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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민 Dec 25. 2021

우리는 연애하기 위해 어떤 스펙을 갖춰야 할까


20대 초반 대학생 때, 어딜 가나 자주 받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여자 친구 있어?"

"아뇨 없습니다"

군대에서도 선임들이 항상 첫 번째로 물어봤던 단골 질문입니다. 그 당시 이런 질문을 받는 게 싫었습니다. 여자 친구가 있는 친구, 동기가 마냥 부러웠었죠."난 왜 없을까?" "얼굴이 못생겨서일까?" "주변에 이성이 없어서인가 보다" 하면서 남모를 고충과 합리화만 가득했죠. 그때 저는 남모를 열등감과 타인과의 비교로 자존감이 하락했습니다.


예뻐도 너무 예쁜 그녀의 속사정

이번에는 다른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남들이 인정할 만큼 뛰어난 외모이고 학벌, 능력 면에서도 흠잡을 데 없이 괜찮은 그녀는 남모를 고충이 있습니다. 바로 3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녀는 남들이 '미인'이라고 칭찬하더라도, 자신은 그렇게 미인이 아니며 오히려 못난 데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여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와 연애하더라도 약간이라도 무심하다고 느끼면 쉽게 상처받고 헤어졌습니다. 남들에게 쉽게 보이지 않기 위해, 가볍게 보이지 않기 위해 더 화장을 짙게 하고 평소에 잘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보다 더 도도해 보이는 거죠. 주변인들은 그녀의 모습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오해했죠. 직장, 연애 관계에서도 융화되지 못한 체 스스로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위의 모태 솔로였던 제 사례와 외모, 학벌, 능력이 뛰어난 그녀의 모습이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핵심을 알아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핵심은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그에 따라오는 자존감 유지에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20대 초반 저는 왠지 여자친구가 생기면 자신감이 생겨 주변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친구, 군대 선임, 동기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낮은 자존감이 자리 잡고 있었죠. 낮은 자존감으로 남들을 부러워하며 쓸쓸함과 무기력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더 격화되었죠. 아름다운 그녀 또한,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다가오는 남자들이 자신을 쉽게 볼까 봐 불안과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인 까칠함, 도도함이라는 두껍고 단단한 가면을 만들었습니다.



스펙이라는 착각

우리들은 흔히 안정적인 직업, 능력, 외모, 학벌 등이 연애하기 위한 스펙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애하기 위해 수월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설령 사귀더라도 깊은 관계, 즉 오랫동안 관계를 맺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남자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잘생겨야 아름다운 이성을 만날 수 있다"

"뛰어난 학벌이 좋은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생각입니다. 오히려 현재 연애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쩌면 누군가와 만나는 일이 어렵고 미래의 일로 미루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단순합니다. 흔히 남자들이 소개팅이 들어왔을 때 반응이 "예뻐?"라고 묻는 것이 다반사죠. 반대로 일반적으로 여성은 상대를 볼 때 외모의 기준이 남자보다 훨씬 낮습니다. 처음 상대를 볼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모습이 외모입니다. 하지만 일시적이고 피상적인 정보에 불과하죠. 하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상대를 알아 갈수록 상대방의 가치를 확인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동등하거나 혹은 더 나은 사람과 만나고자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배려입니다. 쉽다고요? 뻔한 거 아니냐고요? 네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들어봤을 단어에요. 그런데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배려는 크기에 상관없이 베푼다는 말이죠. 배려, 양보는 결국 사랑의 중요한 핵심 가치입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며 자연스럽게 대화, 행동으로써 매너가 드러납니다.


그런데 위의 저의 사례처럼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연기를 하게 되겠죠. 마치 처음 본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부풀은 연기, 급조된 연기에 불과합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부풀리고 연기한다면 일시적인 매력이 드러날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기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연애에 필요한 스펙은 바로 자존감입니다. 높은 자존감은 배려로 이어집니다. 스스로부터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 건 당연합니다. 외모에 대한 고민, 살에 대한 고민, 직업, 연봉 등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공통된 고민은 존재합니다. 분명히 스스로 결핍적인 약점이 있겠죠.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감추면 감출수록, 솔직함은 드러나지 않고 자신감은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낮은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확인받고자 할 겁니다. 관계의 악순환은 반복됩니다.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나는 내 모습에 솔직한 사람인가? 계속해서 내 약점(외모, 능력, 직업, 몸)에 몰두되지 않았는지 물어보게 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겁니다. 스스로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해 보세요. 그리고 높은 자존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현실적인 변화를 통해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는 저절로 나오게 될 겁니다. 그게 곧 나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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