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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 Feb 18. 2022

저드의 섬, 마파로

아트러버의 버킷리스트가 된 텍사스의 작은 마을

마파는 섬이다. 물대신 땅으로 둘러싸인. 구글맵을 보면 엘파소에서 마파까지는 가느다란 길 외엔 온통 황토색 여백이다.

스타벅스 하나 없는 인구 1,800명의 
텍사스 서부의 시골 마을 마파는 
아트러버들의 버킷리스트가 되었을까?
바로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때문이다.

태초에 저드가 있었다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 저드는 20세기 미술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 중에 하나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미술 평론가, 화가로 활동했다. 1960년대에 특정한 사물(Specific objects) 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회화나 조각의 틀에서 벗어난 형태, 크기, 비율, 재질에 집중한 3D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예술작품엔 쓰지 않던 공업용 재료(알루미늄, 강철, 플라스틱, 플렉시글라스, 합판)을 사용한다.


40살이 되던 해에 위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회고전을 할 정도로 성공한 아티스트다. 미술관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알루미늄과 컬러 플렉시글라스 박스 작품은 그의 시그니처다.

Donald Judd, Untitled, 1967, Stainless steel and blue Plexiglas (출처: https://juddfoundation.org/)

승승장구 하던 1970년대 초 저드는 돌연 뉴욕을 떠나 서부 텍사스의 오지에 가까운 마파로 가서 집과 스튜디오, 미술관을 짓고 정착했다.


디아 비콘(Dia:Beacon)에서 만난 저드

저드에 대한 지식은 딱 위키피디아 수준. 2021년 6월 디아 비콘에 가기 전까지. 저드는 희미했고 마파는 멀었다. 디아 비콘은 디아 재단이 뉴욕 근교의 작은 마을 비콘에 27에이커의 나비스코 박스 인쇄공장을 개조해 만든 현대 미술관. 미니멀/컨셉추얼 아트 교과서가 있다면 나올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다있다. 그 중심에 저드가 있었다.


오와 열을 맞춰 있는 15개의 합판상자. 사진에 담아지지 않는 압도하는 스케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완벽하고 아름다운. 콘트리트 바다 위의 섬들. 미학적인 지식이 짧아 설명할 길은 없고 천국같았다.


마파엔 메탈 상자 100개가 놓여 있다던데  사이를 걸으면 어떨까? 저드의 집과 스튜디오는 어떤 모습일까? 운좋으면 만날  있는건가? 마파는 버킷리스트가 된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30년이 되어가는 줄도 몰랐다.



디아 비콘에서 돌아왔을 때 마파의 저드 재단, 치나티 재단은 코로나로 휴업상태 였다. 9월이 지나 다시 문을 열었다. 마파는 접근성이 나쁘다, 정보가 없다, 저드를 공부하고 가야지...미룰 핑계는 많았다.


“내년엔 마파에 꼭 가자.”


2022년의 새해 소망으로 마파여행을 느슨하게 결심하던 12월초 RM이 마파를 갔다는 뉴스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바쁜 BTS의 리더도 시간을 쪼개서 가는데. 미루지 말자. 여자 둘은 1월에 당장 마파에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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