똑같이 그려내는 사실주의를 선호했습니다. 그는 그림에 참모습이 반영된 결과가 사실주의적 기법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성향 때문인지 그는 인물화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영석은 정선과 가까이에 살면서 교류가 잦았다고 합니다. 그는 정선의 산수화를 높이 평가하면서 인물화는 자신이 조금 더 낫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높았습니다. 인물화를 그릴 때 털과 머리카락 하나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왕이었던 영조는 조영석이 인물화를 잘 그린다는 얘기를 듣고, 어진을 그리라고 두 번이나 명령했지만 그는 어명을 듣지 않았습니다. 관직을 박탈당하고 감옥에 갇히는 처벌을 받고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왕에게 선비는 선비의 역할이 있고, 도화서의 일은 전문 화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조영석은 선비라는 자의식이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조영복 초상〉은 조영석이 친형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그의 인물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1999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예가로도 널리 알려진 조영복은 암행어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관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그는 왕의 인사 문제에 반복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다가 관직과 작위를 모두 빼앗길 정도로 강경한 인물이었습니다. 〈조영복 초상〉은 인물의 강직한 모습을 잘 표현한 그림입니다. 큰 귀와 굳게 다문 입에서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반면, 좌우가 다른 눈의 모양과 몇 가닥이 안 되는 수염은 사실주의적 표현의 반영으로 보입니다. 당시에 이 그림을 본 사람들은 실물과 너무 닮아서 놀랐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