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의 중첩, 복원은?

백제시대의 성인 가림성에 대한 발굴을 진행하였다. 조선시대의 우물 유구가 확인되었고, 조금 아래에 고려시대에 사용된 얕은 우물이 확인되었다. 조금 옆으로 또다른 유구가 확인되어 발굴한 결과 백제시대로 확인되는 집수시설과 배수체계가 확인되었다. 거슬러 올라 백제시대에 성곽 내부에 큰 집수시설 즉 우물을 만들고 성밖으로 배수가 되도록 하여 성내의 물관리 시설을 하였다. 신라의 통일 이후 오랜시간이 흘러 그 쓰임이 거의 없어지고 매몰되었다. 고려 시대에 그 상부에 또다른 우물을 하나 만들어 이용하였다. 이 역시 매몰되고 조선시대에 위치를 달리하여 - 변화된 지형에 맞추어 - 또다른 우물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백제시대 축성되어 이어져온 가림성의 집수시설이 시대를 거슬러 변화되어 온 것이다. 이를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복원하는 것이 좋을까? 모든 시대의 흔적이 존종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발굴된 각 시대의 흔적을 복원하여 보여 줄 수 없는 노릇이다. 시대별로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어 조선시대로 복원하면 발굴된 모든 유구는 다시 묻어야하며, 조선시대 유구를 정비하기 위해서 하부의 일부 유구가 훼손될 여지가 있다. 고려시대로 한다면 역시 하부의 유구 훼손이 우려되고, 그 상부의 조선시대 유구는 완전히 제거되어야 한다. 백제시대로 한다면 역시 상부 고려와 조선시대 유구가 모두 다 제거되어야 한다.


이의 해답으로 베니스 헌장(1964년)의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11조에 한 건물 내에 여러시대의 작업이 겹쳐 있을 경우, 최초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정당화될 수 있다. 즉 제거할 부분이 중요하지 않거나, 드러낼 부분이 역사적, 고고학적, 미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졌을 경우, 그리고 보전 상태가 이러한 작업을 정당화 할 만큼 충분히 양호한 경우에 한해 시행한다.

라고 하였다.


백제시대의 우물과 배수체계가 잘 확인되었고, 돌을 정성들여 쌓았다. 고려와 조선은 높아진 지형에 따라 낮은 단을 조성한 우물이 작게 조성되었다. 이를 보면 백제의 시설이 역사적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뿐아니라 보존상태 또한 잘 남아 있어 백제시대의 우물과 배수체계대로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다.

다만 백제시대로 할 경우 후대의 일부 흔적이 제거되고, 변형된 지형에 따라 백제시대 유구 상면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점이 남아 있다. 이를 기록에 잘 남기고, 슬기롭게 정비하여 백제시대의 축성술을 잘 보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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