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행동 사이에는 대서양 만큼의 큰 바다가 있다" 라는 외국의 속담이 있습니다. 머리에서 가슴, 또 가슴에서 발까지의 거리는 대서양 만큼이나 멉니다.
머리와 가슴 쪽에 머물렀던 지혜를 좀 더 발 쪽에 가깝게 가져온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철학적 지혜'를 추구했던 데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적 지혜'를 중시했죠.
그는 사람이 '탁월성(Arete)'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이는 보편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과는 간극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실제 구체적이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최적의 행동을 판단하고 실행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실천적 지혜(Phronesis)'가 필요하다고 보았죠. 실천적 지혜는 실천의 단계를 판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이 판단을 실행에까지 옮기기 위해서도 '별개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 특별한 능력을 '영리함(Deinotes, Cleverness)'이라 했습니다. 영리함은 목표한 바에 이르기 위한 조처들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즉, 탁월성이 결과물, 성과로 가기 위해서는 실천적 지혜와 더불어 영리함까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경영의 세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이 탁월성과 실천적 지혜, 영리함이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실행을 위해서는 별개의 능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전략의 수립 단계와 실행 단계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죠. 실제로 경영에서는 전략 수립 보다는 실행력의 부재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 전략의 99프로가 수립이 아닌, 실행 단계에서 실패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죠. 기업의 전략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영리함'이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경영의 세계에서 실행을 위한 영리함은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까요?
기업에서는 전사 혹은 부서 차원에서 '전략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진행합니다. 여기서 정말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곤 합니다. 현장에서 뛰는 실무진들은 CEO, 임원 조차 생각 못했던 아이디어를 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군!'하고 박수 짝짝짝 치고 뿌듯해 하며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후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매 기수 워크숍은 되풀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실무진은 또 워크숍을 위한 워크숍으로 여기고 회의적인 태도로 참여하게 되기도 합니다. 왜 수많은 빛나는 아이디어들은 빛을 보지 못하는 걸까요?
실제 현장에서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실무진들입니다. 사실 이들에게는 아무리 새로운 전략이 빛난다 한들, 스스로 이를 추진할 요인은 크지 않습니다. 훌륭한 전략은 수립 단계에서부터 실행 단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집니다. 즉, 전략과 실무진을 잘 연결하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보편성과 실제 상황 사이 큰 간극이 존재했듯이, 경영의 세계에서도 전략 자체와 실제 상황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원대하고 추상적인 전략적 차원에서 내려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장단기적 목표와 추진 과제까지 설정해야 합니다. 또 현실적 예산 및 담당 인력을 고려하여 목표를 할당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전략 실행 함에 있어 결정적이고 중요한 요소들을 몇 가지 선별하여 측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진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의무적으로 쫓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측정을 통해 가시적 성과들을 느끼고 확인하며, 또 나아가 개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략 실행은 잘 세워 놓은 전략을 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략의 실행은 전략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앞서 살펴 본 과제 그 이상으로, 조직 내 전반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전략의 실행을 위해 조직 전체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 여기서 맥킨지의 7S 모델을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 7S 모델: 상위 목적(Superordinate Goals), 구조(Strcture), 시스템(System), 기술(Skill), 스타일(Style), 구성원(Staff), 전략(Strategy)
7S 모델은 S로 시작하는 7가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위 목표가 중심에 위치하며, 나머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로 보완하고 협력합니다. 각 요소 간 전후, 상하 관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위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 방법인 전략이 새롭게 수립되면, 이를 위해 나머지 다른 요소들에 변화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즉,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직원을 뽑고, 조직구조를 바꾸고, 기술력을 키우고, 시스템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서로 보완하며 조화를 이룰 때 상위 목표와 전략을 실행할 강력한 힘을 얻게 됩니다.
지금의 시대를 속도가 승자를 가르는 '속자생존'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실행을 위한 방아쇠는 더욱 빨리 당겨져야 하죠. '철저한 준비-완벽한 실행'의 루트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불충분한 준비 상태에서라도 '실행-피드백-개선'의 반복된 루트에 올라타야 합니다. 나이키의 브랜드 슬로건 'Just do it(일단 해 봐)' 대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신속히 반영하여 개선해서 'Re-do(다시 해 봐)'해야 합니다. 이른 바 실험정신 바탕의 지속적인 개선입니다. 속도가 점점 더 성공요인이 됨에 따라 실리콘밸리 기업에서부터 시작하여, 많은 성공적인 기업들이 이를 성공 방식으로 더 따르고 있죠.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기능만 담은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이나, 실제 상품과 동일한 샘플 제품 등을 가지고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대상은 가까운 지인, 내부 직원에서부터 잠재고객이나 실제 고객의 일부 등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본인 스스로도 소비자가 되어 개선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나갈 수 있죠.
또한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방향 또한 어디로 튈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정확한 예측에 투자하기 보다는 여러 상황들을 그려 보고 이에 대한 계획들을 마련해 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른바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실제 상황들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죠.
"네가 말하려는 것을 먼저 실행하라.
그러고 나서 말을 한다면 군자라 할 수 있다"
- 공자 -
'실천가'이자 '행동주의자'로 알려진 공자는 '최고의 인물' 군자와 '미숙한 인물' 소인을 나누는 기준을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논어에는 행동을 강조한 '군자욕눌어언이민어행(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군자가 말이 어눌한 까닭은 언변이 부족해서가 아니오,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경계하여 신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이 어눌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군자답다고까지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또 "옛 사람이 함부로 말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실행이 미치지 못할까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공자는 심지어 먼저 행동을 하고, 이후에 말을 하라고까지 했죠.
하지만 기업에 있어서도 말이 앞서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리더는 변화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조직 내 큰 저항들에까지 대항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죠. 또 시대적으로도 실행은 더욱 어려워 졌습니다. 빠르게, 그리고 예측불가능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유연함까지 갖춰야 합니다. 환경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끊임없는 전략의 진화' 과정을 따라야 하죠.
이렇듯 실행은 중요하면서도 늘 어렵습니다. 하지만 동서고금, 군자와 소인,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실행"이었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는 대서양 만큼 큰 바다가 있다.
당장 이 대서양을 항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