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드리운 그늘, 그리고 따뜻한 만남
사실, 이날의 시작은 봄나물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하동 농원에서 보낸 가죽순, 음나무 잎, 머귀, 두릅이 도착할 거라며 하루 종일 문 앞을 서성이던 날. 그런데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서울 처형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봄나물 잘 먹을게, 고마워."
아내가 생일날 특별한 봄나물 요리를 해 주겠다고 일부러 맞춰 주문했는데, 서울로 가버렸다. 봄나물은 내 손을 떠나 먹을 복이 많은 사람에게 갔다. 미안해하는 농원 사장님은 다시 보내 주겠다고 했지만, 어쩐지 그날따라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다음 날, 간단하게 컵 쌀국수를 끓여 먹고 단골 추어탕집에 들렀다. 추어탕 두 냄비를 샀다. 아내는 제피 한 봉지만 더 달라고 했지만, 사장님은 요즘 구하기가 어려워 더 줄 수 없다며 냉동 보관하면 오래 먹을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식자재 마트에도 들러 돼지등뼈와 호두밀빵을 사서 시골집으로 향했다.
시골집에서 점심 준비한 뒤, 며칠 전에 천막집에서 사 온 그늘막을 옥상으로 올렸다. 아내는 마당에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밥을 먹거나 쉬기 어렵다고 늘 이야기했다. 그래서 친지나 지인들을 초대해 차도 마시고,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그 계획은 잠시 잊힌 상태였다.
그늘막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끈을 들고 천막집으로 갔다. 사장님은 끈을 보더니 4×5m 정도 된다며, 이 크기는 주문 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제작비가 두 배나 더 든다기에, 5×6m 크기를 추천받았다. 사장님이 묶을 밧줄까지 합쳐 6만 원을 불렀지만, 현금으로 5만 원에 에누리해서 샀다.
그늘막을 설치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네 곳의 구멍에 밧줄을 묶고, 옥상에 있던 벽돌을 가져와 고정했다. 천막이 옥상의 돌출부에 걸리지 않도록 충분히 여유를 두었다. 마당으로 내려온 천막을 빨랫줄과 창고 문살에 단단히 고정했지만, 바람에 출렁거려 창고 지붕에 걸릴까 봐 추가로 고정했다. 바람에 살랑이는 그늘막 그림자가 탁자 위로 춤추듯 흔들리자, 순간 핸드폰이 떨어지는 줄 알고 허겁지겁 손을 뻗기도 했다.
그늘막 아래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손님은 생일을 축하하러 온 가족들이었다. 가스레인지를 설치하고, 프라이팬을 올려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아들은 시장에서 직접 공수한 신선한 상추와 깻잎을 몇 번이고 씻었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냄새가 퍼지자, 기다림이 더욱 길게 느껴졌다. 원래는 숯불에 구울 예정이었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해 프라이팬으로 굽는 바람에 고생을 좀 했다.
아들과 며느리는 감기기가 있다면서, 거리를 두고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딸은 멀리서 생일 축하 쌀케이크를 가져왔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즐겁게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오늘의 그늘막이 단순한 차양이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이 함께 모여 따뜻한 시간을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