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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채집가 Dec 31. 2021

2021년이 나에게 남긴 것들

코로나,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2019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래도 2020년 시작됐으니, 만 2년을 코로나와 함께 했다.

2020년은 좀 정신못차리고 보냈다면, 2021년은 백신도 맞고 위드 코로나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올해의 ‘나’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승마를 시작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승마를 시작한지 몇년 됐다. 그 친구는 간간이 승마 예찬론을 펼치곤 했다. “당근을 오독오독 씹어먹는 말이 얼마나 귀여운줄 알아? 그 먹는 소리만 듣고 있어도 힐링이 된다.” 친구는 가끔 당근을 박스째 싣고 승마장으로 떠났다. “명품 가방엔 욕심 안나도, 그거 사는 셈치고 안장을 하나 샀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한번 따라가본 적이 있다. 말 위에서 느끼는 스피드와 활력! 그래. 그때부터 승마는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운동으로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올해 9월쯤인가. 친구와 맥주 한잔 하다가, 몽고에 가서 말을 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심했다. ‘그래! 바로 지금이야!’

결심의 배경엔 분명히 코로나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깨닫게 된 평범한 진리 하나, 미룬다고 미루어질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 내 의지가 있다 해도 코로나같은 사회환경적 요인이 있으면 꼼짝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찰나이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여지는 생각보다 적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다. 승마를 하고싶다는 마음을 미루지만 말고 바로 지금 해보자고 나섰다. 

비록 몇 번 하진 못했지만 시작이 반이다. 게다가 약간의 소질도 있어보이고 겁도 적은 편. 앞으로 말이랑 친하게 지내보자~


2. 클라리넷을 시작하다


사실 클라리넷은 2020년에 시작했다. 시작하자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닥쳤다. 오랜 중단 끝에 그래도 다시 시작했다. ‘소리가 참 좋다, 언젠가 한번 불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악기다. 교회에서 열심히 갈고 닦아 무대에 서다보면 실력도 늘어나겠지…?


3. 어 성경이 읽어지네


2020년에 이어 두번째 강의를 들었다. 거의 빠지지 않고 강의를 듣고 숙제를 하면서 성경을 읽어갔다. 지금까지 신앙생활에서 한번도 느끼지 못한 맥락을 알게 되었다. 소중한 기회였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4. 등산을 시작하다


집 가까운 천을산(1시간 정도)을 오른 것은 벌써  몇년이나 되었다. 작년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지인이 욱수골을 매일 갔더니 건강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욱수골(2시간 정도)을 가보고 싶어졌다. 혼자서도, 깨비와도 동행하며 욱수골을 갔다. 욱수골의 사게절을 오롯이 느꼈다. 장마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진 날도 있다. 폭염에서도, 추위에도 욱수골을 올랐다.

 

산에서 먹는 도시락. 계절에 따라 조금씩 메뉴는 바뀐다.

올라갈 땐 비록 헉헉거리며 올라가도, 우리만의 ‘정원’이라 부르는 곳도 있다. 펼쳐놓고 매번 맛난 브런치를 먹기도 했다. 왜 매번 힘든 걸까. 산을 좋아하는 서천석 선생님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다. 인생도 그러하듯 산행도 매번 올라갈 때마다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자신도 그러하다고.

그러다가 우리가 말로만 결심한 것을 드디어 실천했다! 10월엔 제주도 한라산 등반! 11월엔 가야산 등반! 둘다 쉽진 않았다. 한라산은 올라가는 길이 너무 가팔랐고, 우린 욕심이 너무 많았다. 물을 대체 몇통이나 이고 지고 간 것인지… 가야산은 가벼운 맘으로 오르기 시작했다가 초겨울의 눈을 만났다!

바위산인데다 눈이 내리니 미끄럽고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바람은 세고, 길은 미끄럽고, 사람은 없고… 정상에서 내리던 고요한 눈을 잊을 수 없다. 고요히 산으로 내리던 높은 곳의 첫눈. 고요하기 그지 없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 물이 한방울도 없었던 호수
가야산은 경치가 정말 환상적이다. 경치로 따지면 한라산보다 단연 으뜸! 


5. 5년 일기를 쓰기 시작하다


교보문고에서 본 어느 책에서 힌트를 얻어서… 5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5년 후의 내 모습은 어떻게 기록될까. 딱히 의미있는 말을 쓰진 않지만..그래도 몇자 적어놓으면 기억에서 달아나는 일 정도는 막을 수 있다.


6.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다


그림 또한 ‘언젠가’ 하며 미뤄둔 것이다. 코로나로 바깥 약속을 잡을 수 없게 되자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이것은 바로 가까이에 작업실을 가진 화가 친구가 있기에 가능한 시작이었다. 스케치를 시작했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수채화, 아크릴을 거쳐 유화 작업을 하고 있다. 매주 그리지는 못해도 한번씩 가면서 그린 작품이 이제 제법 쌓여간다. 빈 캔버스 앞에 앉으면  ‘과연 할 수 있을까’하면서 일단 시작한다. 시작하면 그 후로는 어렵지 않다. 하고싶은대로 막 하다보면 희열이 느껴진다. 특히나 원하는 색을 만들어내고 그걸 붓으로 마구 칠할 때면 모든 시름을 잊게 된다. 모쪼록 그림과 친해져서, 평생 나이가 들어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


7. 새로운 일을 하다


이런저런 글을 썼다. 새로운 시도였고, 새로운 글이었다. 그런 글을 써보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2021년은 내게 참 의미있고 소중한 한 해다. 바깥으론 소란하기 그지 없던 시절, 감사하게도 나는 내 자신에게 좀더 몰입할 수 있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이제 아이들도 제법 자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2021년은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고 가는구나.. 아듀~ 새로운 2022년에는 2021년이 준 선물을 잘 가꾸어, 더 무르익게 하겠다.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기를 바란다. 45세의 마침표를 찍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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