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 초승달
서산너머로 태양은 고개 숙여가고
서편 하늘 흩어져있던 구름들이
차가운 하늘 속에
붉게 타오르고 있을 무렵
창백한 흰 낯으로 조심스레 피어나
살며시 구름 사이에 머무는 모습은
차라리 혼자만이 지키는
순결의 비호라 하겠습니다.
반나마도 차지 못하고
해쓱하게 여윈 채
흑 푸른 하늘에
혹 붉은 나래에
젖어들지 않을까 마음 죄는 내게
보일 듯 말 듯
옅은 미소를 보내왔습니다.
바람에 불릴 듯 작고 여린 모습은
차라리 감싸주고 싶도록
애처로워 보입니다.
넓고 차가운 창공 속에 홀로 떠있어
더욱 가냘파 보이는가 봅니다.
외로움을 호소하듯
한 줄기 머금은 눈물은
금시라도 떨구어 흐를 것만 같습니다.
나는 속삭였지요.
이제 곧 밤이 오면
반짝이는 별들이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그러나 아픈 눈물만 흘리며
그렇게 야위어가다가
끝내 밤을 기다리지 못하고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모금 깃든 약하디 약한 빛으로는
온밤을 지키기에 너무 고달파
저녁나절 잠깐 비추고는
가버리고 마는가 봅니다.
그대가 가버리고 난 후
캄캄한 밤하늘은 너무 넓었고
새로이 돋은 별들의 반짝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요.
그러나 그대는 아주 간 것이 아닙니다.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더욱 성숙하고 완전해져
나의 창가로 다시 찾아와
온밤을 함박 웃어주기 위해
간 것이지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나는 그대를 다시 맞을
마음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