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미역나물이 된 소고기미역국

소고깃국이 된 미역국

by 허정호

소고깃국이 된 미역국

운동 나가기 전, 큰 바가지에 미역 반 봉지를 담갔다.

돌아와 보니, 물은 간데없고 미역만 산더미처럼 부풀어 있었다.

다시 바가지에 물을 가득 붓고 미역을 풀어보려 했지만, 미역이 너무 많았다.

“미역이 너무 많아.”

아내는 “괜찮아”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딸은 “참기름에 미역이랑 고기 볶아서 끓여 줘요”라고 했다.

소고기와 미역은 따로 볶아 합쳐야 되는데, 아내는 “같이 볶아도 돼”라고 했다.

큰 냄비에 불린 미역을 담았다. 미역만으로도 냄비의 반은 찼다.

냉장고에서 소고기 한 팩을 꺼내다 ‘반만 넣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몽땅 넣었다.

참기름을 넉넉히 붓고 주걱 두 개로 미역을 뒤적였다.

그런데 미역이 냄비 바닥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소고기와 미역은 따로 놀고, 소고기는 냄비 바닥에서 놀고 있었다.

“어 이거 어떻게 해봐!”하고 도움을 청했다.

아내는 한숨 섞인 표정으로 다가와선, 볶는 건 포기하고 그냥 물을 부으라 했다.

냄비가 넘치지 않을 정도로 물을 붓고, 간장을 넣고 다시 불을 켰다.

국이 끓기 시작하자 미역은 더 퍼졌고, 냄비는 거의 미역으로 가득 찼다.

이젠 물을 더 넣을 수도 없었다. 불을 중불로 줄이고 계속 끓였다.

다시 아내를 불러 맛을 봐달라고 했다.

“싱겁네. 소금 더 넣어.”

소금을 넣고 주걱으로 휘젓자, 여전히 뭉쳐 있어 가위로 미역을 잘게 잘랐다.

그제야 국물이 보이고, 미역국 같아졌다.

맛을 봤다. 놀라웠다.

“이게... 말이 돼?”

정말 맛있었다.

미역 건더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딸은 연신 “맛있다”를 외쳤다.

점심은 미역국이라기보단, 국물이 곁들여진 ‘미역나물’ 같아 보였다.

그래도 한 그릇씩 비우고 나니 큰 냄비는 반쯤 비었다.

아내가 말했다.

“저녁 준비 끝났네. 된장 안 끓여도 되겠다. 오늘 저녁도 미역국이다.”

반이나 남은 미역에, 한 팩이나 넣은 소고기는 여전히 냄비 바닥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다. 저녁엔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었다.

그렇게 두 끼를 먹고 나니, 냄비 안은 미역은 없고 소고기국만 남았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또 내가 처리할 일만 남았구나…’

남은 국을 작은 냄비에 옮겨 냉장고에 조용히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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