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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니 Jun 02. 2022

만 스물 세 살, 첫 정신과 방문기 (1)

예전에 어디선가 우울증 환자들이 정신과를 찾기로 결심하고 방문을 하는데에 5년에서 10년 정도가 걸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정신과의 허들이 높다는 뜻이리라.


참고로 나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열 살 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오던 사람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한국 나이 25살이니 우울증을 앓은지 15년이 됐다는 소리다.


열 살 때 우울증인 줄은 어떻게 알았냐고? 간단하다. 그 때 처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 이후로 쭉 고통받아 왔으니까.


그때부터 내 삶엔 항상 우울증이 함께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한 번도 정신과에 방문하지 않았다. 언제나 '가고싶다'란 마음은 있었지만, 이 우울증이 내 탓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정신과에 가는 것은 말하자면 나에게 최종관문과도 같았다.



어쨌든 거의 15년 동안이나 한 번도 정신과를 찾지 않은 내가 작년에 처음 정신과를 찾은 건 아주 사소한 이유에서였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해서.



사실 그리 사소하지는 않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수면이 아니던가. 신체의 건강 쪽으로나 정신의 건강 쪽으로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나의 경우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불면은 마치 친구처럼 모든 생에 함께했다. 밤에는 항상 잠을 자지 못해 새벽까지 뒤척였고 학교에서는 맨날 잠만 자는 아이, 매일 조는 학생으로 유명했다.


그럼에도 작년의 불면은 아주 끔찍했다. 매일 밤 나는 베개에 머리를 박고 내 머리에 총을 쏘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려야 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총기 금지 국가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실현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좋아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서 14년 만에, 내 나이 만 스물 세 살이 되어서야, 나는 처음으로 정신과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혹시 정신과에 가보고 싶지만 좋은 병원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나의 경우를 같이 적는다.


나는 병원 리뷰를 적는 앱을 다운받아 그곳에서 집 근처 가장 평이 좋은 병원 세 곳을 찾아냈다. 병원 영수증이 없으면 리뷰를 적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 후기 면에서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은 찾아낸 세 곳 모두에 전화를 해 가장 빠른 예약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병원을 정했다. 그때는 그만큼 급했었다.


그 이후로 병원은 옮기지 않고 꾸준히 같은 곳을 다니는 중이다. 하지만 덧붙이자면, 처음 방문한 정신과에 그대로 정착해 쭉 다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맛집을 찾아다니듯이 정신과도 자신과 맞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평균 두 세번은 옮기는 사람이 허다하다.


그리고 다니는 병원의 의사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재빨리 병원을 옮기는 것이 좋다. 맞지 않는 사람과 지진부진하게 있어봤자 시간도 아깝고 병원비도 아깝다.



병원은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다니는 회사 옆이나 집 근처. 내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의 병원이 베스트다.


예를 한 번 들어볼까. 멀쩡하게 집 앞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공황발작이 왔다. 이때 나에게 필요한 것은 급하게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의 병원이지 대중교통을 타고 한 시간이나 넘게 걸리는 먼 곳의 병원이 아니다.


또 어느날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도저히 병원을 갈 힘이 없을 수도 있다. 우울증은 그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몸의 호르몬을 관장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도 남들의 두 배, 세 배, 열 배는 힘을 들이게 만든다.


이때 차를 타고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먼 곳의 병원보다는 집에서, 또는 회사에서 십 분 거리인 병원을 가는 것이 몸도 마음도 훨씬 쉬울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병원을 정했다면 그 다음은 쉽다.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고, 병원에 방문하는 것.


참고로 말하자면 나의 경우 예약이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을 잡아달라고 했고 3일 뒤 평일 낮 시간으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던 내 친구는 평일 낮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고 퇴근한 이후인 평일 저녁으로 예약을 잡고자 했다. 그때 내 친구는 일주일이나 기다려서야 겨우 병원에 방문할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디에 전화하나 보통 3일에서 일주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한 번 정신과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빨리 예약을 잡도록 하자.


우리나라는 티켓팅의 민족이라 병원 예약마저도 티켓팅처럼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하냐고? 병원에 방문해 의사에게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설명하는 것. 이 과정은 다음편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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