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칫탓칫”으로 시작된 드럼 교실
지난 연말 아내가 불쑥 말했다.
“평생교육원 드럼 교실이 신난다는데 가볼래?”
“그래?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인기 많아서 빨리 신청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대.”
수강 신청 날짜를 확인하고, 탁상 달력에 동그랗게 표시해 두었다.
드디어 신청일. 등록을 마쳤다.
12차시 수업에 15만 원. 가격도,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첫 수업 날. 어이없게도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교수님 앞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먼저 온 수강생의 의자를 슬쩍 밀치고 조심스레 앞자리에 앉았다.
강의실은 생각보다 좁았고, 긴 ‘ㄷ’자 테이블에 16명이 마주 보고 앉았다.
교수님 옆에는 자그마한 보드 칠판과 오선지가 그려진 칠판이 있었고, 뒤편엔 허름한 드럼 한 세트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거 뭐야… 큰 음악실에 드럼이 16대쯤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걸로 뭘 어쩌라는 거지?’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
그때 맨 앞자리에 앉은 젊은 수강생이 연습 패드와 드럼교본, 교수님의 명함을 건넸다.
‘아… 이런 식으로 하는구나.’
교수님은 스틱 잡는 법부터 시작해서 기본 리듬을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오른발로 베이스 드럼, 오른손으로 하이햇 심벌 : 쿵
오른손으로 하이햇 심벌 : 칫
오른손으로 하이햇 심벌, 왼손으로 스네어 드럼 : 탓
그리고 다시 칫.
‘쿵칫탓칫’. 처음 듣는 말인데, 입에 붙는 게 묘하게 중독적이다.
그 외에도 크래쉬 심벌, 라이드 심벌, 스몰탐탐, 플로어탐탐 등 각 악기의 위치와 음표를 배웠다.
교수님이 직접 드럼을 치며 ‘그 겨울의 찻집’을 들려주셨고, 우리는 패드를 두드리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수강생 소개 시간도 있었고, 회장도 뽑았다.
리듬도, 분위기도 점점 흥겨워졌다.
2차시 수업 땐 회장님이 간식을 사 왔다.
회장 당선 기념이라며 교수님의 드럼 반주에 맞춰 노래도 한곡 불렸다.
우리는 ‘쿵칫탓칫’ 리듬을 신나게 두드렸다. 교수님이 서비스로 세 곡을 연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냇동생 집을 방문했다가 거실에 있는 전자드럼을 발견했다.
“와 전자드럼이다, 저거 3개월만 빌려줘!”
“그거 쉬고 있어. 그냥 가져가셔요. 안 돌려줘도 돼요.”
조카도 “재미없다”며 시범만 보이고는 관심 끊었다.
순간, '이게 운명이구나' 싶었다.
전자드럼을 가져와서 연습해 보니 문제는 ‘발’이었다.
손은 잘 움직이는데 오른발이 박자에 도무지 맞지 않는다.
‘쿵칫탓칫’은 머리에 외워졌지만, 발은 중구난방.
그래도 수업은 계속됐다. 음표와 쉼표도 배우고, 다양한 변형 리듬도 배웠다.
어느새 ‘그 겨울의 찻집’이 우리의 테마곡이 되었다.
그러던 중, 몸살로 5차시를 빠졌다.
'계속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참에, 수강생 카톡 방이 생겼다.
다음 수업은 교수님 음악학원에서 현장학습을 한다고 했다.
그날은 일찍 도착했다. 학원엔 방마다 드럼이 하나씩 놓여 있었고,
홀은 마치 라이브카페처럼 조명이 켜져 있었다.
줌바댄스, 라인댄스 안내문도 보였다. 다양한 활동이 함께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교수님의 드럼 연주가 시작되었고,
양봉하시는 사장님, 젊은 여성분이 차례로 드럼을 쳤고, 회장님은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교수님의 수신호에 맞춰 ‘쿵칫탓칫’을 두드렸지만, 너무 빨라서 박자는 엉망.
크래쉬 심벌도 엉성하게 두드리고 마무리했다.
수업 중간, 저녁을 먹지 않은 수강생과 교수님은 식사를 하러 나갔다.
우리는 미리 저녁을 먹고 와 학원에 남아 연습을 하기로 했다.
“우린 여기 있을 테니, 천천히 드시고 오세요.”
노래방 기계를 틀어 놓고 노래 몇 곡이 부르고 난 뒤
아내는 다시 ‘그 겨울의 찻집’을 틀어놓고 드럼을 두드리고 나는 드럼에 맞춰 노래를 불렸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가 드럼을 쳤고,
아내도 박자에 맞춰 차분히 잘 쳤다.
분위기는 점점 흥겨운 리듬으로 흘러갔고 마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슬그머니 학원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드럼 교실은
리듬은 엉망이었지만, 순간순간은 음악 같았다.
누군가는 드럼을, 누군가는 노래를, 누군가는 조용한 박수를 치던 그 시간들.
그 모든 어설픔이 어쩌면 우리만의 쿵칫탓칫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