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략의 역사는 길지만, 경영 전략의 역사는 짧습니다. 전쟁에서 탄생한 전략이 경영의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출간을 앞둔 책의 제목을 <비즈니스 전략>이라 하려고 하자, 출판사에서는 전쟁 용어인 전략이 경영 분야에 쓰이는 것이 어색하다고 바꾸자고 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불과 60여년 전의 일입니다. (결국 이 책은 <성과 경영>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전략이라는 용어도 전쟁에서 왔지만, 전쟁의 전략 자체도 여전히 경영계에서 많이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오륜서, 삼십육계 등의 병법서는 여전히 리드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죠.
그렇다면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 병법서는 무엇일까요? 바로 손무가 쓴 '손자병법'입니다. 손무는 역사상 최대의 전략가로, 그리고 그가 쓴 손자병법은 최고의 병법서로 불리고 있습니다.
손자천독달통신(孫子千讀達通神)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손자병법을 1000번 읽으면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죠. 손자병법은 짧지만 성공과 승리를 위한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즈니스 리더들이 곁에 두고 읽는 최고의 전략서로 꼽히고 있습니다. 빌게이츠, 손정의,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이 손자병법을 애독했습니다. 경영자 외에도 중국의 전 최고지도자 마우쩌뚱, 미국의 전 대통령 트럼프, 프랑스 전 황제이자 군인 나폴레옹 등 수많은 분야의 잘 알려진 리더들의 승리 뒤에는 손자병법이 있었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 "오늘날 나를 만든 것은 손자병법"
- 소프트뱅크 사장 손정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손자병법 읽었다"
-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결정적 순간에 손자병법 찾는다"
"최고의 장수는 싸우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최고의 병법서,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최고의 전략은 뭘까요?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입니다. 이를 무려 '백전백승' 보다 더 좋은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싸움은 최대한 피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싸우지 말라는 병법서라니. 아이러니합니다. 어떻게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까요?
손자병법에 의하면 적의 의도와 계획을 미리 간파하여 이를 제압하면 됩니다. 그러면 싸우지 않고도 승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적이 싸워봐야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게 하여 전의를 상실하게 해버리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적이 싸울 엄두도 못 내게 하는 것입니다. 손자병법에서는 이것을 최고의 전략으로 보았습니다.
"전쟁의 법칙을 잘 아는 사람은 적군을 굴복시키되 싸우지 않고서 무너뜨리고,
적의 성을 함락시키되 공격하지 않고서 무너뜨리고,
적국을 항복시키되 오래 끌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은 상당히 제약적이겠죠. 싸워야만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가 말한 2번째로 좋은 전략, '싸워놓고 이기는 것'이다. 즉 '선승' 전략입니다.
이것도 어려워 보입니다. 이는 쉽게 말해 싸우기 전에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우월한 형(形), 즉 여건들을 미리 다 만들어 놓으라는 것입니다. 적이 아군을 이길 수 없게 조건을 만든 다음, 적이 허점을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승리를 얻는 것입니다. 보통은 싸움의 결과로 승패가 결정되죠. 하지만 손자병법에서는 미리 이겨 놓고, 싸움은 그것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입니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겨놓고 나중에 싸우지만,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우고 나중에 승리를 구한다.
즉 승리하는 군대는 승리의 조건을 다 갖춘 후 싸우지만,
패배하는 군대는 싸운 후에 승리를 구하려 한다.
이는 주도면밀하고 철저한 사전 계획과 준비를 전제로 합니다. 적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만전의 태세를 갖추고, 때가 왔을 때 싸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합니다. 이 정보에 근거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45전 40승 5무라는 불패의 기록도 이 전략에 의한 것입니다. 그는 항상 유리한 환경을 찾거나, 혹은 스스로 만든 후에서야 비로서 싸움에 임했습니다.
손자병법에 의하면 위의 전략들이 어려울 때, 그 다음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적을 직접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 보다도 더 전쟁 하수는 적이 싸울 의사가 없어 방어하고 있는데도 무리하게 공격하는 것입니다.
손자병법의 4가지 승리 방법 첫째,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최상의 군대는 싸우기 전에 상대방의 의도를 미리 제압해 이를 꺾어 버려서 물리적 충돌 없이 승리한다. 둘째, 이겨 놓고 싸우는 것이다. 셋째, 적을 직접 공격해서 이기는 것이다. 넷째, 적이 싸울 의사가 없어 방어하고 있는데도 무리하게 공격하는 조직이다.
동양에 손자병법이 있다면, 서양에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있습니다. 이들은 동서고금 2대 병법서로 꼽힙니다. 손자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고로 여겼다면, 전쟁론에서는 '총력을 다해 싸워 이기는 것'을 최고로 봤습니다. 전쟁론에서는 적의 취약한 곳을 찾아내어 이를 온 힘을 결집해 파괴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또 손자병법이 전반적으로 거시적이고 추상적으로 쓰여졌다면, 전쟁론은 구체적이며 사례 위주로 쓰여졌습니다.
이렇듯 다른 두 병법서에 대해 많은 비교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저자의 배경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손자는 전쟁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신중히 논하는 전략가 입장에서 쓴 것이고, 클라우제 비츠는 실제 지휘관으로서 직접 참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 혹은 생명을 중시하는 동양에서 직접적 충돌 보다 심리전을 강조한 반면, 서양은 군사적 싸움을 중시한데서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단 싸워야만 하는 상황에서의 전략에 있어서는 두 전쟁 천재들의 전략에는 공통점이 고 있습니다. 전쟁론에서 적의 취약점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 핵심이듯, 손자병법에서도 적의 강한 곳은 피하고, 약한 곳을 찾아서 치라고 했습니다. 즉 상대적 우위를 가지고 공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바로 이길 '형'을 모두 만들어 놓고 싸우는 선승 전략입니다.
위의 고대의 전략 천재들의 전략과, 현대의 '경영 전략의 최고의 구루'로 꼽히는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포터의 전략을 연계시켜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 또한 앞선 전쟁 천재들과 같이, 전략은 결국 상대적 우위의 역량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라 했는데요. 그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전략은 크게 2가지 전략 중 하나로 귀결된다고 했습니다. 바로, 차별화 전략과 원가 우위 전략입니다. 즉,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강점인 차별화 역량, 혹은 원가 우위 전략을 통해서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별화 전략과, 원가부위 전략을 다시 경쟁 범위에 따라 나누면 좁은 시장을 공략하는 원가 집중화 전략, 차별화 집중 전략이 됩니다. 하지만 그 경쟁 요소는 '저원가'와 '차별화'로 귀결되는 것이죠.
가치(Value) > 가격(Price) > 비용(Cost)
이는 기업의 생존 부등식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 부등식에서 도출해 낼 수 있는 전략도 크게 보면 2가지입니다. 가치를 높이든지, 비용을 낮추든지 해야 되는 것이죠. 부등식에서 [가치-가격], 혹은 [가격-비용]의 차이 만큼 가치가 생깁니다. 또 그 만큼 경쟁력의 크기도 커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
기업의
생존 부등식은,
목적 부등식이자,
성공 부등식이다.
"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원가우위 전략은 비용절감 전략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원가우위 전략은 단순한 쥐어짜기식의 비용 낮추기가 아닙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어,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대표적 케이스로 이케아가 있습니다. 이케아는 제품과 서비스 측면에서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를 잘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원가우위 전략을 잘 구사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업계 관행과는 다르게 지대 비용이 저렴한 외곽 지역에 소비자들이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췄습니다. 당시 가구업계로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방식이었죠. 소비자 입장에서 '비용을 낮춘다'는 것은 굉장한 가치 요소입니다. 원가우위 전략도 크게 보면 훌륭한 차별화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본 바와 같이 전쟁 전략은 경영 전략으로 전이되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경영자들이 전쟁 전략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전쟁과 경영에서의 전략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에서는 승자, 패자가 나뉘고, 패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습니다. 승자 조차도 피해를 피할 수 없죠. 반면 경영에서의 싸움은 누가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전장'에서도 너도 나도 피 흘리는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을 한정된 것으로 보고 잘못 싸운 결과입니다. 경영에서의 싸움은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싸움의 결과 파이를 키울 수 있죠. 경영 활동 자체가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그러합니다. 앞서 본 차별화, 원가우위, 집중화 전략을 통해, 혹은 이들을 혼합하여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차별화가 극에 달하면 유일함이 될 수 있습니다. 원가우위 전략도 충분히 유일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일한 가치를 만들어 싸우는 것이 블루오션 전략입니다. 기존의 피터지는 '레드오션' 대신 새로운 시장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싸움 자체에 집중하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승리는 오게 됩니다.
"붉은 바다에서는 헤엄치지 마라"
"우월함이 아닌 유일함,
나음이 아닌 다름을 추구하라"
Better Value? Unique Value!
이 블루오션 전략은 경영 뿐 아니라 일상에서까지 친숙해졌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한다 한들, 후발주자들이 금방 뛰어들어 레드오션화 된다는 것이죠. 진정한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자가 알고도 따라하지 못하는 전략입니다. 전략 자체는 모방하기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략이 조직 전반 깊이 스며들어 조화롭게 어우러 질 때, 경쟁사는 따라잡기 어려운 강력한 힘을 갖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을 중심으로 조직의 구조와 시스템, 구성원, 기술 등이 일관되게 돌아가야 합니다. 또 조직 내부를 넘어 마케팅과 영업 등의 고객 관련 활동도 일관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합니다. 이 힘은 강력해서 소비자와 시장에까지 강한 메시지로 다가가게 됩니다. 이것이 공감을 사고 신뢰를 살 때 경쟁자는 이 시장에 진입할 시도 조차 못하게 됩니다. 즉, 기업과 고객 사이 들어올 틈이 없게 되는 것이죠. 결국 경쟁업체는 즉 싸울 전의를 상실하게 됩니다. 나의 상대적인 경쟁 우위로 적을 압도하여 승리하는 것. 고대 전쟁 천재들의 가르침의 큰 뜻과 같습니다.
유일한 가치를 만들어 조직 전반에 스며들게 하라
손자병법이 말한 최고의 승리,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