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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 Feb 18. 2022

마파로 떠나기 전날

짐은 챙겼는데 마음이 안 챙겨져

저드에 대한 고시가 있다면 1차는 통과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공부해야지 결심했지만 육중한 하드커버의 책은 결국 서문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 바라던 마파를 가기 전날. 마냥 설레고 신날 줄 알았는데 입덧하듯 하루종일 속이 매스꺼웠다.


비행기로 두시간 남짓, 그리고 차로 세시간. 기껏해야 다섯시간 걸리는 거리. 미국에 살다보면 마파는 먼 곳도 아닌데 아주 먼 길을 가는 것 처럼 긴장이 되었다.


나의 기준을 넘는 무모한 도전이다. 나는 남들이 다 말리는 오미크론의 정점에 모험을 하지 않는다. 나는 차를 렌트해서 세시간을 운전을 한 적이 없다. 나는 뉴욕, 도쿄, 샌프란, 홍콩 처럼 빌딩과 매연, 소음, 대중교통, 복잡한 문명이 있는 곳에 가서 매일 이만보쯤 걷는 여행을 하는 전형적인 도시 방랑자(city wanderer)이다.


마파의 기온은 계속 떨어지고

그런 내가 마파를 간다. 여자둘이서. 안가야할 계절에. 며칠전부터 아침마다 마파 날씨를 확인한다. 이상 고온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와 반대로 기온은 더 떨어졌다.

"3월이나 4월로 옮기자고 할까?" 정신차리라고 비행기 체크인 알람이 울린다.


첫 아이를 낳으러 가는 기분이 이럴까?
(난 아이를 낳아보지 못했다.)
떠나면 다른 모습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당황스럽겠지만
나를 깨고 새로운 생명을 받아와야지.

코트, 패딩, 내복, 핫팩, 어그부츠, 모자, 장갑. 추위를 이길 국민 만병통치약 컵라면과 믹스커피까지 넣었다. 짐싸기 올림픽이 있다면 최소 국가대표. 짐은 완벽히 챙겼는데 마음이 챙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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