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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과수원 37

초승달

by 주단

- 초승달


서산너머로 태양은 고개 숙여가고

서편 하늘 흩어져있던 구름들이

차가운 하늘 속에

붉게 타오르고 있을 무렵


창백한 흰 낯으로 조심스레 피어나

살며시 구름 사이에 머무는 모습은

차라리 혼자만이 지키는

순결의 비호라 하겠습니다.


반나마도 차지 못하고

해쓱하게 여윈 채

흑 푸른 하늘에

혹 붉은 나래에

젖어들지 않을까 마음 죄는 내게

보일 듯 말 듯

옅은 미소를 보내왔습니다.


바람에 불릴 듯 작고 여린 모습은

차라리 감싸주고 싶도록

애처로워 보입니다.

넓고 차가운 창공 속에 홀로 떠있어

더욱 가냘파 보이는가 봅니다.


외로움을 호소하듯

한 줄기 머금은 눈물은

금시라도 떨구어 흐를 것만 같습니다.


나는 속삭였지요.

이제 곧 밤이 오면

반짝이는 별들이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그러나 아픈 눈물만 흘리며

그렇게 야위어가다가

끝내 밤을 기다리지 못하고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모금 깃든 약하디 약한 빛으로는

온밤을 지키기에 너무 고달파

저녁나절 잠깐 비추고는

가버리고 마는가 봅니다.


그대가 가버리고 난 후

캄캄한 밤하늘은 너무 넓었고

새로이 돋은 별들의 반짝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요.


그러나 그대는 아주 간 것이 아닙니다.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더욱 성숙하고 완전해져

나의 창가로 다시 찾아와

온밤을 함박 웃어주기 위해

간 것이지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나는 그대를 다시 맞을

마음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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