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경험 - YTN 서울투어마라톤(20241005)
어느새 일년이 훌쩍 넘어가 버렸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의 달리기에 대한 마음은 변한 적이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그럼 계속 달려 보겠다.
YTN서울투어마라톤 (10/5)
드디어 맨 처음 신청한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번엔 10K! 두 달 전쯤 이걸 신청하고 같이 갈 친구들을 찾았는데 그게 벌써 15명 정도가 되었다. 그 동안 하프를 두 번이나 뛰었으니 별로 긴장될 것도 없고 걱정도 덜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 동안은 조용히 아내랑 갔다가 뛰고 오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엔 많은 친구들과 같이 뛰는 것이고 모든 과정이 공개 되서 그런지 뭔가 잘 해야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들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내가 맨 처음 신청한 대회이므로 첫 경험 같은 느낌이 더 들었다. 그 동안은 연습이고.
이번 대회는 내게 한 가지 중요한 계기가 되는 일이 있었다. 바로 가민 구입 후 첫 대회라는 것.
지난 두 번의 대회를 경험하면서 본 이상한 풍경. 바로 사람들이 손목시계를 누르고 출발하는 광경이었다. 도착하면 다시 누르고. 알고 봤더니 러너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던 가민이라는 스마트워치 였다.
나는 결국 그걸 구입할 걸 알았다. 그러나 당장 살지 좀 더 경험을 쌓고 살지 고민하고 있던 터에 뜻밖에 아내가 사 주겠다고 나섰다. 의아해서 좀 더 생각해 보니, 아내는 몸에도 안 좋은 골프를 하는 거 보다 달리기에 빠져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러닝에 빠진 건 맞고 건강해 진 것도 맞으므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러너에게 가장 적합한 하이엔드 기종인, Gamim Forerunner 965. 동대문 매장에 가서 직접 구입했다.
이제는 휴대폰을 두고 시계만 차고 달리기로 했다. 그 첫 무대가 서울투어마라톤. 친구가 주관사에 몸 담고 있어 더 친숙하게 신청하게 된 대회다.
하여튼 온라인 러닝 친구들과의 첫 데뷔 무대에 가민도 데뷔하게 되었다.
이번엔 친구들과의 모임이므로 나 혼자 상암으로 향했다. 날은 다소 쌀쌀한 느낌도 있었지만 달리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10K 대회이니 가볍게 하자는 생각이 들다가도 친구들이 많으니 실수 없이 다치지 말고 잘 뛰어야겠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가민을 사 들자마자 안양천으로 가 속도를 내봤다. 이제는 4분대 페이스가 낯설지가 않았다. 실전이라 생각하고 풀 스피드를 냈는데, 아, 뿔사! 고관절에 통증이 찾아 왔다. 그게 대회 4일 전쯤이다. 허리 땜에 시작한 달리기여서 허리와 고관절 통증에는 조심하고 민감해 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무리가 온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달리기마저 그만 둬야 할 수 있었으므로 공포감마저 밀려왔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오래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져야 했다. 컨디션 조절을 하며 대회를 맞았다. 허리보호대를 하고 뛰어야 하나 대회를 포기해야 하나를 여러번 고민하다 그냥 나가 보기로 했다. 대신 무리가 가면 중간에 포기하는 거로 하고 말이다. 아니면 안 아픈 정도로만 천천히 뛰면 될 일이었다.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고 처음 보는 친구들 인사도 하고, 대회 분위기는 제대로다. 그 동안 봐 왔던 대회보다 원활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친구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처음 이런 대회에 나오다 보니 흥분하고 있었고 초등학교 때 운동회에 나온 기분으로 느끼는 듯했다.
반가운 것은 잠시고 나의 걱정은 계속해서 허리와 고관절에 있었다. 아직은 내가 스피드를 내기에는 이른 것일까.
집중해서 무사 완주를 하리라고 다짐하며 출발대에 섰다. 긴장감에 목이 타 출발지점에 물 한 컵을 먹느라 친구들이랑 헤어졌다. 인파를 뚫고 물을 먹은 뒤, 내친 김에 가급적 앞쪽에 서려고 더 나아갔다. 인파를 뚫는 것 자체도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자 이제 출발. 비교적 앞쪽이라 좀 더 편하게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가속과 스피드를 제대로 즐기는 러너들이 미친듯이 질주를 하고 있었다. 몸이 안 풀린 상태에서 스피드를 내는 게 두려워 침착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페이스를 유지해 나갔다.
절반 정도 지났을 때까지도 몸은 다행히 나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를 반복하며 통증이 안 생기도록 신경을 썼다. 그러다 7K지점 부터는 얼마 남지도 않았고 몸도 적당히 덥혀진 것 같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불안한 기분은 여전했지만, 조금 아파도 참겠다는 심정으로 달렸다. 기운은 남아 돌았고 스피드는 얼마든지 올릴 수 있을 거 같았다. 허리와 고관절 문제로 스마트 워치는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아쉬운 페이스였지만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게 무사히 완주를 하고 들어왔다. 기록은 46분 46초. 연습때 보다 좀 더 느려졌지만 아프지 않게 뛴 것에 만족했다.
피니쉬 후 친구들을 기다리며 마사지 서비스를 받았다. 고관절 푸는 법도 배우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재회하고 뒤풀이까지 쭉 즐겼다. 걱정 거리가 해결되니 즐거움이 밀려왔다. 아직은 내가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나의 달리기는 그렇게 조금씩 진화해 갈 것이다. (악필, 2025.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