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사회공헌 마라톤 (20241027)
이제 다시 하프다. 지난번 10K는 사실 처음 입문을 하려고 신청했던 것인데, 그전에 이미 하프를 뛰면서, 그만 연습처럼 되어 버린 면이 있었다. 이미 나는 하프에 모든 생각이 집중되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하고 여유 있게 그리고 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가을에 들어서면서 - 지난여름과 비교하는 건 좀 무리겠으나 - 훨씬 몸이 가볍고 빨라진 느낌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4분대 페이스는 가까스로 혹은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맘먹고 뛰어야만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두 번의 하프 마라톤 대회와 한 번의 10K 대회 때 일명 ‘대회뽕’의 힘을 빌어 4분대 페이스에 무리 없이 도달하는 걸 보고, 이제 뉴 노멀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9월 말 가민 스마트워치를 장착하고 마음 가짐을 다시 하면서 연습 때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4분대 페이스를 만들어 내는 게 어렵지는 않게 되었다.
10월에 들어서자 이제 공기는 확실히 바뀌었고 호흡도 상당히 원활해진 느낌이었다. 다소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대회는 계속 있었고 나는 한 달에 한 번은 하겠다는 생각으로 하프대회를 신청했다.
아시아투데이 마라톤은 상암에서 열렸다. 지난번 10K 대회랑 같은 장소 출발이다. 아내랑 지하철을 타고 도착해 보니 비슷한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이제는 낯설지도 않았고 그러려니. 경품추첨이니 준비운동 등은 가볍게 넘겨 버리고 출발시간에 맞춰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이번엔 처음으로 출발 전 웜업 조깅도 했다. 마침 화장실을 찾게 되었는데 적절한 시점에 해결할 수 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출발대에 섰다. 아내는 근처에서 촬영을 해주기로 했다.
이번 대회의 기록 측정은 신발에 칩을 붙이는 시스템이었는데 발을 잡고 스트레칭을 하다가 칩을 망가뜨릴 뻔했다. 기록 측정이 안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그냥 달리고 오면 되지 뭔 상관인가. 기록은 가민으로도 해결될 문제였다.
드디어 출발. 날은 잔뜩 흐렸는데, 해가 없다 보니 오히려 좋았다. 모자 없이 헤어밴드만 하고 달렸다. 지난번 불안했던 허리는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었다. 상암에서 출발해 가양대교-방화대교를 지나 행주산성까지 근방까지 갔다 돌아오는 코스였다.
출발은 괜찮았다. 무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허리가 러닝 스피드에 익숙해져야 한다. 2K, 3K를 지나면서 몸에 열이 오르고 꽤 안정적으로 스피드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주로 달리던 한강 남쪽의 반대편이어서 그런지 익숙한 듯 신선한 느낌이었다. 컨디션 꽤 괜찮았다.
적당히 급수도 하고 이번엔 좀 더 속도를 내 보기로 했다. 방화대교에서 북쪽으로 빠지며 한 2K 정도 가니 반환점이 나왔다. 길이 썩 좋지는 않았다. 반환점쯤 가니 몸이 무척 힘들었다. 오버페이스였을까. 그래도 에너지젤도 먹고 급수도 충실히 받으며 마치 처음 출발하는 것처럼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달렸다. 이제는 좀 더 하프에 익숙해진 느낌이다. 13K 지점에서 오던 사점도 좀 더 여유롭게 극복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15K, 16K.. 순간순간 마다 악을 쓰며 버텼다. 세 번째 하프마라톤이라 해도 여전히 나는 러닝 초보자다. 나이도 이제 50. 조심해야 한다. 거의 다 가서 지쳐 포기를 한다는 건 공포에 가까운 일이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달렸다.
막바지에 18, 19K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거의 다 왔다는 생각과 함께 극도로 힘들다는 느낌이 동시에 왔다. 젊은 친구들은 그 무렵부터 전력질주를 하며 나를 추월하기도 했지만 나는 아무런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완주, 오직 완주뿐이었다. 한 1,2K를 남겨 두고 급격한 오르막을 맞았다. 시작 무렵 내려왔던 곳이리라. 거의 걷다시피 하며 간신히 간신히 올랐다. 온몸의 힘이 빠졌다. 이런데 풀코스 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찌 된 인간들일까.
언덕에 오르고 나니 행사장이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최대한 올려 보자는 생각으로 막판 스퍼트(spurt). 결승지점을 나름 품의 있게 그리고 빠르게 달려 지나갔다.
공식기록 1시간 37분 31.98초! 다시 한번 PB. 1시간 40분 벽을 넘었다. 자신감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욕심도 좀 생겼다. 다음엔 더 잘 뛰어 보자. (악필, 2025.11.8)
PS.
다음날 간 공룡능선 산행을 다소 걱정을 했는데, 무사 완주했다. 체력이 많이 오른 듯.
대회가 끝나고 며칠 후 후배가 주로 사진을 몇 장 보내주었다. 알고 봤더니 후배도 같은 대회에 참석했는데, 사진을 찾다가 우연히 내 사진을 발견했다고 한다. 처음 보는 러닝 사진이라 너무 감사했다.