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불의 깊은 맛, 예기치 못한 추락
장작불의 깊은 맛, 예기치 못한 추락
2019년 1월 어느 날.
윤팀장이 자랑스럽게 고음국을 끓였다. 직원들에게 진정한 고음국이란 이런 거라며 보여주겠다고, 사무실 옆 밤밭 한쪽에 벽돌을 쌓아 아궁이를 만들고 장작불을 피웠다. 큰 솥을 걸자 꼭 삼시세끼 한 장면 같았다. 점심때 붙인 불이 저녁 늦게까지 활활 이어졌다. 윤팀장은 “고음국은 장작불에 오래 끓여야 뼈에서 진국이 우려 나온다”는 비밀(?)을 귀띔해 주었다.
하루 종일 끓인 국은 이튿날 낮은 불 위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문을 열자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한쪽에는 국수까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평소보다 밥은 반만 담고, 국수 두 덩이를 얹었다. “조금 많나? 아냐, 이 정도는 먹어야지.” 스스로를 설득하며 식판을 채우는 내 모습이 웃겼다. 주방장이 커다란 국자로 고음국을 휘휘 젓더니 뚝배기에 가득 담아주었다.
뜨끈한 국물은 성급히 먹으면 입천장이 홀랑 벗겨질 판이었다. 소금 조금, 부추도 조금. 국수와 함께 휘저으니 고소하고 향긋한 향이 퍼졌다. 수육도 씹을수록 입에 달라붙었다. 국수를 건져 먹고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떠먹으니, 고음국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간식 타임. 오늘은 식당이 무대였다. 윤팀장은 여전히 뚝배기 앞에서 국수까지 넣어가며 폭풍 흡입 중이다. “이렇게 먹으면 저녁은 어쩌려고?” 하니, 윤팀장은 태연하게 “오늘 어디 갈 데가 있어서···”라며 또 국수를 집어넣는다. 그 옆에서 나는 삶은 계란 하나를 까서 국물에 퐁당 넣었다. 왠지 고음국과 계란이 의외의 조합이었다.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오자 아랫배가 슬금슬금 요동을 쳤다.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다행히 튼튼한 장 덕분에 짧은 소나기만 내리고 끝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바지 옆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변기 속으로 풍덩! 바지를 올리던 손이 반사적으로 변기 안으로 다이빙을 감행했다. 다행히 구출 성공.
밖으로 나와 수돗물에 헹구고, 또 헹구고, 손까지 쉴 새 없이 씻었다. 내 배에서 나온 건데도 더럽다고 씻어대는 내 모습이 웃겨서 헛웃음이 났다.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습관 덕분에 벌어진 일이란 걸 떠올리니 더 황당했다.
휴대폰은 알코올 목욕을 한번 더 시키고 선풍기로 말렸다. 하루 종일 장작불에 끓여낸 고음국의 깊은 맛은 여운을 남겼지만, 그날 진짜 오래 기억될 맛은 아마도… 변기 속으로 풍덩 빠진 내 휴대폰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