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 쑥과의 전쟁
텅 빈 마당에 남은 손길
어머니가 우리 곁을 떠나신 건 2018년 겨울이었다.
그해 1월, 시골집은 주인을 잃었다.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라도 섭섭해하실까 싶어
집 안 가득 남아 있던 살림살이를 쉽게 치우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은 그런 마음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 부엌의 그릇과 냄비엔 냄새가 스며들고
습기 찬 장판엔 곰팡이가 피었으며
옷장 속 옷들은 색이 바래 쿰쿰한 기운이 배었다.
결국 하나둘, 손에 쥔 것을 내려놓듯 버릴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덮으시던 솜이불 몇 채만 남기고
나머지 이불과 가구들은 막냇동생과 함께 정리했다.
도배를 새로 하고 장판을 갈자
집은 낯설 만큼 환해졌다.
전등은 김해에 사는 동생이 달아주었고
우리가 쓰던 소파와 장식장은 트럭에 실어 옮겨왔다.
비어 있는 방은 월세로 내놓았지만
그 또한 잠시뿐이었다.
더 큰 골칫거리는 점포였다.
달세 한 번 내지 않은 채 짐을 두고 떠나는 세입자도 있었고
마당에는 쓰레기가 수북했다.
마지막 세입자가 나간 뒤로는
결국 빈집으로 남겨두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땐
매년 서너 번씩 예초작업을 하던 마당도
이제는 사람이 사라진 집을 닮아갔다.
풀이 허리까지 자라
낫으로 베어도 역부족이었다.
막냇동생이 가끔 도와주었지만
무성한 풀들은 점점 마당을 삼켰다.
4월 어느 날, 김해 동생이 시골집에 들렀다.
마당을 뒤덮은 풀을 보더니
제초제를 뿌렸다.
“형님, 일주일 후에 한 번 더 뿌리면 풀 걱정 안 해도 돼요.”
그 말대로 일주일이 지나자
마당의 풀들이 서서히 누렇게 말라갔다.
절반은 죽었지만 나머지는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쑥이 자라기 시작했다.
한 번 더 제초제를 뿌리려는 나에게
아내는
“그렇게 계속 뿌리면 땅이 오염돼서 텃밭도 못 가꿔. 그냥 뽑자.”
텅 빈 마당에 가득한 쑥을 바라보며
막막했지만 뽑기로 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손으로 뽑았다.
허리가 쑤시고 손끝이 아려도
뽑고 또 뽑았다.
며칠이 지나자 쑥은 서서히 사라지고
풀을 베고 쑥을 뽑아낸 마당은
오랜만에 환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마당 위로 바람이 불었다.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기다리는 집처럼,
삭막함으로 남겨졌던 빈자리 위로
우리가 다시 손길을 채워 넣는 순간이었다.
주인 잃은 텅 빈 마당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비워진 자리는 어느새 풀로 채워지고
잃어버린 자리에는 손길이 새롭게 깃든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떠난 이들의 집을 지키듯
사라진 시간의 틈을 천천히 메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