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어떤 화가의 작품일까요?
답은 예상을 깨고, "피카소"입니다.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는 사실화에도 매우 능했습니다. 위의 그림은 10대 때 그린 그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천재적 미술 재능을 타고 나긴 했지만, 그 재능을 더 사실적으로, 아름답게 그리는데 썼다면, 우리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요? 그는 분야를 통틀어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죠. 그는 기존의 회화의 법칙을 완전히 해체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양식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혁신을 시도하며 바꿔나갔습니다.
미술계에 피카소가 있다면, 음악계에는 쇤베르크가 있습니다. 그는 음을 해방시켰다고 평가 받는데요. 그는 기존의 조성의 법칙을 해체하고 12음 기법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현대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또 패션계 혁신가로는 코코 샤넬이 있습니다. 그녀는 기존의 갑갑한 코르셋과 불편하게 긴 치마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켰습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선사했죠.
미술, 음악, 패션에서, 그들은 모두 혁신을 통해 새로운 장를 열었습니다.
한 시트콤에서 CEO가 부르짖습니다. "혁신해야 돼, 혁신!" 그런데 그와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혁신과는 거리가 먼 우스꽝스러운 것들 뿐이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시트콤에서 뿐만이 아닙니다. 하도 혁신, 혁신을 부르짖어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본래 의미와 반대로 진부해져 버린 상황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이렇게 혁신에 열광하는데 비해, 정작 소비자가 혁신적이라고 느끼는 제품과 서비스는 한정적입니다. 특히 한국 기업에서는 혁신 기근 상황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선정 '2023년 세계 50대 혁신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이 유일했죠.
그럼 혁신, 혁신 하는 이유가 뭘까요? 혁신은 10% 상승이 아닌, 10배 도약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힘은 세서 업계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순위를 재편합니다. 그래서 보통 혁신의 결과 '퀀텀점프'를 할 수 있다고들 하죠. 이는 본래 물리학 용어로 양자가 오르막을 오르 듯 서서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오르듯 비연속적으로 뛰어오르는 오르는 것을 말합니다. 퀀텀점프는 바로 비약적 도약이죠. 퀀텀점프를 통해 만년 2위도, 꼴등도 단숨에 독보적인 1등이 될 수 있는 세계, 바로 혁신의 세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혁신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혁신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새로움, 파괴적, 파격적 등등... 혁신은 이들과 친합니다. 하지만 새롭고, 파괴적이고, 파격적이라고 해서 다 혁신은 아니죠. 이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흔히 혁신은 '0(Zero)', 즉 '무(無)'에서 시작하라고들 합니다. 기존에 따르던 것을 버리고, 새롭게 만들어내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 새롭게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여기서 '0', '무(無)'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닙니다. '본(本)'에 가깝습니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출발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경영의 세계에서 '본(本)'은 무엇일까요? 바로 고객의 욕구이자, 고객의 문제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고객의 해소되지 않은 욕구, 풀리지 않은 문제입니다. 문제가 있는 곳에 돈이 있다고 했던가요? 이 곳에 역시 혁신도 있습니다.
최근 혁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테이셰이라 교수도 지금의 시대에는 혁신이 고객 중심으로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전에 혁신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혁신은 이와 다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봤습니다
그는 저서 <디커플링>에서 8년간 수백 개 기업 사례를 분석하여 혁신의 공통 패턴을 소개하는데요. 검색, 평가, 구매, 사용의 전체 소비 활동에서 고객이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을 찾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장악하는 것이죠. 아마존은 '구입' 단계를, 우버는 '사용' 단계를, 넷플릭스는 '영상 시청' 단계만 공략해 폭발적 성공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술은 거들 뿐, 결국 고객이다"
혁신은 새롭기만 해서는 안 되고 실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죠. 이는 기업의 생존 부등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겠는데요. V를 높이는 것, 혹은 C를 낮추는 것이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기업의 생존 부등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V-C의 고객이 가져가는 순혜택 높이는 것이 혁신인 것입니다.
V(Value, 가치) > P(Price, 가격) > C(Cost, 비용)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하면, 즉 한계가 오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오래 간다는 말입니다. 영어로 '변화의 책(The Book of Change)'이라 불리는 주역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세상 만사의 이치가 이와 같습니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이에 따르면 궁한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게 되죠. 궁한 것은 변화를 이끌고 결국에는 통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궁한 것은 곧 고객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자 결핍된 욕구입니다.
궁한 것이 꼭 거창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도 될 수 있습니다. 제임스 다이슨은 청소기 안의 먼지들이 흡입력을 떨어트린다고 보고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했죠. 또 선풍기의 날개가 안전사고를 내고, 청소도 어렵다고 생각하여 날개 없는 청소기를 만들었습니다. 다이슨은 이런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지만, 하지만 '전자제품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며, '애플 다음으로 혁신적인 기업'이라고까지 칭해지고 있습니다.
퀀텀점프라고 하면 보통은 도약의 구간만 주목합니다. 그러나 '퀀텀점프 = 정체 구간 + 도약 구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행운의 여신이 찾아와 도약의 순간을 선물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도약 전에는 앞서 정체의 구간이 존재합니다. 이 구간 실험의 구간이자, 실패의 구간으로볼 수 있습니다. 도약을 위해서는 우선 ''똑똑한 실패'들이 필요합한 것입니다.
다이슨도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하기 까지 5126번의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그 유명한 날개 없는 선풍기의 개발에도 3년의 시간이 투입되었죠. 다이슨에서는 실패가 자연스러운 문화와 시스템으로 정착되어 계속 혁신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도약의 순간을 기대하며, 정체 구간에서 실패하고, 또 실패합니다.
궁하고 변하여 통하기까지, 극변의 지점을 맞이하기까지는 고통이 수반됩니다. 혁신은 영어로 'innovation'으로 '안'을 뜻하는 'in-'과 '새로움'을 뜻하는 'nova'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즉 안에서부터 완전히 새로워져야 함을 뜻하죠. 또 혁신은 한자 '革(가죽 혁)'과 '新(새로운 신)'로 된 단어로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가죽을 뜯어내는 큰 고통이 따르는 것을 알 수 있죠.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드러커도 혁신을 '번뜩이는 천재성의 결과가 아니라, 고된 과정의 결과'라고 했습니다. 이는 꼭 실패의 구간을 견뎌야 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존의 안정된 루트를 버리는 것 또한 굉장히 괴로운 일입니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피카소 등 혁신적 작품이 그랬듯이 새로운 것은 누군가에게 낯설음을 넘어, 혐오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혁신은 심리적 고통 또한 이겨내야 하는 것입니다. 또 조직 내에서의 변화는 내부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것도 또 다른 큰 문제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은 가장 쉬운 루트가 되기도 합니다. 경쟁사가 이미 저만치 가있더라도 그 위치까지 도달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본(本), 즉 원점인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하면 충분히 다른 루트를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본으로 돌아와야 고객 문제를 해결할 제대로 된 길이 보이죠. 당연한 얘기 같지만, 기업들의 눈은 고객이 아닌 저 멀리 가있는 경쟁사에게 향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변화를 거듭해, 실패의 극에 다다르면, 비로소 그 곳에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혁신을 원하는가?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하라.
그 곳에 퀀텀점프를 위한 첫 계단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