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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ar and dear May 07. 2024

나의 글쓰기 도구

책상과 노트북 



첫 신혼집을 꾸리며 저의 로망 중 하나는 남편과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2인용 책상이었습니다. 

좁은 빌라이니 방마다 붙박이 가구를 설치하라는 시어머니 의견에 반박하지 못해서

원하는 형태의 책상은 아니었지만, 대신 방의 절반을 차지하는 엄청난 사이즈의 책장과 책상이 생겼습니다. 


각자의 자리에 스탠드를 설치하고 책장에는 전공서적부터 

연애 시절 주고받았던 책과 사진들이 빼곡했습니다. 

창가에 가까운 안 쪽 자리를 사용했고 매일 아침 블로그 글을 업로드하곤 했습니다. 

왜 이리도 제 자신에게만 엄격한지, 자유롭게 올리는 일상 폴더의 글도 몇 번의 검열을 해야만 

속이 시원했고 어떤 날은 몇 시간이 훌쩍 지나있기도 했습니다.  

업데이트하고 싶은 시간이 있는데 다른 일정이 있을 때면 미리 예약을 설정해두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핸드폰이나 태블릿보다는 데스크톱에 오래 머물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몇 년을 그 자리에 머물다가 큰 아이 임신 중기가 지나고 

임신 소양증이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절을 보냈습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읽을 수도 없이 가만히 있기에도 괴로운 나날들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너무 피곤하게 하며 살아와서 푹 쉬라는 하늘의 계시일까, 

그런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너무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엄살도 부릴 줄 모르고 힘든 순간을 말로 다 하기 힘든 저는 역시 기록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0의 상태가 되다 보니 순도 100%의 엄마가 되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다음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도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제 책상이었습니다.

방은 가질 수 없었으니 거실 한켠에 1인용 컴퓨터 책상을 설치했습니다.

윗 쪽에는 예쁜 선반을 달아 책장으로 사용하고, 좋아하는 오브제들을 올려두기도 했습니다.

얼마 못 가 아이들이 기어 다니고 tv장, 식탁 등 보이기만 하면 어딘가로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컴퓨터 책상의 의자를 딛고 올라가 키보드가 있는 책상까지 점령했습니다. 

멈추지 못하고 쿵 떨어지는 일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때부턴 집 안에 모든 의자를 없애고 접이식 의자만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제 자리는 점점 지분을 잃고 다음 집에 올 때는 급기야 책상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이와 펜을 구비해 두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아이들 책이 늘어나다 보니 어른들의 책이 자리 잡기까지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바닥에는 늘 유아용 책상이 있었고, 대신 큰 식탁이 생겼습니다. 

가족들을 챙기고 살피고 먹이며, 왜 제 자리를 찾아 앉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을까요? 

아이들이 6살, 4살이 되면서부터는 식탁으로 사용하던 큰 테이블을 거실 한가운데로 옮겼습니다. 

이곳에서 가족 모두가 앉아 식사를 하고 레고를 조립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뒤 드디어 테이블의 중앙에 앉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시절들을 보내며 아쉬움만 남은 줄 알았는데 그만큼 아이들은 자랐고,

제 안에 흐릿하긴 하지만 여러 개의 이야기보따리들이 생겨났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내 마음 같은 글들을 읽을 때면 위로가 됐고, 

과거형이었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식탁 위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스터디 카페에 종종 가게 되면서 무소음 마우스와 노트북 거치대도 생겼습니다. 

저에겐 머무는 장소와 상황, 무엇보다 쓰려는 마음이 가장 큰 도구입니다.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것을 선호하지만, 스치는 생각을 핸드폰 메모장에 써둔 글들이 이어지며 

예상치 못하게 글이 써 내려져가는 순간도 많이 있습니다.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아지며 요즘은 도움이 될 만한 여러 도구들을 생각합니다. 

이번주 글쓰기 수업에서 추천해 주신 책과 함께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매해야지, 생각합니다. 

독자가 없는 저에게 글쓰기 시간은 홀로 생각을 꺼내어 나열해 볼 수 있는 시간이고, 

망설이지 않고 제 책을 매주 살 수 있는 시간이고 

크지 않은 돈을 사용해 오로지 저만의 필요를 채워나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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